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기업들은 성격 검사를 기초로 고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인재를 선발해왔다. 예를 들어, 치밀하며 논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면 고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채용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성과를 잘 낼 만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성과를 내는 인재라도 조직의 문화나 가치 체계가 자신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주의 문화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입사 1년 이내 퇴사율이 40%에 달하는 ‘대퇴사의 시대’에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HR 관행이 필요하다. 성격 외에 개인의 가치 체계에 대해서도 진단하고 분석해야 한다. 성격이 성과를 예측한다면 가치는 재직 기간이나 퇴사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변수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조직이나 특정 직무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면 직원들의 몰입도가 높아지고 조직의 경쟁력이 강화된다. 가치 체계에 대한 심리 검사 기법과 AI 시스템의 발전 등으로 가치를 중시하는 HR의 새로운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참고문헌
1 Carr, J. C., Pearson, A. W., Vest, M. J., & Boyar, S. L. (2006). Prior Occupational Experience, Anticipatory Socialization, and Employee Retention. Journal of Management, 32(3), 343–359.
2 Ohler, D. L., & Levinson, E. M. (2012). Using Holland's theory in employment counseling: Focus on service occupations. Journal of Employment Counseling, 49(4), 148–159.
3 Rezaei, A., Qorbanpoor, A., AhmadiGatab, T. & Rezaei, A. (2011).Comparative research for personality types of Guilan University physical exercise and counseling students based on Holland theory. Procedia-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30, 2032-2036.
4 Twenge, J. M., Campbell, S. M., Hoffman, B. J., & Lance, C. E. (2010). Generational differences in work values: Leisure and extrinsic values increasing, social and intrinsic values decreasing. Journal of Management, 36(5), 1117–1142.
A 씨는 기업에 필요한 사람들을 선발하고 채용하는 인사팀 직무에 관심이 있어 대학 시절부터 HR 학회와 학술 동아리에 열심히 참여해왔다. 여러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으면서 취업 준비를 탄탄히 해온 결과, 대기업 인사팀에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입사 6개월이 지나고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직무였고 일 잘한다는 칭찬도 받았다. 하지만 과거 관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채용 방안을 제안하자 기존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HR 부서 상사들에게 번번이 거부당하고 말았다. 새로운 관행으로 인해 여러 가지 노무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평가 및 보상 체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하던 일이나 잘하라는 핀잔을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원하던 직무였지만 A 씨는 끝내 퇴사를 결정하고 말았다.
HR의 메가트렌드 중 하나는 조기 퇴사자의 급증이다. 이른바 ‘대퇴사’의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에는 대졸 신입 사원이나 경력직의 1년 이내 조기 퇴사율이 40%를 넘는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취업자 입장에서의 조기 퇴사는 취업의 실패일 수도 있고 취업 전략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조기 퇴사는 명백한 채용의 실패다. 조기 퇴사로 인해 기업은 직접 비용(재직 기간 인건비, 채용 및 교육 비용 등)뿐 아니라 조직 내 지적 자산 유출, 팀 내 사기 및 생산성 저하 등의 간접 비용과 기회비용까지 감내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 사람의 채용 실패로 인해 기업이 지불하는 비용이 관리직의 경우 2년치 급여에 해당한다고 한다.
채용 실패의 원인은 채용 과정에서의 검증 소홀과 관련이 있다. 검증 역량이 부족했거나 인력 충원이 시급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우수 인재 검증에만 초점을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우수 인재가 반드시 오래 다닐 인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우수 인재 검증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오래 다닐 사람인지에 대한 검증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퇴사의 시대, 오래 다닐 수 있는 인재인지에 대한 검증은 HR 분야의 최대 과제가 돼야 한다.
계획된 조기 퇴사와 계획되지 않은 조기 퇴사
조기 퇴사는 ‘계획된’ 것과 ‘계획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계획된 조기 퇴사는 채용 과정에서 여러 희미한 신호를 드러내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미리 포착하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원자는 보통 지원 단계에서부터 이미 조기 퇴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과 직무에 대한 지원자의 요건, 경험/경력의 적합도, 취업 준비도, 입사 후의 계획이나 회사/직무에 대한 태도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면 퇴사의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다음 단계 목표를 명확히 가지고 있는 조기 퇴사이든 그렇지 않든, 현재의 회사를 자기 경력의 징검다리로 생각하고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이와 관련한 신호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비롯한 국내 유수 조직의 다양한 심리검사 및 역량진단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해왔으며 조직 진단 및 개발 프로젝트와 교육 컨설팅을 수행했다. 성균관대에서 조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역량 평가와 리더십 진단/개발 관련 연구와 사업을 하는 ORP연구소 부대표, 성균관대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등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