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브랜드들이 뉴욕, 파리 등 트렌디한 도시의 이미지를 활용하려 했다면 최근에는 서울의 이미지를 이식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헤라는 ‘서울 여성’을 뜻하는 ‘서울리스타’를 타깃 페르소나로 설정했다. 전지현, 블랭핑크 제니 등과 함께 진행한 캠페인에서 서울의 아름다움과 서울 여성의 당당한 모습을 담았다. 더현대서울이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데는 기존의 백화점 네이밍 방식에 따라 동네명을 넣는 대신 과감하게 ‘서울’이라는 이름을 쓴 점 전략이 주효했다. 최근 디오르, 루이뷔통, 구찌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서울의 주요 장소에서 런웨이를 열며 서울이 글로벌 브랜드의 새로운 격전지가 됐음을 시사했다. 이는 전통적인 모습과 현대적인 모습이 섞인 서울의 모습에서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혁신을 함께 나타낼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990년대에 한국의 많은 브랜드는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와 같은 해외 유명 패션 도시를 브랜드 이름에 넣는 일이 자주 있었다.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를 잘 모르던 때라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다른 도시를 차용하는 일은 상상도 하기 힘들다. 그러나 진짜 그 도시의 이미지를 잘 그리는 브랜드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데 바로 미국 뉴욕의 도나카렌(Donna Karan)에서 파생되어 좀 더 캐주얼하게 전개된 DKNY가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바쁜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미국 브랜드 DKNY는 항상 광고에 도시적인 이미지를 상징하는 블랙과 함께 뉴욕의 옐로캡을 연상시키는 노란 컬러를 포인트로 활용한다. 이처럼 글로벌 패션 도시 뉴욕은 패션업계에서는 이미지로 많이 소비되는 도시 중 하나인데 뉴욕의 백화점 바니스 뉴욕(Barney’s New York)은 전 세계 어디에서 오픈해도 항상 뉴욕의 지명을 붙여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는 1999년 국내 최초 온라인 트렌드 정보 사이트 firstviewkorea.com을 운영하면서 패션, 뷰티 등 소비재 분야의 트렌드 예측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미래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한섬, 아모레퍼시픽, 롯데백화점, SPC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컨설팅을 진행하는 트렌드랩506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