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은 기업의 핵심 과제다. 그저 돈만 있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인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 고유의 조직문화를 갖추는 것이 금전적인 이슈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유로운 히피 문화를 중심에 둔 벤앤드제리스 아이스크림, 직원 행복과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 관점에서 문화예술경영 접근법은 매우 효과적이다. 특이한 경영진이나 오너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구조적으로 매력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경영 요소는 구성원들의 공통분모로서 소통의 단초이자 과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조직에 적합한 문화예술경영 요소를 찾는 과정 자체가 조직의 아우라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편집자주 | 본 원고는 홍익대학교 전략경영연구회(김민석, 김보경, 김수현, 김하늘, 서재용, 송지영, 진예원, 최윤서, 최재신)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기업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모집하고 유지하기 위해 보통 금전적 보상이나 논리적 설득을 활용한다. 하지만 사람은 돈이나 이성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감각을 직접 자극하는 문화예술경영 접근법이 조직 관리 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이유다.
기업 인사 담당자의 고민은 직원의 채용과 유지에 있다. 일하고 싶은 지원자를 충분히 확보해 그중에서 적임자를 뽑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이미 근무하고 있는 유능한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이직하지 않도록 단단히 붙들어 둬야 한다. 대체로 인사 담당자들은 이 과정에 큰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최소한의 연봉을 계산하거나 비용 절감을 위해 서류 심사에 인공지능을 도입한다. 인사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것을 고민하기도 한다. 문제는 효과적인 채용과 유지가 금전적 이슈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많은 지원자를 유인할 수는 있지만 역으로 높은 임금만을 원하는 약삭빠른 지원자만 주로 유인하는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직장이 나타나면 쉽게 이직의 길에 들어선다.
사실 이상적인 형태는 누구나 알고 있다. 다른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제시하고 우수한 인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평판을 갖춘 후 회사의 인재상과 부합하는 사람을 잘 가려서 모으는 것이다. 이를 위한 좋은 토대이자 해법이 바로 회사 고유의 조직문화를 창조해 널리 알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조직문화 구축에 성공한 사례로 적어도 두 개의 기업을 잘 알고 있다.
첫 번째 기업은 1970년대에 미국에서 설립된 벤앤드제리스 아이스크림이다. 벤 코헨과 제리 그린필드라는 두 명의 동업자는 당시 1960년대의 미국을 휩쓸던 자유, 평등, 반전 등의 히피 문화를 자신들이 창업한 회사에서 실현하길 원했다. 신입 사원과 최고경영자의 임금 차이가 다섯 배를 넘지 못하게 하는 파격적인 평등 정책도 이 철학의 일환이었다. 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은 벤앤드제리스에서 일하기 위해 줄을 섰다. 대표적인 경쟁 기업이었던 하겐다즈의 강한 견제 속에서도 이들은 유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기업은 1960년대 미국에서 설립된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헐버트 켈러허 창립자가 추구했던 ‘펀 경영(Fun Management)’의 철학은 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중시하는 것이다. 켈러허는 설립 초기, 목표로 하던 이익을 거두자 금을 사서 모든 직원에게 나눠 주고 직원 생일 파티에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참석해 케이크를 얼굴에 찍어 바르는 등 스스로 무너질 줄 아는 파격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1992년 기업의 슬로건 사용 문제로 한 군소 항공사로부터 소송을 당하게 되는데 환갑이 넘은 나이에 37세의 상대 CEO에게 ‘팔씨름 승부로 해결하자’는 이벤트를 제안했고 그 결과 가볍게 제압당했다. 켈러허는 팔씨름엔 졌지만 문제 해결에는 성공했다. 이 이벤트를 통해 충분한 홍보 효과를 거둔 상대 기업이 기꺼이 슬로건 사용 권한을 양도한 것이다. 나아가 양사는 소송을 회피하면서 아낀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근엄하고 엄숙한 경영 방식을 탈피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리스트에 항상 오른다.
