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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사람관리 시스템

협력형 공동체냐, 경쟁형 시장 논리냐
글로벌과 한국 강점 조화시켜야

배종석,정리=배미정 | 409호 (2025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국 기업은 위계적인 사람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경제위기(IMF 구제금융) 이후에 도입된 성과주의는 조직 운용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최근에는 창의성과 혁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동체 논리가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MZ세대의 등장, AI 기반의 업무 전환 등 다양한 도전 과제가 부상하면서 위계(Hierarchy), 시장(Market), 공동체(Community) 등과 같은 조직화 논리를 재점검하고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관행을 따르면서도 공동체의 목적을 중시하고 유대 관계가 강한 한국적 사람관리의 강점을 발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편집자주 | 이 글은 다음 책의 챕터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Bae, J., Kim, Y., Ryu, J., and Hong, W. 2025. People management in Korea: An organizing logic perspective. In C. Rowley, J. Bae, H. Kim., and H. Kim (Eds.). Routledge Handbook of Korean Business and Management: 271-290.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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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에서 사람관리(People management)1 는 국가 경제의 성장과 기업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연공서열제와 고용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위계적인 사람관리 시스템이 1970~80년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시장 논리는 성과주의와 효율성을 높였다. 또한 2010년대 이후로는 창의성과 혁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상호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공동체 논리가 부상했다. 이처럼 한국 기업의 사람관리 시스템은 기업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의 복합적인 영향 속에서 과거의 조직 논리가 새로운 조직 논리와 충돌과 조화를 반복하며 진화한 역사적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MZ세대의 등장, 디지털과 AI 기반으로 업무의 전환, 공정한 대우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부상하면서 기존 사람관리 시스템의 한계와 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한국 기업의 사람관리 시스템의 변화를 정리하고 위계 논리, 시장 논리, 공동체 논리로 구별되는 조직화 논리의 관점에서 한국 기업 네 곳(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카카오)의 사람관리를 분석해 그로부터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특히 조직화 논리의 변화가 한국적인 사람관리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향후 사람관리를 설계하는 데 참고할 만한 통찰을 기업들에 제공하고자 한다.


세 가지 조직화 논리

사람관리의 핵심적인 대상은 사람과 제도이므로 사람과 제도 각각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사람과 제도의 구성적이고 역동적인 상호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2 조직화 논리는 사람과 제도의 기반으로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며 조직 구성원들 간의 ‘관계지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제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된다. 애들러가 제안한 위계(Hierarchy), 시장(Market), 공동체(Community) 등 세 가지 조직화 논리에 따르면 각 조직화 논리는 사람 간 관계지움과 관련해 개인성, 관계성, 전체성 차원에서, 제도와 관련해서는 고용 정책, 직무 시스템, 통제와 조정 및 보상 정책에서 차이를 보인다.3

(1) 조직화 논리와 사람들의 관계지움:
개인성, 관계성, 전체성

‘사람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질문은 ‘어떤 공동체를 세울 것인가?’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한다.4 세 개의 조직화 논리는 개인성, 관계성 및 전체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표 1) 위계 논리는 전체성이 강한 반면 개인성은 약하고, 관계성에서는 수직적 관계만 강하다. 이 논리에 따른 조직의 모습은 집단주의에 가까운 형태다. 반면에 시장 논리는 개인성이 강하고, 전체성이 약하며, 수평적 관계는 중간 이하다. 이 논리는 개인주의 혹은 자유주의에 가깝다. 공동체 논리는 수평적 관계가 강한 것이 특징이며 개인성과 전체성도 중간 이상인데 공동선을 추구하므로 개인과 전체를 모두 중시한다. 정치철학적으로는 공동체주의에 가깝다. 정리하면 위계 논리는 의존적(dependent)이고, 시장 논리는 독립적(independent)이며, 공동체 논리는 상호의존적(interdependent)이라고 할 수 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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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직화 논리와 사람관리 제도:
정책적 선택과 제도의 구성

