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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승진제도 설계

조직 활성화시킬 승진자 심사, 과거 업적보다 미래에 주목하라

김성남,김종식 | 234호 (2017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승진은 거의 모든 직장인의 관심사다. ‘조직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인사제도지만 직원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에 기업 리더들에게도 큰 관심사이자 고민거리다. 기업들이 현재 실행하고 있는 승진 제도 관행은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바로 연공형, 경쟁형, 포지션, 인증형, 핵심 인재 중심 승진제도다. 이 다섯 가지는 각각 장단점이 명확하기에 기업마다 업의 특성과 조직문화, 인원 구성을 고려해 적절히 선택하고 때로는 혼합해 활용해야 한다. 효과적인 승진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직 여건을 감안해야 하며 엄격한 직책 승진이 필요하다. 또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며 지속적인 인재 리뷰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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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승진제도는 조직의 필요를 우선시한다

승진.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두 글자다. 조직 구성원의 대부분이 크게 관심을 갖고 있기에 그 원칙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논란도 많이 발생하고 불만도 많이 나온다. 승진 관련 인사발표가 나면 다들 수군거린다. ‘음모론’과 ‘권력암투설’ ‘줄서기론’ 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게 승진이지만 개개인의 직장인이 아닌 조직과 기업 리더십의 입장에서 ‘제도와 절차’ ‘원칙’으로서의 승진을 고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당장 대형 서점에만 가도 ‘어떻게 하면 승진할 수 있는지’를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은 많지만 조직의 입장에서 승진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말해주는 책은 찾기가 힘들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바로 그 조직의 입장과 기업의 경영자와 리더의 관점에서 승진이라는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승진은 조직의 필요에 따라 준비된 직원을 상위 직책 또는 직급으로 상향 이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상향 이동이 ‘조직의 필요’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이다. 언제 몇 명을 승진시키고, 누구를 승진시킬지에 대한 결정은 조직이 자산을 어떻게 투자 및 운영할지에 대해 결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즉, 경영진의 책임과 권한이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개인 입장에서는 다소 마뜩잖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승진은 채용과 더불어 조직의 인적자원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경영상 의사결정이다. 승진은 조직구조뿐 아니라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은 물론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적시에 적임자를 임명하고 이동시키는 승진 인사를 해두지 못하면 인재의 파이프라인이 약화될 수 있고, 승진을 남발하면 역피라미드형의 기형적 조직 구조와 인사 적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8월21일 대법원은 ‘승진 제도 개선과 관련한 사항은 공무원 단체협약으로 정할 사항이 아니다’는 판결을 냈다. 법원공무원노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아무래도 형평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 조직에서조차 승진 의사결정은 조직의 필요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승진이 직원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승진은 기본적으로 조직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는 승진 인사도 문제는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승진은 직장인들에게 있어 평가, 보상을 뛰어넘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2015년 말 국내 직장인 541명을 대상으로 새해 목표를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꼴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승진’을 꼽았다. 물론 이런 수치를 굳이 들먹이며 말하지 않더라도 직장인들에게 승진이 지대한 관심사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어떻게 승진할 것인가’ 참고.)

기업들 역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한 카드로 승진을 활용해 왔다. 노동경제 분야의 전문가인 영국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 제임스 말콤슨(James Malcomson) 교수는 “기업이 개별 직원의 생산성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울 때 인센티브 계약 방식보다는 우수한 근로자 일부를 선별적으로 승진시키겠다는 약속을 통해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1


직장인들이 승진에 매달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연봉구간 상승 또는 승진가급 형태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진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조직 안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한편 승진에는 가중된 책임, 업무량 증가, 스트레스도 함께 따라온다. 그래서 직책 승진을 하지 않고 일반 팀원으로 은퇴할 때까지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2 따라서 승진에 대한 직장인들의 태도를 단순히 ‘이익 추구’ 관점으로만 보면 안 된다.

승진한 직원들은 하급자로서 겪었던 다양한 불합리 및 불이익들을 완화할 수 있다. 여기에는 ‘지위(status)’에 대한 본능적 욕구가 함께 작용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미국 UCLA 연구팀이 직장 내 사회적 관계로 인한 고통의 5가지 주요 원인을 찾아냈는데 그중 하나가 사회적 지위에서 오는 불안감(status anxiety)이었다.3


조직 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대표적 상징물(artifacts)이 바로 직위와 호칭이고 이를 결정하는 것이 승진이다 보니 주요 대기업 정기 승진이 발표되는 연초에는 사무실 건물 밖에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승진에 대한 얘기를 나누거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좌절감을 달래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앞서 말했던 온갖 음모론과 권력암투설이 안줏거리로 오르는 것도 볼 수 있다.



