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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이 답이다

즉답보다 중요한 건 진정성 오너십 갖고 해법 찾아줘야 한다

김정수 | 211호 (2016년 10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상대방이 어떤 문제에 대해 문의해올 때 오너십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려면 가장 먼저 즉각적으로 무엇이든 답을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대방에게 답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만 늘어놓을 뿐 정작 도움되는 해결책을 주기는 어렵다. 상대방의 문제가 내 문제라고 생각하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 고민하며, 문제에 대한 오너십을 공유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를 알고 답을 같이 고민할 때에는 방법론에 대한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자세로 소통에 임해야 한다.

 

 

사례 1

일본계 기계회사 한국 지점에 다니는 신입사원 양 대리는 본사 사옥 이전으로 갑작스레 서울 시내에서 서울 근교 신도시로 이사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다행히 신사옥 근처에 자신의 전 재산인 5000만 원(현재 살고 있는 오피스텔 전세금)을 가지고 이사할 집을 찾았다. 문제는 아직 그 집이 완공 전이어서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수소문 끝에 새 사무실 근처에 먼저 숙소를 잡은 회사 동료 집에서 6개월간 월세를 절반 나누어 내는 조건으로 같이 살다가 이후 새 집으로 옮겨 가기로 하고 동료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제 양 대리는 이전에 살던 오피스텔 전세금 5000만 원을 반 년 동안 어디에 어떻게 묻어둬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양 대리에게는 전 재산이었고 6개월 후 전세금을 내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안전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 돈이었다. 양 대리는 주식, 펀드 등을 알아보다가 결국은 가장 안전하다는 은행으로 발걸음을 돌려 은행원과 상담을 시작했다.

 

여윳돈이 5000만 원 정도 있는데 어떤 상품에 투자를 하면 좋을까요?” 양 대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은행원은 청산유수로 각종 상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주식형 상품은 고수익을 기대하실 수 있지만 원금손실 위험이 있고 정기적금은 안전하지만 요즘 이자율은 2% 정도여서 큰 수익은 없습니다. 주식형 상품을 생각하신다면 A 펀드, B 펀드 등이 있고, 그 외에 ELS 같은 상품들도 있습니다.” 평소에 들어보지도 못한 어려운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니 양 대리는 뭐가 뭔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기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2% 수익은 너무 낮은 것 같고 주식형 상품에 투자를 했으면 하는데원금 보장이 안 된다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가요?” 어렵사리 입을 뗐다. “궁금하시면 최근에 주가지수 추이를 보여 드리지요.” 은행원은 컴퓨터 화면에 복잡한 차트를 하나 띄워두고 어려운 용어들을 써 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양 대리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아무리 들어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얼마 정도 되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렇게 설명해 주시니까 잘 모르겠네요. 앞으로 주가지수가 5%, 10% 이렇게 오를 때와 내릴 때를 가정해서 적금하고 어느 것이 더 유리한지 추천을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양 대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컴퓨터 자판을 토닥토닥 두드리던 은행원은 또 다른 차트를 컴퓨터에 띄워두고 기나긴 설명을 시작했다. 얘기가 길어질수록 양 대리는 점점 더 혼란스러웠다. “죄송한데, 그래도 잘 모르겠네요. 어떤 경우에 어떻게 된다는 건지….” 은행원은 이것도 이해 못하냐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고객님께서 물어보신 사항에 대해서 제가 분석 자료를 다 설명해 드린 거예요.”

 

여윳돈이 생겨도 은행에 맡기기조차 쉽지가 않구나. 내가 금융지식이 없어서 질문을 잘못한 건가? 누군가 내 상황을 잘 이해하고 딱 들어맞는 해답을 좀 주면 좋을텐데….’ 양 대리는 실망한 채로 은행 문을 나서야 했다.

 

 

 

사례 2

반도체 장비 업체에서 일하는 신입사원 김 대리는 지방에서 23일 일정으로 열리는 전사 워크숍을 3일 앞두고 치과에 갔다. 조금씩 아프던 어금니가 워크숍을 앞두고 과로를 하는 와중에 너무 나빠졌기 때문이다. 진단을 마친 의사는 이가 많이 나빠져서 치료를 위해 일주일간 매일 치과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덜컥 워크숍 걱정이 앞섰다. 현지에서 진행이나 각종 준비 등을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치과에 오느라 워크숍을 빠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워크숍을 가면 이가 너무 아파서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았다. “선생님, 제가 3일 후에 지방 출장을 가는데 오늘 치료를 시작해도 중간에 3일은 치과에 못 올 것 같은데요.” 그러자 의사는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3일씩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다녀와서 치료를 하세요라고 말했다. 이가 너무 아팠던 김 대리는 선뜻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선생님, 지금도 많이 아픈데 지방 가서 더 아프면 어쩌죠? 그럴 가능성이 있나요?” 그러자 의사는그럴 수도 있지요라고 답했다. “그럼 출장을 포기하고라도 치료를 당장 받는 편이 나을까요?”라는 양 대리의 질문에 의사는중요한 출장이고 회사 업무에 지장이 있을텐데 괜찮겠어요?”라고 말하며 마스크를 벗었다.

답답해진 김 대리가 다시 질문했다. “선생님,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아픈 걸 참으면서 출장을 가는 것과, 치료는 시작하고 중간에 며칠 출장 가는 동안 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출장을 안 가는 것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좀 해주세요.”

이에 대해 의사는치료를 안 하고 가면 계속 아플 수가 있습니다. 진통제를 주기는 할 텐데 잘 들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치료를 하다 중간에 가면 임시로 치료해 놓은 부분이 더 아플 수도 있는데 별일이 없을 수도 있기는 합니다. 이것 때문에 회사의 중요한 일을 포기할 정도냐고 물어보신다면글쎄요, 그건 회사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니 제가 뭐라고 말씀 드리기는 어렵네요라고 답했다.

김 대리 입장에서 보면 의사의 조언은 어디 하나 틀린 데가 없고 너무나 논리정연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냉정한 대답이었다. 양 대리는 그저 의사가 야속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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