기업의 아우라와 채용이처럼 독특한 조직문화를 형성했던 기업에는 독특한 캐릭터를 갖춘 최고경영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벤앤드제리스 아이스크림이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외에도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애플의 스티브 잡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은 모두 매우 강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사랑받는 조직문화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가 반드시 독특한 캐릭터를 갖춰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최고경영자의 독특한 캐릭터는 CEO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경영자가 지나치게 편중적인 정치적 성향을 보이거나 가벼운 언행을 일삼으면 일반 대중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오히려 대중의 외면을 받아 기업가치가 하락하거나 경영자 또는 오너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경영자 리스크에서 탈피하면서도 독특한 조직문화를 창출하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문화예술 경영 접근법이 중요하다.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조직의 아우라를 갖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영자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닌 기업 전체의 아우라를 통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다.사실 기업의 아우라는 작은 것에서 시작해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근무 공간 구성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필자가 20여 년 전에 근무했던 직장에서는 신입 사원 뒤에 대리, 그 뒤에 과장, 그 뒤에 부장 등으로 책상이 배치돼 상급자는 하급자의 등을 보면서 근무했다. 마치 하급자를 감독 또는 감시하는 구조였다. 이제 이런 구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팀별로 집중 배치돼 서로를 바라보는 구조로 앉곤 한다. 더 개방적인 기업에서는 스마트 오피스를 구현하기도 한다. 이 구조에서는 고정된 좌석을 배치하는 대신 개인이 그때그때의 업무 성격에 따라 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오전에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위해 폐쇄된 공간을 선택했다가 오후에는 팀원과의 미팅을 위해 미팅 룸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외근이 있는 날에는 자리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기업은 이러한 공간 운영에서 절약한 잉여 공간을 직원의 복지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구글과 같이 사원 복지 수준이 높다는 기업이 마련하고 있다는 게임, 마사지, 체육 등 다양한 문화예술적 복지 공간을 약간의 추가 비용을 통해 일반 기업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열쇠는 발상의 전환에 있다. 작은 변화에서 시작되는 문화예술경영 접근법이 기업의 아우라를 창출함으로써 노동 시장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을 추구하는 지원자들을 유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갈등과 이직 관리조직에 적용되는 문화예술적 요소는 구성원의 충성도를 높이고 갈등을 낮추는 구체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조직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소통의 부재에 있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에 조직 구성원은 고립감을 느끼고 이직 충동을 갖게 된다.
소통은 상하 관계와 수평 관계로 구분될 수도 있고 또는 공식적인 소통과 비공식적인 소통으로 구분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상하 관계에서의 소통 부재는 통상 하급자의 이직으로 귀결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Z세대의 ‘무례함과 당돌함’에 자괴감을 갖는 중간관리자의 고충도 자주 듣게 된다. 직장 동료 사이의 소통 부재는 직장 내 따돌림으로 발전하기 쉽고 이는 직접적인 이직 사유가 된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비대면 업무가 일반화되고 비공식적인 소통 경로가 단절되자 많은 기업이 서로 얼굴을 보고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일하는 것이 조직 응집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깨닫게 됐다. 소통의 중요성은 단순히 업무의 효율성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소통을 저해하는 요인은 개인적 성격과 성별로부터 정치, 종교, 스포츠 등에서의 성향 등 매우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그 자체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적더라도 사소한 입장 차이가 더해지면서 큰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요리 대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는 100인분 음식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출연자의 성격과 본인을 믿고 맡기라는 또 다른 출연자의 자신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남성 우월주의, 극단적 페미니즘 또는 정치적 정당성 이슈 등과 관련된 도그마는 직장 내 성차별 문제를 종종 일으킨다. 사소하게는 본인이 응원하는 야구 구단이나 종교 등 개인의 선호 또는 신념이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그 결과는 조직 내 갈등과 구성원의 이탈이다.
금전적 보상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조직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높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서로 접촉하지 않고 각자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모래알의 집합과 같은 이러한 조직 구조의 구성원은 언제든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이직할 확률이 높다. 조직 내 학습과 역량의 축적은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전략경영의 중요한 이론인 자원기반이론에서는 기업 구성원들이 맺는 복잡한 사회적 관계(Social Complexity)야말로 다른 기업이 모방하기 힘든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긍정적인 사회적 복잡성 구축하기디즈니사에는 1955년에 설립한 디즈니 유니버시티가 있다. 여기선 직원들에게 심리학이나 이미지 메이킹, 커뮤니케이션 등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하는데 하나의 중요한 원칙은 즐겁게 교육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친절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원 스스로가 즐거워야 하고 이를 체득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직원 사이의 ‘케미’가 매우 중요하게 강조된다. 교육 과정 중에는 원하는 디즈니 캐릭터를 선택해 다른 직원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것이 포함되는데 경력 사원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 과정 중에 제시되는 직원의 의견은 경영진에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이러한 과정은 히어로 캐릭터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개발하거나 낮은 연령 고객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즉각적으로 적용되는 등의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소통의 과정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결과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가 독특한 경쟁력을 창출하는 사례는 디즈니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처럼 미국의 사례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2013년에 유타의 낡은 푸드트럭에서 시작된 컵밥은 이제 연 매출액 600억 원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한류 사업이 됐다. 컵밥은 사실 한국 버전의 인스턴트식품이라는 점에서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한 미국인에게 통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업은 단순히 음식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송정훈 컵밥 대표는 한국의 흥과 정, 덤의 문화를 이 사업에 녹여냈다고 설명한다. 그 원천은 직원들 사이의 케미였다. 매장에서 춤을 추면서 고객과 함께 즐기고 한국말을 하는 손님에게 덤을 주는 등 흥이 만들어낸 매력적인 요소다. 2025년 ‘톡파원 25시’에 등장했던 이 기업의 직원은 컵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직장 동료보다는 가족으로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통 증진 프로그램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조직문화가 그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창업자에게 펀 경영을 기대할 수도 없고 설사 운 좋게 그런 진취적인 경영자를 만난다고 해도 언젠가 교체된다. 또한 그저 흥이 넘치는 일터를 만드는 것만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이러한 곳에서는 오히려 차분한 성격의 직원은 소외되기 쉽다.