직위와 승진이 갖는 한국적 특수성

승진은 어떤 나라의 어떤 조직과 기업에도 존재하는 절차이자 제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승진이라는 변화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 발견된다. 승진이 조직 내 구성원 간의 상대적 관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적 특수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개념이 바로 ‘갑질’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갑질’이라는 한글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2014년 11월을 기점으로 검색량이 폭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림 1)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때문이다. 그 이후로 ‘갑질’이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 ‘취준생’에 대한 회사의 갑질, 힘없고 백 없는 사람들에 대한 고위층의 갑질, 서비스 직원에 대한 고객의 갑질, 부하직원에 대한 상급자의 갑질. 한국 사회에서 갑질이 2014년에 생긴 것은 아니다. 거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최근에 생겼을 뿐이다.

한국 직장인에게 승진이 중요한 것은 조직 내에서 갑질을 조금이라도 더 적게 당하는 위치로 조금씩 옮겨가는 수단이라는 점 때문이다. 과거에 “억울하면 출세하라”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압축 성장을 거치는 사이 우리 모두는 입시 경쟁, 학점 경쟁, 취업 경쟁을 통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분투했다. 기업에서의 승진 경쟁 역시 그러한 무한 경쟁과 승부의 맥락 안에 존재했다. 대기업에 입사해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은 그 이전의 모든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성공 가도를 밟아온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승진에서 탈락했다는 것은 커다란 정신적 충격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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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복잡하고 불투명한 인사제도

조직과 개인에게 이렇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승진 제도는 여러 인사 제도 가운데서도 가장 복잡하고 불투명한 것 또한 사실이다. 다른 여러 제도 및 조직 요인들과 복잡하게 연관돼 있고 승진 결정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승진 규모는 사업 성장, 인력 계획, 조직 설계의 영향을 받는다. 사업 및 조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승진제도를 운영할 경우 지나친 고직급화로 인해 조직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 승진자 결정은 두 가지 면에서 ‘복잡성’이 발생한다. 첫째, 결정 요인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고직급 승진으로 갈수록 그렇다. 현재 직급에서의 체류 기간, 부서 실적 달성도, 최근 2∼3년간의 개인 업적 및 역량 평가 결과, 교육훈련 실적, 직무 전문성, 외국어 능력, 조직 내 평판, 리더십 스타일 등 수많은 요소가 고려된다. 둘째, 최종 의사결정이 고위임원의 정성 판단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직속 관리자와 인사부서가 나름대로의 알고리즘에 따라 후보자를 추천해도 최종 결정은 임원과 CEO의 낙점에 따라 이뤄진다.

복잡하다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승진자를 축하하고 탈락자를 위로하는 것은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왜 누구는 승진하고, 누구는 탈락했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과거에 승진을 흔히 ‘블랙박스’로 비유했던 이유다. 즉, 투명성이 낮다는 얘기다. 그런데 인사 제도의 투명성이 부족한 것은 큰 문제다. 실제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승급 및 표창과 제재 등 임금과 인사에 대한 사안을 취업 규칙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거가 불투명한 승진 운영은 나중에 노사 이슈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노사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투명성 부족은 조직 신뢰를 낮추고 조직 몰입을 떨어뜨린다. 기업문화와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존 칠드러스(John Childress) N2그로스 회장은 본인의 저서에서 “직원들은 회사가 어떤 사람을 선발, 승진, 해고하는지를 보고 기업문화에 대해 판단한다”고 했다.4 많은 기업들이 직원 의견조사 시 승진 제도의 형평성에 대해 꼭 묻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승진의 두 얼굴: 보상 vs. 선발

