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오랫동안 경영은 자원을 통제하고 효율화, 표준화하는 테일러식의 합리주의 경영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시장 환경은 더 이상 통제중심적인 경영이 최선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사 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가시적인 혁신과 성과를 이루는 기업은 기존의 ‘기계적’ 성과주의를 넘어 인간의 심리적 맥락을 고려한 ‘포스트 성과주의’를 꾀하고 실천하고 있다. 한편 동시기에 발전된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은 새로운 성과 관리를 꾀하는 기업과 인사전문가들에게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줬다. 애자일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넘어 포스트 성과주의를 실천하는 독립적인 성과 관리·조직운영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테일러식 합리주의 경영 모델이 20세기의 영광을 뒤로한 채 그 수명이 거의 다했다는 것을 사실 대다수의 경영자가 체감하고 있다. 현대 경영은 고전경제학의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기업의 기수로 삼고자 정교한 시스템을 개발·적용해 왔지만 최근 들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성과 관리 영역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그간 목표를 수립하고, 직원이 해야 할 행동을 정의하고, 사전 규정된 프로토콜에 따라 직원의 성과를 예측하고 계량해 점수화 혹은 등급화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계·수학적 정규분포 곡선에 적용 및 분류해 구성원의 보상과 승진 등에 반영했다. 테일러식 합리주의가 주창했던 계량, 예측, 경쟁, 효율이라는 키워드는 꽤 오랜 기간 우리의 비즈니스 상식으로 통용됐다.
하지만 이런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현재의 기업 성과 관리 체계는 업무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가변적인 ‘맥락’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 철학이 조직 구성원의 동기부여 수준에 영향을 끼치는 심리적인 요소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경영 활동이 조직 간 조직 내 인간의 상호 교류, 교감 속에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채 내려진 의사 결정이 실체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은 합리주의의 허상(虛像)이 아니었을까 싶다.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휴먼컨설팅그룹(HCG) 수석 컨설턴트를 거쳐 인공지능 스타트업 수아랩(현 코그넥스 코리아)과 핀테크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의 조직/인사를 총괄했다. 현재는 코리빙(Co-Living) 브랜드 맹그로브(Mangrove)를 운영하는 임팩트 비즈니스 기업 MGRV의 피플 그룹을 리드하고 있다. 저서로 『초개인주의: 가장 인간다운 인간, 조직, 그리고 경영에 대하여(한스미디어, 2022)』, 공저로 『네이키드 애자일: 경영의 눈으로 애자일 바로보기(미래의 창, 2019)』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