외향적인 직원이나 내향적인 직원 모두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즐거운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조직문화 형성을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캐릭터에 의존하는 대신 소통을 증진하기 위한 조직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소통을 위한 적절한 주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을 나눌 공식적인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직원의 단합을 증진하기 위해 체력 단련 캠프나 등산을 통해 함께 고생하면서 응집력을 갖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대체로 쓸데없이 고생만 시킨다는 불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일과 후 회식도 마찬가지다. 회식은 회사가 모임 비용을 지불할 테니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응집력을 키워 보라는 취지의 행사다. 그러나 소통의 장이 되기보다는 상급자에 대한 아부의 장이 되거나 혹은 상급자의 불통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럴 바에는 개인의 자유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느끼는 직장인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해야 하는 중간관리자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체력 단련 캠프, 등산, 회식에서 결여된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바로 소통의 주제와 소통의 과정이다. 이 지점이 바로 문화예술경영 접근법이 적용될 수 있는 장소이다. 먼저 소통의 주제에 대해 살펴보자. 체력 단련 캠프, 등산, 회식에서 서로 나눌 수 있는 주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또는 함께 밥을 먹으면서 시간을 공유하는 상황을 제공할 뿐이다.
문화예술경영 접근법은 소통을 위한 적절한 주제를 제공한다. 사람들이 서로 느낌이나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는 공통된 주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주제가 정치적 사안이나 종교적 신념이나 또는 본인이 응원하는 스포츠팀에 대한 것이라면 소통이 편하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 성향이 강하게 적용될 수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대신 미술, 음악, 연극, 문학, 소품 등 체험과 감각에 대한 것이라면 훨씬 자연스럽게 본인의 느낌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 문화예술 체험 활동을 공유하면서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식을 하더라도 최근 유행하는 뮤지컬 펍에서 모임을 갖는다면 훨씬 특별한 경험을 나눌 수 있다. 워크숍을 하더라도 가죽으로 간단한 명함 케이스를 제작하는 등의 공동 작업을 한다면 창작의 경험을 나눌 수 있다.
만약 공연 관람이나 명함 케이스 제작 등이 회사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것에 별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된다면 소통의 주제를 업무적인 것으로 고정한 채 소통의 과정을 개선하는 것에 문화예술적 요소를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비전을 공유하거나 조직 내 갈등 수준을 낮추기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서 기존의 단골 메뉴였던 주입식 교육, 상의하달식 연설, 외부 강사의 강연 대신에 문화예술경영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비전 공유를 위한 특별한 도구를 활용하는 하나의 예로 레고의 시리어스 플레이 워크숍을 들 수 있다. 참여자들이 각자 머리에 그리고 있는 회사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조각을 사용해 조립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기업 비전을 공유하는 경험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근사한 조각물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그 결과물에 반영된 생각을 서로 나눈다는 것이다.
또는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직장에서의 하루를 표현하는 에피소드를 만들어서 직원들이 역할극을 하는 연극으로 연출해 보는 프로젝트도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 역시 얼마나 연기를 잘하느냐가 아니라 서로의 이상적인 일상이 어떤 것인지 생각을 서로 나누는 것이다. 회사의 미래에 대해 커다란 백지에 여러 직원이 구역을 나눠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만약 좀 더 예술적인 작품을 남기고 싶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전문적인 연극 연출가나 미술 작가는 연극이나 미술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다. 이것은 참여 직원의 소속감을 높이는 것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조직에 맞는 문화예술경영 접근법 찾아야지금까지 기업의 격조를 높이는 것은 기업의 아우라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유입하거나 유출을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아우라의 형성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경영자의 카리스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경영 접근법을 활용하는 계획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많은 기업은 기업이 출자한 문화재단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기업의 문화적 자산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경영 접근법을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도입해 우수한 인재를 유입하거나 이직을 막는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은 드물다. 즉 기업이 수행하는 예술 지원 활동은 창업자의 선한 의지를 구현하는 기부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사회공헌 활동 개념의 진화 경로를 살펴보면 단순 기부에서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 공유가치 창출 등으로 발전하면서 사회와 더불어 기업에도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모형을 모색하고 있다.
문화예술경영 접근법은 이런 맥락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기업은 외부적으로 문화적 자산을 쌓을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조직의 역량을 쌓기 위해 문화예술적 요소들을 사용할 수 있다. 디즈니 유니버시티처럼 독립적 조직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고 유타의 컵밥 기업처럼 근무에서의 일상적 관습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형성한 우월한 조직문화는 인사 관리 담당자의 고민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직원끼리 영화나 미술 전시를 함께 관람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조직의 아우라를 높일 것이라고 단순하게 믿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체력 단련 캠프, 등산, 회식보다 더 나은 응집력 제고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하기 위해서는 경영과 예술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필요할 수 있다. 소통 제고를 위한 적절한 주제와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타 기업이 선택한 방식, 예를 들어 연극 관람이나 상황극 연출이나 시 낭송 등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매우 어색할 수도 있다. 우리 기업에 적합한 문화예술경영 접근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 노력 자체가 조직의 아우라를 높이는 길이자 사랑받는 기업을 만드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