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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문화심리학적으로 살펴본 세계관의 필요성과 활용

나 이외의 세계를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
불편함•역동성•보편성 잘 활용해야

이장주 | 334호 (2021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문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세계관을 갖고 사는 것은 세계관이 즐거워서가 아니다. 세계관은 행동 방향과 의미를 제시하는 나침반으로서 엉뚱하거나 위험한 곳에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같은 이유로 아이가 자라 사춘기를 겪고 어른이 되는 과정, 인류가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은 세계관을 필요로 하며 코로나19와 같이 전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는 새로운 세계관들이 범람한다. 인간은 밈의 형태로 세계관을 공유하며 밈을 통해 유전자와 같이 자신의 행적을 남긴다. 세계관을 활용할 때는 참여자들에게 성취감을 줘야 하며 새로운 악당들을 지속적으로 등장시키는 등 역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관의 주요 소재가 사랑, 정의, 가족 등 전통적인 개념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마블 유니버스, 포켓몬 세계관 등 문화 콘텐츠를 넘어 빙그레우스, 요기요 나라, 서브웨이 카도군같이 대중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내세우고 있다. 세계관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이렇듯 뜨거운 세계관 열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들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떠오른 MZ세대 누리꾼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세계관을 놀이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식이다.

이때의 세계관은 주로 ‘유니버스(universe)’란 개념을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관의 또 다른 개념인 ‘관점(worldview)’ 역시 현재의 세계관 열풍을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문화심리학적 관점으로 볼 때 더욱 그렇다. 여러 브랜드에서 자신들의 세계관을 내놓는 것은 탄탄한 스토리라인 자체를 자랑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우리의 브랜드를 이런 방식으로 봐 달라’는 의도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같이 세상과 사물을 보는 관점(worldview)이라는 구도에 배경, 인물, 이야기 등 다양한 요인이 어우러져 생동감 있는 ‘유니버스(universe)’로 체감되기도 한다.

개인과 사회의 관점에서도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세계관은 그 나름대로의 용도가 존재한다. 컴퓨팅과 네트워크를 위시한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사건으로 새로운 삶의 조건들이 만들어졌고, 여기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해졌다. 이 같은 세계관의 쓰임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오랜 과거부터 사람들은 이전 세대의 사람들과 다른 세상의 조건으로 인한 불안함,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막연함을 달래줄 배경으로서 세계관이 필요했고, 이런 세계관은 새로운 행동을 촉발하는 근거이자 당위성을 제공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세계관의 형성 역사를 살펴볼 때 그렇다. 세계관은 왜 필요할까. 그리고 세계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문화심리학적으로 살펴보자.

인류의 놀라운 발명품, 세계관

아이는 엄마가 자기와 다른 사람이란 것을 인식하면서 자기개념(self-concept)을 형성한다. 이런 현상은 다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란 자아 관념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계관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사는 세계 이외의 다른 세계가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없다면 세계관이 나타날 틈이 없다. 세계관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이는 다름 아니라 18∼19세기에 걸쳐 활동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다.1 이 시기 유럽은 신대륙과 아시아 대륙 등 이방 세계와 교류가 활발해지며 새로운 정체성이 요구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2

즉, 세계관은 원래부터 존재해서 인류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필요해서 발명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다른 세계를 만났을 때 그것과 대비된 자신의 세계를 설명할 어떤 관념이 필요했고 그게 곧 세계관이다. 세계관은 자신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했을 뿐 아니라 그 세계 속에서 어떤 행동이 가치가 있는지, 앞으로 어떤 행동들이 이어져야 하는지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3 이런 기능을 통해 세계관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이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회적 실체가 되는 것이다.

초기의 세계관은 신화와 종교의 형태로 나타났다. 초기 신화와 종교의 주된 주제는 ‘사람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였다. 어떻게 시작했는가는 어떻게 끝나야 하는가와 밀접히 연관된다. 짧고 불안한 삶을 영위하던 초기 인류에게 질서 있는 세계관에 대한 인식은 자신의 지위를 정해주는 안정감과 삶의 리듬감을 갖는 데 중요한 기능을 했다. 따라서 해와 달, 동물들이 존재하는 이유, 파도와 바람이 치는 이유,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이유 등 수없이 경험하는 많은 자연현상이 세계관의 소재로 자리 잡았다.

이런 세계관은 초지일관 동일한 방향을 가리킨다. 사람이 왜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지, 그리고 신성한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해준다. 어찌 보면 초기 인류는 자연 재난만큼 동물들이 가장 두려운 존재였으리라. 초라하기만 한 인간의 지식과 기술은 이런 합리화된 세계관 덕분에 자신감을 얻어갔다. 세계관으로 무장한 인간은 자연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놀라운 일들을 벌여나간다. 어찌 보면 세계관은 자신을 설정하기 위한 인간관의 배경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 당연히 기술의 진보와 함께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들이 등장하고 과거의 것들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은 새로운 세계관과 인간관의 출현을 반겼다. 혁신 혹은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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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장주[email protected]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심리학 박사

    필자는 중앙대에서 문화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명지대와 중앙대 비전임 교수를 거쳐 현재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문화 현상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관련 연구, 강연 및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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