참고기사 : “우주, 이젠 과학기술만의 영역 아니다” 국가 주도에서 민간 업체로 바통 터치
필자주
이 글은 『나로호 12년, 우주로의 대장정』(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17), 『우리는 로켓맨』(조광래•고정환, 김영사, 2022) 등을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
1. 우주 발사체 ‘나로호’ 개발200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국내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I)’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시 1987년 설립된 비확산 체제 중 하나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는 우리나라 우주 발사체 개발의 족쇄가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의존하던 미국으로부터 모든 발사체 부품과 기술 도입이 거부됐고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협력도 불가능했다. 다행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러시아로부터 기술과 부품을 도입하는 형태가 아닌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의 공동 개발 협력이 성사됨으로써 나로호 개발이 본격 추진될 수 있었다.
협력은 러시아가 1단 액체 로켓, 한국이 2단 고체 로켓을 담당하되 1단과 2단을 함께 결합하고 발사를 공동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나로호는 총중량이 무려 140t에 달하고 높이 33.5m, 직경이 2.9m의 대형 로켓이다. 나로호 개발 사업은 단지 로켓 개발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국내에 전무했던 로켓 조립 시설, 연소 시험 시설 및 시험장, 액체 산소 및 고압 공급 설비를 포함하는 발사대, 발사된 로켓을 추적하고 비행 데이터를 수신하는 시설 등 모든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해야 했다.
나로호 개발은 정부 출연 기관인 항우연이 개발 및 발사 운영 총괄을 맡았다. 부품 설계 및 제작, 지상 시험 및 발사 시설 개발, 발사체 총 조립 등 현장 기술 개발에는 민간 기업 150여 곳이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나로호의 총 조립은 항공기 분야에서 조립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맡았다. 대한항공은 국내 위성 개발의 태동기인 1993년부터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 1∼2호의 위성 본체와 태양전지판의 구조물을 설계, 제작해 독자적인 기술을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 통신위성인 무궁화 3호의 탑재체 패널과 태양전지 패널을 제작, 납품해 위성 제작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아리랑 위성 2호 제작과 조립에도 참여했다.
화약을 터뜨려 추진력을 얻는 원리의 고체 연료 로켓은 한화가 참여해 개발했다. 한화는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추진 시스템과 관련 제어 시스템 제작에서 국내 선두 주자로 손꼽힌다. 또한 추진체를 이루는 유압 시스템과 연료 시스템, 발사체 제어 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는 1991년 한국형 전투기(KFP) 사업에서 F-16 비행 조종면 작동기의 국산화를 시작으로 항공우주사업 전용 공장과 연구소를 갖추고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원중공업은 발사체 상단을 구성하는 페이로드 페어링부
i
, 위성 탑재부 등의 외부 기체 개발과 제작을 담당했다. 두원중공업은 1970년대부터 방위 사업에 뛰어들어 화력 장비, 사격 통제 장비 및 유도 무기 기체를 생산해왔다. 이 회사는 국내 우주개발 사업이 시작된 1990년대 초부터 항우연과 함께 발사체 기체 구조와 인공위성 열 제어계 장비 개발에 나섰다. 나로호 개발 전 항우연이 독자 개발해 쏘아 올린 과학 관측 로켓 KSR-I(1993), II(1998), III(2003) 개발에도 모두 참여하며 로켓 기체 제작 노하우를 축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