다음으로 ‘사람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질문은 ‘어떤 구성 형태를 구축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한다. 조직화 논리는 인사의 정책적 선택(policy choice)과 제도의 구성에 영향을 미쳐 인사의 구성 형태(configuration)의 성격을 규정한다. 여기서 정책적 선택이란 신규 채용과 경력직 채용 비율, 보상 격차의 정도, 교육훈련 제공의 범위 등에서 특정 방향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 형태는 모델, 시스템, 유형 등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제도들의 단순 묶음이 아니라 서로 의미 있게 상호작용해 발현적 속성을 가진 포괄적 실체를 말한다. [표 2]에 정리한 것과 같이 위계 논리는 전통적인 가부장 모형이나 관료형을 나타내고 시장 논리는 스타형과 같은 시장 모형으로 나타난다. 공동체 논리는 공동체 유형을 나타내는데 전략적 인적자원관리 연구에서 제시하는 헌신형, 고성과, 고몰입 인적자원관리 형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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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 논리는 권위와 명령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인데 직원을 ‘조직인(organization man)’으로 간주하며 내부 노동시장을 활용하고 조직 기반의 직무와 규정과 명령을 통한 통제를 수행한다. 보상 정책은 연공서열에 기반하며 인센티브 강도는 낮고 직급에 따른 수직적 임금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논리는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고 조직 전체의 목표를 위계에 따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낮고 혁신적 사고를 제한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시장 논리는 개인의 성과와 경쟁을 강조하며 직원을 스스로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으로 간주한다. 외부 노동시장에 의존해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며 수평적 구조를 추구하고 자율성을 보장한다. 성과에 기반한 통제를 하며 개인 성과에 기반한 보상으로 보상 격차를 늘리게 된다. 시장 논리는 단기적 성과를 극대화하고 유연성을 강화하지만 직원 간 경쟁을 조성해서 협업과 조직 내 신뢰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논리는 신뢰와 협업을 바탕으로 조직을 운영하며 직원 간의 상호 의존성을 중시한다. 직원을 자율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주체적 협력자’로 간주한다. 장기적 고용 관계를 목표로 하며 조직 가치와의 적합성을 중시한다. 유기적이고 관계 기반의 협업 구조를 가지며 내면화된 가치와 규범을 통한 자율적 참여와 협력을 중시한다. 보상 정책은 역량 및 조직 성과에 기반하며 인센티브 강도는 중간 수준이고 보상의 격차는 시장 논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공동체 논리는 협업과 창의성을 촉진하며 장기적으로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혁신성을 강화할 수 있다.

(3) 조직화 논리의 변화와 혼합

특정 조직화 논리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 논리가 가지고 있는 특정 강점을 수용하는 동시에 다른 특성들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시장 논리를 선택해 성과를 추구하면서 공동체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측면 때문에 기업은 필요시 기존 것과 다른 조직화 논리를 선택하거나 다른 논리와 혼합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을 지배하는 조직화 논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A. 특정 조직화 논리에 해당하는 개별 제도의 강도

B. 특정 조직화 논리에 근거한 개별 제도의 적용 범위

C. 특정 조직화 논리에 해당하는 제도들의 비중

제도의 강도(A)는 개별 제도가 구성원의 역량과 헌신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말한다. 적용 범위(B)는 해당 사람관리 제도에 의해 적용되는 구성원의 수를 말한다. 제도들의 비중(C)은 특정 조직화 논리에 따라 구현된 사람관리 제도들의 비율을 말한다. 이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 특정 기업의 사람관리 시스템의 지배적 혹은 주도적 논리와 보완적 혹은 보조적 논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특정 조직화 논리에 정렬된 제도의 비율은 높지만 개별 제도들의 적용 강도가 약할 수도 있고 적용되는 구성원의 범위가 좁아 일부 직원에게만 적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강도와 범위, 비중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특정 조직에서 이런 조직화 논리는 어떤 식으로 존재할까? 다음과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

