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AI 프로젝트의 80%가 실패하는 이유는 개별 프로젝트의 성과가 전사적으로 확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AI 자체를 전략으로 간주하고 기술 전문가가 AI를 도입하기만 하면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실제로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주체는 인간이며 따라서 AI 도입에 따른 행동 변화를 관리하는 비즈니스 리더의 주도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AI에 능숙한(AI-Savvy)’ 리더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음을 이해하고 구성원이 AI와 협업해 증강지능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소프트 스킬을 키워야 한다.
데이비드 드 크레머 노스이스턴대 다모르매킴 경영대학장데이비드 드 크레머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싱가포르국립대, 중국 유럽 국제경영대학원 등 유수의 학교에서 권위 있는 학술 분야 직책을 역임했으며 런던비즈니스스쿨, 하버드대, 뉴욕대에서 방문 교수로 강의와 연구를 했다. 현재 노스이스턴대 다모르매킴 경영대학장으로 기술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인류를 위한 AI 기술 센터(AiTH)’를 설립하고 이끌었으며 EY의 글로벌 AI 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계 30대 경영 전문가 및 연설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으며 ‘싱커스50(THINKERS50)’ ‘차세대 비즈니스 사상가 30인’ ‘세계 상위 2% 과학자’로 각각 선정된 바 있다.
데이비드 드 크레머 교수가 12월 4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4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AI 도입의 핵심은 변화 관리오늘날 인공지능(AI) 하면 주로 생성형 AI, 특히 챗GPT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만 로보틱스, 머신러닝, 딥러닝 등 다양한 응용 분야가 있다. AI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지능이 있는 것처럼 판단하고, 결정하고, 조언하고, 행동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이다.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어두운 방에서 전구를 교체하는 데 컴퓨터 과학자가 몇 명이나 필요할까? 한 명도 필요하지 않다. 컴퓨터 과학자는 시뮬레이션을 할 뿐이다. 하지만 방은 여전히 어둡다. AI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두운 방을 그대로 두고 AI를 활용한다고 얘기한다. 여기서 투자대비수익률(ROI)이 나올 수 있을까? 경영학자들이 AI를 강조하는 이유는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결국 경영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를 활용하는 프로세스에서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당신은 제대로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 많은 리더는 자신은 컴퓨터 과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오늘날 리더십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많은 사람이 AI 도입을 엔지니어링 작업이라고 간주한다. 하지만 AI 도입의 핵심은 행동 변화다. 사람들이 AI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기꺼이 이를 활용해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많은 조직이 이런 변화를 기술 전문가가 주도하게 둔다. 하지만 기술 전문가는 적절한 사업적 질문을 던지도록 훈련돼 있지 않다.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AI 도입 프로젝트의 80%가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개별 AI 프로젝트의 성과를 전체 조직으로 확산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실패 비율이 약 82%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리더가 AI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말해 조직이 사업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 챔버스 전 시스코 CEO는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기 위해 회사 전체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향후 10년 내 전체 기업의 최소 40%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전체를 자꾸 강조하는 이유는 AI 투자의 ROI는 전사적으로 가치를 창출해야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들이 AI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기술 전문성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이사회는 AI가 가져올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AI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재촉한다. AI 자체를 전략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AI는 전략이 아니며 전략을 실행하는 도구일 뿐이다. 현재 발전 중인 AI 기술이 실제로 활용되는 데는 최소 5~10년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경쟁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에 AI 자체를 경쟁에서 이기는 수단, 비용을 줄이는 수단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AI로 인력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제로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것이 지속가능한가? 이런 난제를 해결하려면 AI를 이해하면서 이를 조직에 도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AI 시대의 리더는 적절한 사업적 질문을 던지고 AI를 활용할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파악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기술 전문가에게 위임해서는 안 되며 리더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AI 도입 과제를 주도해야 한다. AI를 도입하는 과정은 일반적인 변화 관리 프로세스와 마찬가지로 J커브를 따를 것이다. 사람들은 단기적으로 기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 과소평가한다. 하지만 AI 기술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커진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변화를 거부하고 좌절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AI의 효용을 깨닫고 적응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학습할 여건을 제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이사회가 다른 기업들을 좇아서 AI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재촉할 때 리더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속한 조직의 경쟁 우위가 무엇이며 AI는 경쟁 우위를 발전시키는 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 없이 무작정 AI를 도입하기만 해서는 결코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AI 자체는 전략이 아니며 AI가 단순히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
“AI에 능숙한(AI-Savvy)” 리더AI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을 새롭게 창조할 필요는 없다. AI 도입은 변화 관리 프로젝트이기에 변화 관리에 필요한 기존의 리더십에 AI를 접목하면 된다. 그렇다면 AI에 능숙한 리더에게는 어느 정도의 AI 지식이 필요할까?
