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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묻고 신하가 답하다: 정조-정약용

중용이란… “항상 정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김준태 |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오늘날 리더에게 ‘중용’은 무슨 의미일까? 중용이란 내가 지금 서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적절한 지점을 찾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정조가 ‘때에 맞는 중용’이라는 의미로 ‘시중’의 ‘시(時)’ 자를 강조한 이유다. 하지만 시중이 무엇인지 알아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조심하고, 삼가고,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계신공구(戒愼恐懼)’의 자세로 언제나 정성을 다해야 한다. 중용에 정답은 없다. 스스로 늘 부족한 점이 없는지를 반성하며 ‘내가 더 정성을 다해야지’라고 다짐하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해야 군자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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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중용(中庸)』. 원래는 『예기(禮記)』의 한 편이었다가 송나라 때 ‘사서(四書)’ 체제가 확립되면서 별도의 경서로 독립했다. 『중용』의 핵심은 말 그대로 ‘중용’이다. 공자가 지극한 덕(德)이자 군자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칭송한 ‘중용’은 나의 마음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고,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이[중(中)]” “언제나, 항상 그러한[용(庸)]”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느 한쪽에 치우쳤는지 아닌지, 정도가 지나쳤는지 모자랐는지의 기준은 고정돼 있지 않다. 환경이나 변화한 양상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중용이란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적절한 지점을 찾는 노력이자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중용』은 조선왕조 내내 매우 중시됐는데, 정조는 초계문신(抄啟文臣)1 을 대상으로 연 절일제(節日製)2 에서 이 『중용』에 관한 문제를 냈다.3 여기서 정조가 세부적으로 질문한 내용이 30개가 넘기 때문에 전부 다룰 수는 없다. 그중 2개만 꼽아서 소개하자면 하나는 ‘시중(時中)’이고 다른 하나는 ‘정성(誠)’이다.

우선, 정조는 “군자도 시중(時中)을 필요로 했으니 가장 중요한 것이 ‘시(時)’ 자란 말인가?”라고 물었다. 중용이 ‘지금 여기’에 꼭 알맞은 선택을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지금 여기’가 어떤 상황인지부터 헤아려야 한다. 작금의 현실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적합한 이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때에 맞는 중용’이라는 의미로 ‘시중’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치우치지 말라, 모자라거나 지나치지 말라는 경계 자체는 중용을 고정된 환경 속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시(時)’ 자를 망각하곤 하는데 군자는 반드시 ‘시’에 맞게 중용을 행한다.

여기에 대해 정약용(丁若鏞)은 “사물의 마땅한 법칙은 때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마치 저울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물건의 무게에 따라 추가 달리 멈추는 것과 같습니다. 군자도 중용하려면 당연히 시중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4 ‘시’가 왜 중요한지를 부연해 설명한 것이다. 다른 글에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 정조의 말을 조금 더 살펴보자.

하늘이 덮여 있고 땅이 깔려 있고 해와 달이 비추고 서리와 이슬이 내리는 곳이라면 어디인들 마땅한 도리가 없겠으며, 어느 곳인들 ‘중’이라는 것이 없겠는가! 성인은 일상적으로 행하는 도리 속에서 그 ‘중’을 골라서 잡는 것이기 때문에 ‘중용’이라고 하는 것이다. 중용이란 처음부터 높고 아득하여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디를 가든 ‘상도(常道)’가 있고 어디를 가든 ‘중도(中道)’가 있으니, 이른바 ‘시중(時中)’이라는 것이다. ‘중’이란 글자의 뜻이 ‘시’라는 글자와 표리관계를 이루니, 『주역』에서 ‘시(時)의 뜻이 진실로 크다’라고 말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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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태[email protected]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김준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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