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세종은 책문을 통해 기존 제도의 폐단, 특히 지나친 권력 투쟁을 막기 위해 왕권을 강화한 것이 오히려 왕의 비서실 격인 승정원을 비대해지게 만들었다며, 이러한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물었다. 이에 대한 신숙주가 내놓은 대답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법에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시대의 변화에 맞게 끊임없이 개정해 나가야 한다. 2. 특정 조직에 과도한 권력이 몰리는 것을 막으려면 의도적으로 권한을 여러 조직에 배분해야 한다. 3.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올바르게 운영하는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는 것이다.
편집자주 김준태 교수가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조선시대 인재선발제도인 과거(科擧)의 최종 단계, ‘전시(殿試)’는 보통 임금이 출제한 문제로 치릅니다. 이때의 시험 문제를 ‘책문(策問)’, 답안을 ‘대책(對策)’이라고 부르는데 유교 경전에 대한 소양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던 이전 단계와는 다르게 나라의 당면 과제, 즉 ‘시무책(時務策)’을 다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책문’과 ‘대책’에는 각각의 시대가 무엇을 현안으로 생각했는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봤는지가 충실하게 담겨 있습니다. 조선시대 국가 경영을 담당했던 관리들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으로부터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을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법이 만들어지면 폐단이 생겨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근심거리니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1447년(세종 29년) 8월18일 중시(重試)가 거행됐다. ‘중시’란 현직 하급관리들이 치르는 과거(科擧) 시험으로 성적 우수자에게는 특별 승진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품계가 낮은 신하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고 꾸준히 실력을 연마하도록 권장하기 위한 행사다.
이 시험에서 세종은 ‘법의 폐단’에 관해 질문했다. 아무리 좋은 법도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책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없었던 문제점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겠냐는 것이 질문이다.
김준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