A. 순수형: 위계 논리(Hierarchy, H), 시장 논리(Market, M), 공동체 논리(Community, C) 중 하나의 논리만 지배적으로 존재하는 상태

B. 혼합형: H, M, C 중 두 개 혹은 세 개의 논리가 혼합돼 있는 상태

 1) 주도적 논리와 보조적 논리의 혼합: 어떤 논리는 주도적이고, 어떤 논리는 보조적인 상태의 결합

  (예) Hm: 위계 논리가 주도적이고 시장 논리는 보조적인 상태

 2) 두 논리의 주도성(혹은 보조성)이 동일한 비중의 혼합: 혼합된 조직화 논리의 주도성 혹은 보조성이 동일한 상태의 결합

  (예) MC: 시장 논리와 공동체 논리가 동일한 수준의 주도성을 가지고 공존
        hm: 위계 논리와 시장 논리가 둘 다 보조적으로 결합돼 공존


시기별로 살펴본 사람관리의 변화

한국 기업에서 사람관리의 변화는 크게 세 개의 시기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997년 경제 위기 이전의 시기, 두 번째는 1997년 이후 약 15년 정도의 시기, 세 번째는 최근 15년 정도의 시기이다. 이 세 기간 사람관리의 특징은 앞에서 설명한 세 가지 조직화 논리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발전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6

(1) 전통적 사람관리 방식(1997년 이전):
위계 논리가 지배적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의 사람관리는 위계 논리를 기반으로 한 연공서열제와 고용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전통적 가치와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 모델에서 비롯된 이 체계는 안정적 고용과 조직 충성도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직원들은 회사와의 장기적 관계를 중요시하며 회사의 규범과 가치에 순응하며 조직에 대한 충성을 보였다.

다른 한편 이런 사람관리 접근 방식은 고비용을 초래했고, 조직 유연성과 창의성 발휘를 제한했으며,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1987년 전후로 민주화 열기에 힘입어 자율적인 단체협상의 등장과 실질임금의 상승이 이뤄졌다. 또한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역량과 성과에 기반한 부분적 성과급제 같은 신인사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해 이후 변화의 단초가 됐다.

(2) 성과주의 인사의 도입(1997~2010):
위계 논리에서 시장 논리로의 전환

1997년 외환위기는 사람관리 방식의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경제 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의 요구에 따라 한국 기업은 효율성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시장 논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주요 변화로 성과 중심 평가 및 보상, 외부 인재 채용 확대,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이 있었다. 한국 기업이 전통적인 사람관리 방식에 시장 논리를 적용해 성과주의를 도입한 목적은 성과와 보상을 연결시킴으로써 직원들이 좀 더 치열하게 일하게 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이런 변화는 기업들에 더 큰 유연성과 효율성을 제공했지만 조직 내 신뢰 감소와 직원 이직률 증가라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고용 안정성이 약화되면서 직원들의 직장 몰입도와 충성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3) 성과주의 한계의 극복(2010년 이후):
공동체 논리의 부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논리의 단기 성과 중심 접근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고 조직 내 협업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공동체 논리를 도입할 필요성이 커졌다. 디지털 전환, 코로나19의 영향, ESG 요구 증가, MZ세대의 등장 등의 요인들로 인해 조직은 더욱 수평적이고 유연한 사람관리 방식을 채택하게 됐다. 또한 한국 기업은 그동안의 추종 전략에서 선도 전략으로의 전환을 통해 글로벌 리딩 기업, 가치창출 기업으로의 전환이 요구됐다. 이런 변환이 이뤄지려면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공동체 논리는 상호 신뢰와 자율성을 강화함으로써 조직 몰입도와 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이런 변화를 효과적으로 구현한 것은 아니며 기존 위계적 또는 시장 논리와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업별로 살펴본 사람관리의 변화