AI와 인간의 지능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AI와 인간의 지능을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AI가 일정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면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인간과 AI의 지능은 사과와 오렌지처럼 다르다. AI 기술의 한계로 인해 인간과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현재 개발되는 AI 모델은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사회적 소음이 적고 이해관계자가 거의 없는 실험실 환경에서 개발된 것이다. 조직에 AI를 도입하면 위험 관리 필요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AI에 사람 감독자를 붙이는 것이 현실이다. 리더는 고객과 사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AI가 실수를 저지를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 현재 AI 앱을 활용해 보고서 요약, 고객에게 후속 e메일 보내기, 사용자 대신 전화 걸기 등을 할 수 있지만 그다지 발전된 수준은 아니다. 금융산업에서 AI가 포트폴리오를 조언하는 등 더 발전된 수준의 AI도 있지만 여전히 개인화된 체크박스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편견과 할루시네이션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리더는 AI의 윤리와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
1997년 체스 그랜드마스터 가리 카스파로프는 IBM 슈퍼컴퓨터 프로그램인 딥 블루와의 경기에서 진 것을 계기로 인간이 컴퓨터와 협업하는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 그는 세상에 많은 데이터가 있지만 어느 시점에 무엇을 활용할지는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고의 플레이어와 가장 강력한 AI가 협업한다고 해서 반드시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며 플레이어와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는 프로세스가 파트너십의 효율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인간 지능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증강 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림 2]를 보면 왼쪽에는 소의 머리, 오른쪽에는 소의 엉덩이가 보인다. 이 그림에서 소는 몇 마리라고 유추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당연히 두 마리임을 직관적으로 안다. 5m 길이의 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AI는 한 마리라고 답한다. AI는 우리가 구성하고 있는 현실 세계에 대한 직관력이 없으며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점, 숫자와 같은 데이터로부터 상향식 추론을 할 뿐이다. 사람은 예기치 못한, 모호한 회색 지대에서도 직관력을 발휘해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반면 AI는 제공되는 데이터에 의존할 뿐 능동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예컨대 AI가 어떤 결정과 관련해 관련 있는 정보와 관련 없는 정보를 모두 생성할 수 있지만 질문에 답할 때 관련 있는 정보를 사용할지, 관련 없는 정보를 사용할지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관련성 있는 정보를 달라고 지시할 경우에만 그런 선택을 한다.
문화적인 차이에 따라서도 AI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서구, 특히 네덜란드 사람들은 직설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는 내용이 곧 그 사람의 생각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 한국에서는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말을 하는 방식, 예컨대 예 혹은 아니요라고 말하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대화에 암묵적인 정보가 많을수록 말의 내용만으로 올바른 추론을 하기가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I는 암묵적인 소통이 많은 동양에서 올바른 추론을 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AI에 능숙한 리더는 이처럼 AI와 인간 지능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전문가와 기술 전문가의 협업을 이끌어내는 내레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적절한 비즈니스 질문을 던지고 AI를 적용해야 할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AI 리더십의 3단계그렇다면 AI에 능숙한 리더는 어떻게 AI 도입에 따른 변화를 이끌어가야 할까?
첫 번째 단계는 AI에 대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리더는 우리 조직이 AI를 활용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구성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사람들은 영감을 주는 비전을 필요로 한다. AI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많은 리더가 AI를 망치로 보고 모든 문제를 못으로 간주해 다 두드리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AI는 모든 문제를 위한 솔루션이 아니다. AI 도입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업적 질문이 무엇인지, 어떤 유형의 AI가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유형에는 AI를 활용하지 않을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리더가 구상한 현실을 업무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많은 리더가 AI를 도입해 자동화를 추진한다고 얘기한다. 데이터 관리 작업에는 자동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자동화를 위해 AI를 도입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데이터 관리같이 반복적이고 사람이 하기 싫은 일을 AI에 맡김으로써 사람이 남은 시간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작업에 쓰도록 하기 위해서다. AI를 도입하면서 직무 재설계를 함께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많은 기업이 기술 프로젝트의 예산을 책정하면서 70~80%를 기술 자체에 할당한다. AI 기술을 구입하기만 하면 기술 전문가가 구현해 그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직원들이 AI에 능숙해지도록 교육해야 할 뿐 아니라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직무를 창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AI 프로젝트예산의 상당 부분을 기술이 아닌 변화 관리에 투입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AI가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인력이다. 즉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직무 설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인간의 강점인 비판적 사고, 창의성, 큰 그림을 그리는 방법 등의 기술을 훈련시키고 동기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간 중심의 AI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AI를 도입하면서 사람을 데이터처럼 취급하고 비인격화하는 회사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인간의 창의성은 최적화된 기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회사는 AI보다 인간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람들은 AI가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되며 실제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50% 이상의 직원이 AI를 활용하면 능력이 없거나 게으르다고 상사가 생각할까 봐 두려워 이를 숨긴다고 한다. 리더가 직접 AI를 활용하면서 우리 조직이 집단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음을 공개하고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AI 활용에 따른 보상이 분명하게 뒤따라야 한다.
