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기업인 갭(Gap Inc.)은 비영리 연구단체인 ICRW(International Center for Research on Women)와 제휴를 맺고 개발한 PACE(Personal Advancement and Career Enhancement) 프로그램을 인도 등 개도국에 위치한 자사 생산 공장에서 2007년부터 운영 중이다. 개도국 협력업체 여성 인력의 리더십 함양에 초점을 둔 만큼 이 프로그램은 65∼80시간 동안 문제해결 방법, 의사결정 방법, 법률 및 재무 등에 관한 교육을 수강해야만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짜여 있다. 총 8∼10개월 동안 고급 기술교육을 모두 받은 여성들에겐 관리자로 승진할 기회가 주어진다. 여성을 단순히 숙련 노동자로 만드는 데 초점을 두지 않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은 인재로 거듭나게 하는 게 PACE 프로그램의 목표다. 2012년부터 갭은 다른 회사가 운영하는 개도국 다른 공장에도 이 프로그램을 전파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100만 명의 여성들이 PACE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프로그램 도입을 원하는 모든 기업에 무상으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
의류업계에서 SPA(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자체상표 부착 유통)는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옷 자체도 관심사지만 자라의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가 빌 게이츠를 제치고 2016년 세계 최고의 부호로 등극한 사실도 눈길을 끈다.
SPA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회사는 갭(Gap Inc.)이다. 196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이 회사는 1986년에 세계 최초로 SPA 아이디어를 구현시킨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유니클로, 자라, H&M의 전 세계 시장공략이 워낙 거침없는 탓에 상대적으로 주춤해 보인다. 그래도 만만히 볼 회사는 아니다. 갭(Gap) 외에 바나나리퍼블릭(Banana Republic), 올드네이비(Old Navy) 등의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으며 2016년 매출액은 158억 달러에 달한다.
남녀평등과 교육을 중시하는 갭(Gap Inc.)
갭은 ‘여성’과 ‘교육’이란 측면에서 독특한 시각을 갖고 있다. 우선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 갭의 창업자는 도널드 피셔(Donald Fisher)와 도리스 피셔(Doris Fisher) 부부다. 남편 혹은 아내 혼자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회사를 키워 왔다. 도리스 피셔는 미국을 움직이는 파워 비즈니스 우먼 중 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이 회사에는 ‘남녀평등’ 기업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돼 있다. 부사장급 이상 남녀 비율이 거의 50대50이다. 말로만 성 평등을 외치는 공허한 회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교육에 관한 관심도 남다르다. 창업자 도널드 피셔는 KIPP(Knowledge Is Power Program), TFA(Teach For America)처럼 미국의 열악한 공교육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비영리기관에 많은 돈을 기부하거나 이사 직무를 수행해 왔다.
의류업체들에는 어떤 사회공헌이 매력적일까? 가치사슬을 살펴보자. 유명 의류업체는 대부분 협력업체가 생산을 맡고 있다. 협력업체의 생산 공장은 과거 중국이나 멕시코 중심에서 이제는 방글라데시, 아이티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인건비 때문이다. 개도국으로 갈수록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낮다. 봉제공장의 80% 이상이 여성 근로자다. 따라서 현지 여성 인력들의 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훈련이나 교육 등을 통해 지원해 준다면 이는 의류업체의 품질 제고뿐 아니라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여성들의 보다 나은 삶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유니클로의 예를 살펴보자. 이 회사에는 타쿠미(Takumi, 匠의 일본 발음)라고 불리는 그룹이 있다. 업계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을 지칭한다. 유니클로는 2000년부터 이들을 거래선 생산 공장에 파견하기 시작했다. 생산현장에서의 기술지도, 공정관리, 인재육성이 주된 목적이다. 이들이 해외 공장에서 기술을 지도한 만큼 그 공장의 기술 수준이 향상된다. 업계 특성상 유니클로 제품만을 생산하는 공장은 없다. 다른 여러 브랜드도 함께 생산한다. 따라서 그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브랜드의 기술력이 향상된다.
신현암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경영학)를 받았다. 제일제당에서 SKG 드림웍스 프로젝트 등을 담당했고 CJ엔터테인먼트에 근무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및 사회공헌실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설렘을 팝니다』 『잉잉? 윈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