기업별로 조직화 논리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SK텔레콤, 카카오 등 4개 기업을 선정해 분석했다.7 사람관리 시스템과 관련 조직화 논리의 형성이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크게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주요 내부 요인에는 조직의 핵심 가치와 전략적 방향성이 있으며 주요 외부 요인으로는 산업의 특성과 제도적 힘을 들 수 있다. 각 사례 기업의 핵심 가치에는 대개 창업자의 철학이 반영돼 있으며 그래서 오랫동안 그 가치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전략적 방향은 조직의 수명주기와 경쟁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기업마다 시기별로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산업의 특성과 더불어 노조의 영향, 법제도, 사회문화적 특성 등의 제도적 힘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 네 곳의 사람관리에 적용되는 조직화 논리의 변화는 한국 기업들의 일반적인 변화와 거의 맥을 같이한다. 즉 초기에 위계 논리(H)가 가장 주도적인 논리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다음에 주도성의 수준은 다양하지만 시장 논리(M)가 도입이 됐고, 마지막으로 공동체 논리(C)가 새롭게 추가되는 방식의 변화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모습과 각 논리가 도입되는 시기는 다양하며 그에 따른 각 기업의 당면 과제도 다르게 나타났다. (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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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자동차: H → Hm → hmc

현대자동차는 전통적인 제조업으로 연공서열 중심의 가부장형의 위계 논리(H) 기반의 사람관리 방식을 유지했다. 그러나 1997년 경제위기와 2000년 독립적인 자동차 그룹으로의 전환 이후 2006년 글로벌 확장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 신인사 시스템을 도입해 성과지향 문화를 형성함과 동시에 글로벌 인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위계 논리를 주도적으로 하되 시장 논리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혼합형(Hm)을 도입했고, 그 결과로 관리자급 이상의 구성원들에게는 보상 차등화 폭을 점차 늘려왔다.

2019년 이후 현대자동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전략적 전환을 추진하면서 혁신을 위한 공동체 구축이라는 새로운 조직화 논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행 전문성과 문화적 적합성이 고용의 선발 기준이 됐고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노조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어서 현대자동차의 조직화 논리는 세 가지 논리가 지배적인 논리가 없는 채 공존하는 혼합형태(hmc)로 남게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강력한 노동조합의 제약하에서 새로운 사업 개발을 위해 글로벌 최고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2) 삼성전자: H → HM → Mc

삼성전자는 전형적인 10년 주기설(1998년 이전, 1998~2007년, 2008년 이후)에 따라 사람관리를 운영해온 기업이다. 1997년 이전에는 주로 신입 사원을 채용해서 내부에서 교육훈련을 제공해 성장시키는 접근을 취했으며 연공서열 중심의 위계 논리(H)가 주도적인 사람관리 방식을 유지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확대를 꾀하면서 성과 중심의 시장 논리를 도입해 성과주의 인사를 강화했으며 기존의 위계 논리와 함께 주도적인 두 논리의 혼합형(HM)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핵심 인재를 유치하고 성과와 연계된 보상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시장 논리가 주도적인 것이 되고 위계 논리는 약화됐다.

2008년 이후 삼성전자는 새로운 사업 환경의 대두와 젊은 인력의 유입으로 협업적 업무 수행과 호혜적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 직급을 네 개로 줄이고 공동체 논리를 도입해 혼합형(Mc)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본사 중심의 통제 권한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수평적 구조로의 전면적 전환이 과제로 남아 있다.