최근 국내 HR 분야에서는 ‘승진을 선발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5 필자는 이 주장에 반만 동의한다. 우선 이 주장의 핵심 논지를 살펴보면 조직 관점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리더를 보임하는 것이므로 직책(관리자/임원)으로의 승진만이 진짜 승진이고 사원에서 대리, 대리에서 과장, 과장에서 차/부장으로 올라가는 것은 승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직책으로의 승진이 아닌 직급의 향상은 ‘승격’이라고 표현하는데 연차, 경험, 능력 향상에 따라 직급은 올라가지만 직원 개인 자격으로 공헌한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팀원으로서 성공적인 직원들이 역할이 달라졌을 때도 꼭 성공적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과거 일 잘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의 승진을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수행할 역할에 대해 준비가 잘된 사람을 뽑는 식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필자가 동의하는 부분은 역할에 본질적 차이가 있는 상위 직책으로 승진을 시킬 때는 그 사람의 기존 업무 성과만 보지 말고 새로운 역할을 맡았을 때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따져보고 승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승진에 있어 진짜 중요한 부분이다. 직책 승진자를 잘못 고르면 부하 직원들을 고생시키고, 성과를 갉아먹고, 조직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여러 조사 결과,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는 진짜 이유의 70% 정도는 상위 직책자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임 리더들이 실패하는 것도 팀원으로 일할 때의 성공 경험, 즉 성공의 함정에 빠져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필자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직책으로의 승진이 아니면 승진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승진과 승격을 나눠 부르는 것도 그리 일반화된 관행 아니다. 영어로 바꾸면 둘 다 프로모션(promotion)이다. 학문적으로도 승진을 설명하는 이론은 ‘토너먼트(tournament) 모형’과 ‘직무배치(job assignment) 기능 모형’이 있다. 전자는 승진이 직원 간 내부 경쟁을 통해 최대한의 노력을 이끌어내려는 인센티브 수단이라고 보고(Lazar-Rosen, 1981), 후자는 회사가 직원의 역량과 능력을 파악해 승진 여부를 결정한다고 본다(Gibbons & Waldman, 1999).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 개념에도 ‘능력 있는 자가 승진한다’는 의미와 ‘성과를 낸 사람이 승진한다’는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

승진이라는 당근으로 지나치게 직원들을 유혹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당근을 완전히 없앨 이유 또한 없다. ‘내가 몇 년 정도 있으면 이 조직에서 부장이 되겠구나’는 기대를 가지고 입사했는데 팀장 승진만 승진이고 다른 승진은 없다고 하면 회사 다닐 맛이 안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자율적, 수평적 문화로 정평이 나서 ‘일하기 좋은 직장’에 수차례 선정되고 아마존(Amazon)에 1조5000억 원에 인수됐던 자포스(Zappos)조차 직위와 승진이 없는 홀라크라시(Holacracy) 체계를 선언 후 불과 몇 달 만에 20%에 가까운 직원들이 퇴사를 해버렸으니 말이다.6




승진제도의 대표적 유형

승진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단순하게 보면 두 가지다. ‘얼마나 승진시킬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승진시킬 것인가’다. 그런데 얼마나(몇 명 혹은 몇 %) 승진시킬지는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비즈니스 규모, 현재 조직 구조, 향후 성장 전망 등의 변수에 따라 상당 부분 결정이 된다. 따라서 승진 제도는 어떻게 대상자를 결정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관점에서 기업들이 실행하고 있는 승진 제도 관행을 종합해 보면 아래의 대표적 유형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1. 연공형 승진제도

해당 직급에서 정한 연차를 채우면 자연히 상위 직급으로 승진되는 방식으로 가장 단순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림 2) 징계, 근태, 고과 등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 한 탈락자가 없다. 이 제도하에서 HR 부서 역할은 결격자를 걸러내고 승진 발령을 내는 정도에 한정된다. 직속상사 역시 승진 결정 과정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 이 제도는 업무 능력이 연차에 비례한다는 암묵적 가정 위에 있으며 구성원 간의 형평성을 가장 중시한다. 과거 산업 고성장기 숙련 직원 수급이 어려운 제조업에서는 꽤 적절한 방식이었고, 호봉제 급여방식과도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조직에서 연공형 승진은 고직급화, 인건비 증가, 경쟁력 저하 등으로 조직을 위험에 빠뜨린다. 처우가 하향평준화되면 우수 인력은 이탈하고 전반적인 조직 역량도 낮아지는 등 악순환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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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쟁형 승진제도

기준에 따라 승진 후보자 풀(pool)을 먼저 정한 후 일정 비율을 승진시키는 방식으로 승진율에 의한 조직구조 관리에 유리하나 탈락자가 다수 발생한다.7
 (그림 3) 포인트 방식으로 후보 풀을 선정하는 관행이 이미 대기업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다. 승진율 관리, 후보자 평가, 부서 간 조정, 사내 커뮤니케이션 등 프로세스 전반에 있어 HR 부서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탈락자에 대해 직속 상사들이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며, 고과가 승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므로 상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연공형 승진 대비 연차의 중요성이 낮은 대신 역량 평가, 교육, 자격 등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된다. 또한 경쟁형 승진을 운영하는 회사는 대개 발탁 승진도 함께 운영한다. 연봉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복잡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사무직 중심의 대규모 조직에 적합하다. 이 방식은 치열한 내부 경쟁을 야기하고 승진 탈락에 따른 직원 이탈 및 사기 저하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3. 포지션 승진제도

