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에 한 번 참여하려면 적잖은 시간과 돈이 든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티켓 전쟁을 벌여가면서까지 다양한 페스티벌에 참여하고자 한다. 단지 유명인의 공연을 보거나 지인들과의 친목 도모를 위한 자리만은 아니다. 페스티벌은 요즘 사람들에게 ‘짜릿한 일탈’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 머물면서도 새로운 공간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기회다. 기업 역시 이러한 페스티벌 심리학을 응용해 소비 심리를 비즈니스와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 소비자가 페스티벌에 동참하고 있다는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거나 페스티벌과 일상을 잇는 매개체를 만드는 방법 등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개최되는 다양한 페스티벌에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코로나가 선물해 준 비대면 기술의 비약적 발달과 문화 덕분에 이제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도 충분히 소통하고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비용과 수고를 들여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이에 상응하는 가치가 내재돼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 심리적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가치를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살펴보기로 한다.
짜릿한 일탈로서 페스티벌
동서고금, 현대와 원시 문화를 막론하고 페스티벌 혹은 축제가 없는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페스티벌은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양식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보편성은 어원이나 형식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영어권에서 ‘페스티벌(Festival)’의 어원은 라틴어로 ‘성스러운 날(Festivalis)’이란 의미에서 유래했다. 중세 시기 종교적 휴일이나 교회 축제일의 의미로 사용되던 페스티벌은 현대에 들어서 종교적인 의미가 희미해지고 축제나 휴일이라는 의미로 자리 잡게 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의 용어인 축제(祝祭) 역시 ‘제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적인 근원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점에서 ‘명절’도 우리 문화의 전통적인 페스티벌과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페스티벌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갈라(gala)는 아랍어의 ‘멋진 의상’이란 의미의 단어 ‘Khil’a’에서 유래되었다. 갈라는 축제 때 입는 옷을 의미하다가 축제라는 의미로 안착됐다.
페스티벌이 문화보편적인 만큼 참여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내용도 보편적이다. 우선 페스티벌은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적인 성격이 있다. 일상적으로 먹고, 입고, 행하지 못하던 것들을 행할 수 있는 아주 드문 해방감을 맛보는 계기다. 일탈 행동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런 일탈을 정기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를 인류 문화는 왜 만들었을까, 가장 일탈하고 싶었던 분야는 무엇일까는 페스티벌 심리학을 이해하는 핵심이 된다.
페스티벌은 음주가무를 특징으로 한다. 여기서 일탈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일상적인 허기, 즉 생존을 위협하는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곡식으로 만든 술은 신에게 바치는 귀한 음식이었다. 또한 고기와 떡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음식을 함께 먹으며 신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체험하게 된다. 술이 주는 알딸딸함과 고기와 떡이 주는 비일상적인 포만감을 통해서 말이다. 이런 경험은 이후 찾아올 고통스러운 배고픔의 시기를 집단적으로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그렇게 견디기를 성공한 이들은 함께 모여 축하를 하고 배고픔에서 해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포만의 경험은 다시 다가올 배고픔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