(3) SK텔레콤: H → Hm → Mc → CM

SK텔레콤이 속한 통신산업은 안정적인 네트워크 운영과 규정 및 정책의 준수가 필수적이다. SK텔레콤은 초기에 주로 계층적이고 가부장적인 사람관리 모델(H)에 따라 직원을 관리했다. 초기에는 14개의 직급 체계를 가지고 있었고 공식적인 규칙과 절차를 통해 직원을 통제했다. 이후 1997년 경제위기와 통신산업의 치열한 경쟁으로 지배적인 위계 논리와 함께 성과 문화 강화를 위한 시장 논리의 도입으로 혼합형(Hm)이 형성됐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회사의 다각화 노력은 시장 지향적 사람관리 경향을 강화했다. 또한 SKMS(SK Management System)를 통해 조직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주도적 시장 논리와 보완적 공동체 논리의 혼합형(Mc)으로 전환했다.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사업 확장으로 조직 유연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으나 외부 채용 증가에 따른 조직문화의 통합은 과제로 남아 있다. 2016년부터 부서 간 협업을 우선시해 SKMS 가치를 보존하는 데 주력함에 따라 공동체 논리와 시장 논리를 주도적인 것으로 혼합하는 형태(CM)로 변화하게 된다.

(4) 카카오: Cm → MC

카카오는 설립 초기부터 강력한 공동체 논리를 기반으로 하면서 보완적인 시장 논리를 적용(Cm)한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했다. 카카오 창업자는 최소한의 정책과 규칙으로 커뮤니티와 같은 문화, 일명 ‘카카오 스타일’을 통해 인재를 관리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카카오는 비교적 높은 보상 차등화를 추구해 개별 성과를 강조했다. 직원들에게 자기 주도, 자율성 및 유연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카카오가 사업을 확장하고 규모가 커진 2015년경 이들은 시장 논리와 공동체 논리를 동시에 중시하는 혼합형(MC)을 도입했고 이런 변화는 광범위한 외부 인재 채용과 직원 간에 보상 격차를 더 넓히는 것을 수반했다.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크루를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표준화와 일상적인 절차를 필요로 하게 됐는데 이런 관료적 경향성으로부터 카카오 문화를 보호하는 것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시사점: 한국적인 공동선을 창출하려면

