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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아는 ‘못된’ 문화

보상이 성과를 떨어트린다고?

김영훈 | 394호 (2024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회사 일이 재미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상 시스템이 일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보상을 받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상은 직원들의 내적 동기를 떨어뜨리며, 보상을 받지 못한 직원들의 불만을 키워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린다. 직원들이 아예 내적 동기가 없거나 과제를 단기적으로 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때는 보상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일에 대한 내적 동기를 높이는 유일한 길은 보상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농구장에 들어설 때마다 경기의 결과가 내 미래에 끼칠 영향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돈과 명성에 관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농구 게임은 내게 비즈니스로 변해가고 있었다. 먹고살기 위해서 농구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마다 농구가 내게 주던 마법과 같은 즐거움은 사라지고 있었다.”

미국 최고의 프로 농구 선수였던 빌 러셀이 은퇴 후에 한 이야기이다. 빌 러셀은 NBA(미국 프로농구)에서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진 흑인 농구 선수이다. 1956년부터 1969년까지 13년간 보스턴 셀틱스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무려 11번의 NBA 우승을 차지했다. 딱 2번만 우승을 놓친 셈이다. 하지만 그가 프로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농구를 즐기지 못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농구가 주던 마법 같은 즐거움은 도대체 어디로 갔던 것일까? 왜 그는 농구가 즐겁지 않았던 것일까? 농구가 주는 기쁨으로 농구를 잘하게 됐고 프로선수가 됐는데 말이다.


보상 때문에 일이 하기 싫어진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스탠퍼드대 심리학과의 마크 래퍼 교수가 시행한 실험1 을 살펴보도록 하자. 마크 래퍼 교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실험 대상자로 모집한 후 아이들을 3개 조건 중 한 조건에 무작위로 배정했다. 첫 번째 조건에 배정된 아이들에게는 “여기 있는 매직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상을 줄게요”라고 말했고, 그림을 그린 후에는 약속대로 상을 줬다. 두 번째 조건에 배정된 아이들에게는 “여기 있는 매직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돼요”라고 말했고, 그림을 다 그린 후에 기대치 않게 상을 줬다. 세 번째 조건에 배정된 아이들에게는 두 번째 조건처럼 “여기 있는 매직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돼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림을 다 그린 후에 어떤 상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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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훈[email protected]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필자는 사회심리학자이자 문화심리학자이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에서 학사, 아이오와대에서 석사, 일리노이대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2013년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특훈교수’에 선정 및 임명됐고 2015년 아시아사회심리학회에서 ‘최고의 논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 걸 그랬습니다』 『노력의 배신』이 있다. 삼성, LG, 사법연수원, 초·중·고등학교 학부모 연수 등 각종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칭찬과 꾸중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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