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는 AI 기술의 혁신적 진화를 보여준 축제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단순한 온디바이스 AI를 넘어선 피지컬 AI의 등장이다. 피지컬 AI는 범용 모델을 기반으로 현실 세계의 맥락을 이해하고 물리적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기존 AI와 차별화된다. AI 에이전트 제품들도 대거 선보였는데 이는 마치 과거 귀족사회의 하인들처럼 사용자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과거 모방 단계를 넘어 이제는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기업들의 피벗 전략과 지속가능성 기술도 주목할 만했다. SK의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화 기술, 바이오미테크의 이산화탄소 산소 변환 기기 등은 기업들의 혁신 의지를 보여줬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택시, 고객에 따라 광고가 변하는 디스플레이, 사람 일을 대신하는 AI 에이전트까지. CES 2025는 그 자체로 한 편의 SF 영화였다. AI 기술이 현실로 구현된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으며 AI가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어떻게 변화와 가치를 만들어 ‘PLAY’하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특히 AI 에이전트들이 우리가 해오던 일들을 알아서 척척 처리하는 모습은 마치 중세 시대 집안일을 도맡던 하인들의 세계로 우리를 ‘REWIND’ 시켜주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그러나 전시를 둘러보며 중국 업체들의 눈부신 AI 기술력을 접했을 땐 너무도 빠르게 ‘Fast Forward’하는 듯한 속도감에 두려움도 느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번 CES 2025에서는 잠깐의 ‘PAUSE’, 즉 지속가능한 인류를 위해 잠깐의 숨 고르기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이 중요하게 떠오른 것도 인상적이었다.
생성형 AI 기술의 진화로 우리는 비로소 초개인화된 스마트홈, 스마트카, 스마트워크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초개인화된 편리함이 주는 달콤함 뒤에는 감시(Surveillance) 사회에 대한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고 데이터를 담고 운영하는 데이터센터가 배출하는 엄청난 이산화탄소와 에너지 소비 문제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그림자가 됐다. AI 보안기술, 온디바이스 AI 칩, 에너지 전환 기술들이 유독 이번 CES에서 더 주목을 받은 이유도 이 때문인 듯하다.
차경진 교수는 한양대 경영학부 경영정보시스템 전공 교수이며 비즈니스인포메틱스학과 학과장이다. 호주 태즈메니아대에서 학·석사를, 호주국립대 경영정보시스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부터 LG, 삼성, KB금융지주,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에서 ‘데이터로 고객 경험을 만들어 가는 AI 기술 및 DCX(Data driven Customer eXperience)’ 프로세스를 강의하고 자문해 왔다. 또한 카카오와 신세계아이엔씨의 사외이사를 맞고 있다. 특히 제조업, 유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 혁신을 자문했다. ‘DBR CES 2025 인사이트 투어’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참관단을 이끌며 깊이 있는 분석과 인사이트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