상위 포지션에 공석(결원 또는 신규)이 발생하면 적임자를 지정해 승진시키는 방식이다. (그림 4) 승진은 필요할 때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며 ‘승진율’ 또는 ‘탈락’의 개념이 없다. 예산 및 인력에 대해 절대적 권한을 갖는 부서장(라인매니저)들이 승진자를 결정하며 HR은 부서장에 대한 조언/지원 및 회사 전체 인력구조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에 한정된다. 인원이 많지 않은 글로벌 기업의 해외 지사에서 흔한 시스템으로 승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서의 실적 및 부서장 역량이다. 예산에 따라 포지션을 만들거나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조직관리 프로세스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부서 실적이 나쁘면 승진 기회가 줄고 해고 위험도 높다. 승진이 잘될 것 같은 조직에 사람이 모이고 그렇지 않은 조직은 기피하며 부서 간 사일로(silo) 현상이 생기기 쉽다. 심플한 반면 투명성은 가장 부족하다. 왜 승진이 되고, 안 되는지에 대해 설명이 없고 승진이 지연되는 직원은 퇴사하거나 ‘될 대로 돼라’식으로 동기가 매우 저하된 상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4. 인증형 승진제도

상위 직무 능력을 인증한 후 승진시키는 방식이다. 직무 등급별 요구 능력 및 평가 방식이 미리 정의돼 있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인증은 해당 직무의 전문가 집단에 의해 이뤄진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분야에 적합하다. 기술, 연구, 전문직 분야에는 잘 맞지만 일반 사무관리직에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보통 연공형, 경쟁형, 포지션 승진 체계를 운영하면서 특정 직군에 대해 추가적으로 직능 자격을 관리하며, 경력 관리 측면에서도 전문가 트랙과 관리자 트랙을 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런 방식은 어느 정도 규모와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기업에서는 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인증형 승진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회사 안에 두 가지 승진 시스템이 있으면 직원들은 어떤 것이 진짜 승진인지 궁금해 하는데 직능방식의 승진으로 인해 급여, 처우, 역할 등에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으면 유명무실해지기 쉽다. 직능자격에 대한 평가에 HR이 깊숙이 관여하지 않는 경우 인사부서가 주도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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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핵심 인재 중심 승진제도

회사의 인재를 일반 인재와 핵심 인재로 나누고, 핵심 인재에 대해서는 별도로 승진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핵심 인재들은 선발부터 별도의 채널로 입사해 고속 육성 코스를 밟는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조직 내 상위 5∼10% 정도의 핵심 인재 풀(pool)에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는 승진 비율을 적용하지 않으며 ‘승진 또는 퇴출(Up or Out)’ 원칙을 적용한다. 제도의 전 과정에서 HR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임원 레벨에서 직접 관심을 갖고 챙긴다. 핵심 인재들의 육성, 성과, 승진, 이직은 회사 차원의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연차는 큰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역량, 학습 능력, 리더십 자질 등이 중시된다. 유능한 리더를 많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조직에 적합하다. 핵심 인재와 일반 인재(‘B플레이어’) 간의 위화감, 일반 인재들의 상대적 박탈감 및 동기 저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제도를 가진 회사에서는 일반 인재에 대해서는 별도의 승진 기준을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상 다섯 가지의 전형적인 승진 유형과 제도를 살펴봤다. 일선 기업에서는 실제로는 한 가지 유형의 승진 체계를 기본으로 하되 다른 유형의 특성을 일부 가미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원래 연공형 승진 제도를 운영하던 회사가 성과주의 강화를 위해 승진 포인트 방식의 경쟁형 승진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에는 너무 급격한 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승진 후보자 풀(pool) 선정 시 연차에 대한 가중치를 다소 높게 가져가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아예 복수의 승진 체계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직원들에 대해서는 경쟁형 승진 제도를 운영하면서 직책자에 대해서는 포지션 승진 방식을 운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제조 현장의 기술인력은 연공형 승진을 유지하면서 본사의 사무직원들은 능력주의 승진 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것은 인력 특성별 세분화(segmentation)에 기반한 인사관리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승진 제도는 어떤 유형이 제일 좋다고 할 수는 없고, 조직의 필요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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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남

    김성남[email protected]

    칼럼니스트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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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식[email protected]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커민스(Cummins)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입사
    타타그룹의 한국 투자접인 타타대우상용차의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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