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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사나우면 손님 끊긴다

박재희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유능한 인재를 불러 모으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능력이 있는 인재가 그 조직에 얼마나 오려고 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더가 인재를 엄청나게 아끼는데도 인재가 선뜻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한비자(韓非子)는 그 이유를 맹구지환(猛狗之患)의 고사로 설명하고 있다.
 
“송나라 사람 중에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술도 넉넉히 주고 오는 손님에게 정말 친절히 대하는데도, 언제부터인가 손님이 점점 줄었다. 급기야 술이 팔리지 않아 문을 닫게 됐다. 술집 주인은 그 동네에서 가장 지혜로운 어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술집을 세세히 관찰하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보니 너희 집 개가 사나워 그런 것이다. 손님이 오면 사나운 개가 그토록 짖어대고, 심지어 어린아이가 부모의 심부름으로 술을 사러 오면 개가 물어뜯으며 위협하니, 어느 누구도 너의 집에 술을 사러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술이 맛있어도 사나운 개가 있는 한 손님이 안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라.’”
 
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라에도 사나운 개가 있다고 했다. 훌륭한 인재가 좋은 능력을 갖고 찾아왔는데도 주변의 측근 대신들이 사나운 개가 되어 이리저리 그 사람을 헐뜯으며 참소한다면, 결국 인재들은 모두 떠나고 진정한 인재가 찾아오지 않게 될 것이란 뜻이다. 이 이야기를 꺼낸 한비자의 본의는 간단하다. 아무리 인재를 아끼는 군주가 있더라도, 인재가 오는 것을 막고 오로지 헐뜯기만 하는 사나운 개와 같은 신하로 주변이 가득 차 있다면 어떤 인재도 그 조직에서 배겨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순자(荀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질투하는 친구가 있는 선비 주변에는 좋은 친구가 모여들지 않는다(士有妬友則賢交不親). 군주에게도 질투하는 신하가 있으면 그 주변에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들지 않을 것이다(君有妬臣則 賢人不至).”
 
여기서 질투 많은 벗인 ‘투우(妬友)’와 질투 많은 신하를 뜻하는 ‘투신(妬臣)’은 한비자가 말한 사나운 개, 맹구(猛狗)와 같다. 그저 자신의 자리나 보존하려고 으르렁거리는 사나운 개가 있는 곳에 능력 있는 대붕(大鵬)이 날아들 리 없다. 구만리 창천을 날 수 있는 대붕은 사나운 개의 짖는 소리가 듣기 싫어 쓴웃음을 지으며 다른 먼 하늘로 떠난다.
 
순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맹자(孟子)도 군주의 주변에 어떤 신하들이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외국어 배우는 일에 비유하고 있다. 초(楚)나라 사람이 자식에게 제(齊)나라 말을 배우게 하려면 제나라 수도 중심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나라 말을 아무리 잘 가르치는 선생을 둬도 초나라에서 배운다면, 수업이 끝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초나라 말을 할 것이니 결국 제나라 말에 능통할 수 없다는 논리다. 맹자의 이 이야기도 주변에 어떤 신하들이 포진해 있는가에 따라 주군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고,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변에 누구를 두는가는 너무나 중요하다. 측근 한 사람이 사나운 개가 되어 찾아오는 인재를 물어뜯고, 리더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면 조직에 그보다 더 큰 불행은 없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가까이에 있는 주변 사람들을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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