기업 네 곳의 사례 분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사람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조직화 논리의 선택과 변형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직화 논리는 사람관리의 두 핵심 대상인 사람과 제도가 지향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어떤 사람으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어떤 제도로 구성 형태를 이룰지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어떤 사람과 제도는 배제돼야 하는지에 대한 경계를 설정해서 결과적으로 다른 조직의 사람관리와 차별화하는 청사진 역할을 한다. 즉 조직화 논리는 현 사람관리 시스템의 특성과 더불어 그 한계와 앞으로 과제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틀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기업은 우리 조직에 배태된 조직화 논리를 나름대로 생각해보면서 대응 방식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내부적인 가치와 철학, 사업의 특성, 제도적 힘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조직화 논리를 채택하고 이를 위해 기존의 것을 재생산하거나 변형해 사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특정 조직화 논리를 선택하면 그 성격을 분명히 파악하고, 그것이 사람과 제도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를 숙고하고, 어떤 인재와 어떤 제도로 구성돼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구축해 나가야 한다. 특정 성격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성격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특정 조직화 논리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는 hmc, 삼성전자는 Mc, SK텔레콤은 CM, 카카오는 MC로 사례 기업 네 곳 모두 시장 논리와 공동체 논리를 포함하는 혼합형의 조직화 논리를 선택하고 있다. M과 C라는 두 논리는 특정 직군이나 사업부에는 M, 다른 직군 혹은 사업부에는 C로 분리해 적용하거나 동일 대상에 혼합해 적용할 수 있다. 분리 적용할 경우 분리된 집단(직군이나 사업부) 간의 통합이 과제가 될 수 있는데 상호의존성이 높을수록 유사한 조직화 논리와 정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동일 대상에 M과 C의 혼합을 적용할 경우에는 자칫 각 논리의 단점들만 부각될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M은 기본적으로 경쟁을 지향하고 개인 성과 기반의 인센티브 강도가 강한 반면 C는 협력을 지향하고 조직성과 기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직원들이 제도들을 어떻게 지각하고 해석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소통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둘째, 리더는 조직을 피라미드 같은 조직, 시장 같은 조직, 아니면 공동체 같은 조직 중 어떤 모습으로 이끌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조직화 논리를 선택한다는 것은 특정 공동체를 수용하고, 특정 사람관리 구성 형태(configuration)를 구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관리는 제도들의 단순한 묶음이 아니라 의미 있게 서로 연결돼 발현적 속성을 가진, 즉 창발성을 가진 통합된 구성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 마치 자동차가 부품들의 의미 있는 조립으로 힘을 발휘해 달릴 수 있는 포괄적 실체가 되듯이 구성 형태를 이룬 사람관리 제도들은 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실재가 돼 사람들의 역량과 동기, 기회와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공동선을 이루게 된다. 사람관리는 결국 특정 공동체 혹은 구성 형태를 구축하는 ‘보이지 않는 건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특정 조직화 논리를 선택했다고 그런 선택을 한 조직이 동일한 모습의 사람관리 시스템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화 논리가 같다고 해도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들과 제도들의 조합과 특성이 조직마다 독특하게 다른 스타일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조직화 논리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사람관리 시스템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것은 조직과 리더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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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국적인 사람관리의 강점을 발휘하는 지혜를 강조하고 싶다.8 글로벌 시장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관행으로 전 세계의 사람을 관리하는 동시에 한국적 사람관리의 독특한 장점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의 전통적인 강점은 공동체의 목적을 중시한다는 점, 유대 관계가 강하다는 점, 순응과 협조가 잘된다는 점 등이다. 특히 사람 중심의 통합적 관점은 서구의 직무 기반 사람관리와 차별화된 특징이다. 서구 기업의 사람관리는 행위자와 구별된 직무를 기반으로 과업을 나누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이런 직무를 수행할 사람들의 역량과 역할을 구분하고 측정한다. 거래적 모델에 기반해 경제적 교환 관계에 집중하는, 근대성에 기반한 경영이다. 반면 한국은 전통적으로 사람과 직무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관계적 모델에 기반한 사회적 교환 관계를 중시하는 통합적 사람관리 접근 방식을 취해왔다.9

한국의 전통적인 가부장형 사람관리 방식은 조직화 논리로 본다면 위계 논리에 가까웠다. 경제위기 이후 한국 기업이 시장 논리를 채택한 것은 좀 더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성과를 관리하고 치열하게 일해서 성과를 도출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즉 한국의 전통적 사람관리 방식을 보완하려는 의도가 컸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의 강점을 버리면서 시장 논리로 전환한 측면도 없지 않다. 다른 한편 직무 기반 사람관리를 해온 서구 기업은 전통적인 시장 관점의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헌신형(혹은 공동체형) 사람관리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10


DBR mini box I : 한국 기업 경영을 분석한 책
『Routledge Handbook of Korean Business and Management』

