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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HR전략

공룡보다 카멜레온 조직역량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한다

김성남 |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계관은 뷰카(VUCA)로 잘 설명할 수 있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영어 앞글자를 딴 표현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이 갖춰야 할 네 가지 조직역량은 ▶ 빛의 속도로 방향을 바꾸는 능력 ▶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능력 ▶ 소프트웨어를 통해 하드웨어의 가치를 높이는 능력 ▶ 조직 안팎의 역량을 모두 활용하는 능력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대응 능력이 국가 차원에서부터 다른 선도 국가들에 비해 취약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국가들이 4차 산업혁명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순위를 매겼다.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 수준, 사회간접자본, 교육 시스템,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에 대한 가중평균 분석 결과 스위스가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 등이 상위권에 랭크된 가운데 일본과 대만은 각각 12위와 16위를 차지했는데 한국은 25위에 그쳤다.

한편 국내 한 기술평가 전문기관은 몇 년 전 중국과 한국의 기술격차, 즉 중국 기술력이 한국 수준에 이르는 데까지 예상 소요 기간을 분석한 바 있다. 2008년과 2014년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 전자산업은 양국 격차가 3.4년에서 1.8년으로, 기계산업은 3.4년에서 1.7년으로, 석유화학산업은 1.9년에서 0.4년으로 각각 좁혀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으로 실시한 또 다른 조사 역시 눈길을 끈다. 세계 주요 10대 연구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를 분야별로 5개씩 선정한 결과 중국은 8개, 한국은 3개 분야에 포함됐고 그나마 2개는 한국이 중국보다 순위가 뒤처져 있었다.1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한국 5대 주력 산업 중 아직 경쟁력이 남아 있는 산업은 반도체 하나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 문턱의 불안한 한국호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국내 기업 100개사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2015년 6월부터 9개월에 걸쳐 기업문화 진단을 실시했다. 맥킨지가 발표한 보고서는 77%에 달하는 국내 기업의 조직건강도는 글로벌 하위권에 속했다. 또한 상습적 야근, 비효율적 회의, 상명하복식 지시 등 후진적 기업문화가 심각한 폐단으로 지적됐다.

이런 현상을 가져오는 근본 원인으로 비과학적인 업무 프로세스, 비합리적인 평가 시스템, 리더십 역량 부족 등이 꼽힌다. 이 조사는 맥킨지가 개발한 조직건강도(OHI·Organizational Health Index) 모델에 기반해 리더십, 업무 시스템, 혁신 분위기, 책임 소재 등 조직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사항을 정량화한 뒤 글로벌 1800개사의 평균과 비교한 것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우리 경제와 기업이 20세기 산업사회 모델을 뛰어넘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생존하는 기업의 조직역량

4차 산업혁명은 직업혁명이 핵심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기술 등의 발전으로 직업과 노동의 미래가 극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일하는 방식, 인재상, 채용 브랜드 등과 관련해 변화 모습과 대응 방안은 앞선 원고에서 이미 다룬 바 있다.2 그런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경영자들의 고민이 너무 인재, 직무, 인사제도에만 집중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경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조직역량(organization capability)이 개인 차원의 역량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이스라엘 헤브루대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과 구별되는 능력을 ‘조직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기업 전체 수준까지 확대한 것이 조직역량이다. 개인 차원의 ‘역량(competency)’은 ‘(인재가) 우수한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로 동기(motivation), 특성(traits), 자기인식, 지식, 스킬’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3 그런데 조직 내 개인들의 역량을 모두 합한 것이 조직역량과 같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조직역량은 개인 역량 외에도 조직원 공통의 성공 경험, 체계적인 일처리 방식, 효율적 관행과 제도, 프로세스와 문화 등이 모두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직역량은 자산이자 부채이기도 하다. 한때는 조직의 성공을 가져왔던 강점이 상황 변화에 따라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의미다. 조직역량이 부채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코닥(Kodak)이다. 흔히 코닥의 실패가 디지털에 대응을 못해서라고 하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 회사는 1975년에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디지털카메라 제조업체에 센서(CCD)를 제공했으며, 관련 특허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오히려 이 회사의 실패는 탁월한 아날로그 필름 관련 기술 및 상품화 역량이 ‘부채’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조직역량은 무조건 크고 많은 것이 능사가 아니다. 외부 환경, 회사 전략에 따라 최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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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역량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전략을 잘 짜는 것, 남보다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 우수한 인재를 내부적으로 잘 키우고 활용하는 것 등이 모두 조직역량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직역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조직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시도에는 위험이 따르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블루오션 전략에서 얘기하는 ‘전략 캔버스(Strategy Canvas)’ 개념을 생각해보면 쉽다. 스마트한 기업들은 몇 가지 조직역량은 ‘세계적 수준’으로 가져가되 다른 조직역량은 평균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고객니즈 대응능력, 의사결정 스피드, 물류운영 역량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처럼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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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남

    김성남[email protected]

    칼럼니스트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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