AI 프로젝트에는 포용적으로 전 직원을 참여시켜야 한다.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AI 도입으로 단순 업무에 투입되는 시간을 절약했다고 해서 같은 일을 더 많이 하게 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길 기대한다면 말이다. 다양성의 관점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AI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AI 개발자의 70%가 35세 이하로 기술자의 세대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이는 AI가 나이 든 세대를 위해 개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I 개발 과정에 다양한 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마지막 단계는 가치를 창출하고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AI 프로젝트로부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실험 문화를 촉진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AI 모델은 없다. 처음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실패로부터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직원들이 AI를 두려워한다면, 즉 AI를 업무 맥락의 일부로 만드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빈약한 시스템이 개발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업무를 자동화했는데도 직원들이 여전히 회의 내용을 종이에 적거나 다른 파일에 보관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위계적인 관리 업무를 줄이고 참여와 협업이 가능한 문화 속에서 직원들은 AI 모델을 최적화하는 데 필요한 피드백을 쉽게 제공할 수 있다. 항공사가 비행기를 이륙할 수 있는 상태로 최적화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검토하고 상호 피드백을 통해 점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두 시간이다. 전문가가 데이터를 분석해 팀장에게 보고하고 팀장이 다시 본부장에게, 본부장이 임원에게 보고해야 하는 위계적인 구조라면 비행기를 띄우는 데 두 달은 족히 걸릴 것이다. 모든 직원이 AI를 활용하는 이유와 방법, 기대치를 공유하고 있을 때 빠른 피드백과 학습을 통한 최적화가 가능해진다.
부서 간, 기능 간 협업이 중요해지면서 전사적으로 상호 소통과 협업을 촉진하는 리더의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AI 기술이 대중화할수록 대면 소통 기술이 중요해지는 ‘감정 경제(feeling economy)’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기술 활용 역량은 뛰어난 반면 대면 소통에 취약하다. 구글은 일명 ‘산소 프로젝트’라는 내부 연구를 통해 2030년까지 소프트 기술 집약적인 직종이 다른 기술 직종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만이 가진 직관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허드슨강의 기적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한 설렌버거 기장은 새 떼가 엔진에 들어오는 위기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해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함으로써 탑승객 전원을 구했지만 나중에 보험사들의 소송에 시달렸다. 보험사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더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을 따졌다. 하지만 그가 위기의 순간에 각종 데이터를 따졌다면 착륙을 결정하기까지 최소 30초 이상 더 걸렸을 것이고 실제로 시뮬레이션에 30초의 시간을 추가했을 때 모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군대에서 전투기 조종사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한 직관적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프트스킬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이다.많은 비즈니스 리더는 조직이 이미 데이터를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술 전문가나 데이터 분석가에게 데이터를 넘기고 그들이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리더의 의사결정이 데이터의 존재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데이터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조직의 강점이 무엇인지,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며 이를 통해 기존에 갖고 있지 않았던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할 수도 있다. 즉 좋은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목적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목적에 맞는 데이터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리더는 목적 지향적이어야 한다. 회사의 고객을 이해하고 왜 비즈니스를 하는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AI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유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AI를 활용해 고객을 위한 추천 시스템을 우선 만들고 기술이 향상되면 대규모 언어 모델을 사용해 데이터를 학습하게 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좀 더 개선된 기술을 적용해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리더는 기술의 변화뿐 아니라 비즈니스 트렌드의 변화를 업데이트하면서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
DBR mini box I :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와의 대담
“리더가 먼저 AI를 업무에 활용… 모범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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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드 크레머 교수는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의 진행으로 포럼을 경청한 참가자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문 교수와 참가자들의 질문이 담긴 질의 응답 세션을 요약, 소개한다.
문정빈 교수(이하 문) 오늘날 AI 열풍을 보면서 25년 전 IT 버블이 생각났다.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드 크레머 교수(이하 드) AI 기업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면서 기대치가 커지고, 그에 대한 실망도 생기면서 과거의 IT 버블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AI는 과거의 IT와 완전히 다르다. 우선 생성형 AI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며 지난 40여 년간 AI가 나오기까지 신경망 연구가 지속되고 있었다. 두 번째로 AI 기술은 사람들에게 실존적인 두려움을 일으킨다. 산업혁명으로 신체의 아웃소싱이 가능해졌다면 AI는 뇌의 아웃소싱을 가능케 한다. 이에 따라 실존주의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AI는 인간을 성장시켜야지, 인간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AI의 인간화, 인간을 위한 AI 통합이 중요하다.