K기업의 성공-실패 요인과 미래 경영 전략 분석


9781032018737


2025년 2월 영국의 Routledge 출판사가 출간하는 신간 『Routledge Handbook of Korean Business and Management』i 은 36명의 국내외 경영학자가 참여해 서론 및 결론을 포함해 총 21개의 장으로 한국 기업 경영을 분석한 책이다. 책은 (1)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에 대한 제도적 맥락 (2) 한국의 기업 경영과 관련된 거시적 이슈들인 지배구조, 전문경영인, 대기업 그룹의 구조, 정부의 역할, 대기업의 성장 및 경영 전략 (3) 기업 경영의 미시적 이슈인 사람관리, 노사관계, 그리고 임원 보상 (4) 새롭게 대두되는 주제인 CSR과 ESG, 창업, 다양성, 그리고 4차 산업혁명과 고용 (5) 도전과 미래의 경영 방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핸드북은 매우 다양한 관점, 접근 방식 및 주제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분석 수준에서 거시적 내용과 미시적 내용, 시간 측면에서 과거의 발자취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전망, 기존의 전통적 경영 주제와 함께 최근 대두되는 새로운 주제들, 국내의 현황과 국외적 관점, 전문경영인 및 임원과 함께 직원들의 이슈, 기업 내부의 현상과 함께 외부 제도적 배경 등을 균형 있게 다룬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경제 성장과 기업의 혁신 과정에서 정부와 시장과 기업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살펴보면서 국가 주도 정책, 혁신적인 기업 전략, 사회문화적 요인들을 다각도로 다룬다. 특히 그 주도성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이후 기업으로 이동한 점, 최근 다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 점을 보여준다. 또한 대기업 그룹의 성장 과정에서 기업가와 전문경영인들의 기여와 직원들의 공헌, 그 가운데 인사 및 노사관계와 보상제도가 형성된 과정을 분석한다. 변화하는 경영 환경과 새로운 도전 과제로 ESG 및 CSR,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기술 혁신과 기업의 대응 방안을 탐구한다. 나아가 인구학적 변화 측면에서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논의한다.

한국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은 우연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사람과 가치와 제도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통한 체계적인 전략과 혁신, 그리고 지속적인 변혁을 추구하는 역량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한국 경제와 기업 경영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향후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안한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측면에서 한국 기업의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기업들이 새로운 경영의 방향을 설정해가는 데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시장 논리에서 공동체 논리를 수용하는 이유는 개인의 주체성을 보장하고 장려하는 동시에 조직의 공동 목표를 이루는 것이 당면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우선이 아닌 공동선 추구의 관점에서 조직의 좋음과 개인의 좋음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또한 조직원과의 관계는 단순히 순응적이고 협조적인 관계에서 개인의 역량에 기반한 상호 협력적 관계로 변화해야 한다. 조직원을 가부장적 돌봄 대상이 아닌 자율성을 보장하는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 내부 그룹 중심의 강한 유대 관계에서 벗어나 보편적 동료 관계로 의식의 확장이 필요하다. 이 같은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특유의 사람 중심의 통합적 관점, 즉 관계와 공동선을 강조하고 사람을 배려하며 경험 많은 구성원의 지혜를 존중하는 특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MZ세대의 등장, 인권 존중, 사회적 가치 창출, 글로벌 인재 관리, 신뢰와 소통, 조용한 사직, 디지털과 AI 기반 업무, 유연 근무, 공정한 대우, 다양성과 포용성 등의 다양한 과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경제적 가치 추구와 함께 주체성의 존중과 사회적 가치의 추구, 환경적 고려가 동시에 요구된다. 이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은 사람관리를 위한 청사진, 즉 조직화 논리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이것이 조직의 가치와 전략적 방향에 부응하는지를 점검하고(최고경영층과 인사담당 임원), 이것이 어떻게 우리 공동체와 사람관리 구성 형태를 구성해 가고 있는지를 평가하며(인사팀), 이런 제도들이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지각되고 해석되는지를 파악하고(일선 관리자와 구성원), 우리 조직의 사람관리 방식이 조직의 생존과 발전 및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지를 진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호 소통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다(임직원). 모든 사업 행위(business activities)는 인간 행위(human activities)에 의존한다. 결국 사람관리는 인사팀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층, 일선 관리자,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 배종석

    배종석[email protected]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배종석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일리노이대에서 인적자원관리(HRM)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존재론, 인식론 및 가치론에 기반한 경영 철학과 거시적 인적자원관리(헌신형 HRM과 기업성과) 등이 주요 연구 분야다.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장, 한국인사조직학회장, 고려대 경영대학장 등을 역임했으며 주요 저서로 『인적자원론(제4판)』, 공저로 『경영교육 뉴 패러다임』 『ESG 시대의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경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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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배미정

    정리=배미정[email protected]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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