문 영화 ‘탑건:매버릭’에서 주인공인 톰 크루즈(매버릭)는 “사람 기장의 시대는 끝났다”고 얘기한다. 여기서도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이런 두려움이 있는 조직원을 리더는 어떻게 설득해서 AI를 도입하도록 이끌 수 있을까?
드 많은 리더가 인간과 기계의 대립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AI 도입을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AI와 사람 모두 필요하며 이들이 협업해 증강 지능을 발휘해야 한다.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그런 말을 한 이유도 비용 절감, 에러 감소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AI와 달리 사람은 예측 불가능하기에 아름다우며 의미를 추구하고 판단한다. 인간이 직관적으로 아는 것들을 AI는 모른다. AI가 실험실에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제 현장에 투입하면 성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가진 스킬과 가치를 활용할 필요가 커진다.
리더는 사람들에게 AI가 의미를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왜 비즈니스 혹은 조직이 존재하는지,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에 대한 답이 AI가 주는 가치와 연계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의 두려움이 줄어들 것이다. AI 프로젝트에 전 직원을 참여시켜서 개별 업무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직접 체험하고 피드백을 제공해 개선하는 집단적인 참여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을 컨설팅하면서 리더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AI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큰데 AI로 인해 당신들의 자리가 없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AI를 개발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대부분은 제대로 대답하질 못한다. AI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 AI 기술뿐 아니라 인간다움에도 보상을 해야 한다. 인간이 AI보다 부족한 부분이 오히려 인간을 아름답게 만들고 의미를 갖게 만들 수 있다. 영화에서 매버릭도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현재 파일럿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즐겨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 리더들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바쁘고 평균적으로 직원들보다 나이가 많다. 이런 리더들이 어떻게 AI에 능숙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을까?
드 리더가 되면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자신이 속한 팀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유능한 인재가 보통 리더가 된다. 그런데 일단 리더가 되면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AI에 능숙한 리더도 마찬가지다. AI에 능숙하다는 것은 AI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AI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이해하는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이 정도 지식은 학습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리더 스스로 AI를 업무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를 두려워하거나 저항할 필요가 없다. 나 또한 챗GPT를 이용해 e메일을 쓰기 시작했으며 직원들에게 이런 방법을 전파했다. 리더가 먼저 새로운 기능을 실험해보고 실패도 해보기 시작하면 직원들도 기꺼이 동기가 부여돼 리더를 따를 것이다.
문 한국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하다. AI 도입이 한국에 축복이 될 수 있을까?
드 아시아는 노동력 부족 문제가 크기 때문에 AI 도입을 통한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때 자동화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자동화 자체를 목적으로 하면 인류와 사회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AI를 활용해 궁극적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를 깊이 고민하고 이에 따라 젊은이들을 교육해야 한다.
문 AI로 인한 혜택을 ‘AI 배당금’이라고 본다면 이런 배당금을 근로자와 잘 나누는 방법은 무엇일까?
드 AI 도입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직원들이다. AI 배당금이라는 용어를 쓰면 AI로 인한 혜택을 수익적인 관점에서 보기 쉬운데 인간이 AI로 인해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쓸 수 있어야 한다. AI 도입 이후에도 사람이 계속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면 오히려 AI 배당금은 AI 세금이 될 수 있다. 반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번아웃,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 AI 도입이 J커브를 만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구성원들과 함께 실험하고 실패를 용인함으로써 학습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직원을 통해 AI 서비스를 고객도 체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고객 평균 73%가 새로운 AI 고객 서비스를 사용했을 때 당황해 한다고 한다. AI 도입의 근본적인 목적이 비용 절감이라면 고객이 혜택을 못 누릴 가능성이 크다. 리더가 직원을 고객처럼 대해야 하는 이유이다.
문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어떻게 일의 의미를 부여하고 성장을 동기부여할 수 있을까?
드 AI를 도입할 때 인력을 없애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같이 성장하기 위한 것인지,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인지 등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AI가 생산적이라고 얘기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내용을 요약하고, 질문에 대답하고, 데이터 기반 예측을 하는 등 일부 업무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은 발휘되지 않는데 AI가 전사적으로 도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AI 프로젝트가 한 부서에서 사일로화돼 진행된다.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사일로화된 업무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AI 자체는 생산성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아니며 단지 촉진제일 뿐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리더가 이런 관점을 구성원들에게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 여성 CEO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CEO는 다른 회사의 AI 활용 프로젝트를 스터디한 뒤 우리 회사가 속한 산업과 조직에 이익이 되는 부분도 있고 또 아닌 부분도 있겠다고 얘기했다. 많은 리더가 AI를 도입해 이 정도 수준까지 최적화하고 성장률을 높이겠다고 얘기하는데 그녀는 일단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고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에 가깝거나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면 괜찮다고 얘기했다. AI 프로젝트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리더가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내용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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