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상한 주목할 만한 마케팅 기법 가운데 하나로 소위 ‘데카르트(techart)’를 꼽을 수 있다. 데카르트는 ‘기술(tech)’과 ‘예술(art)’을 합성한 신조어로, 첨단 제품에 예술을 접목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실제 LG전자가 ‘아트 디오스’ 제품을 출시해 톡톡히 재미를 봤으며, 명화를 활용한 광고를 제작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다른 업종에서도 예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카드는 예술 작품을 카드에 활용한 ‘갤러리 카드’를 제작했다. 또 한 패션업체는 명화를 신발이나 가방 같은 가죽 제품에 프린트하기도 했다. 모두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예술 작품을 활용한 마케팅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좋은 향기나 듣기 편한 음악이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예술 작품의 영향력을 검증한 연구는 드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세계적 마케팅 학술지인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최근호(2008년 7월호, 379∼389)에 예술 작품의 마케팅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논문이 실려 주목을 받았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은 한 식당에서 100명의 단골손님을 대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를 한다고 밝히고 새로 바꿀 은식기 세트를 보여 줬다. 연구팀은 은식기 세트를 담은 두 개의 박스를 마련해 하나는 전면에 고흐의 명화 ‘밤의 카페 테라스’, 다른 하나는 고흐 작품과 유사한 분위기를 주는 카페 사진을 부착했다. 박스 전면을 잠깐 보여준 뒤 은식기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명화를 부착한 박스에 담긴 은식기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또 제품에 대한 평가도 더 좋게 받았다. 은식기는 똑같은 제품이었지만 명화의 부착 여부에 따라 소비자 선호도가 달라진 것이다.
연구팀은 또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의 명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이미지를 담은 광고전단, 똑같은 제목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의 포스터를 담은 광고 전단을 보여 주며 반응을 비교했다. 두 그림은 분위기나 느낌이 매우 유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는 예술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광고 전단에 대한 느낌을 조사한 결과 이번에도 어김없이 명화가 들어간 쪽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요한슨 같은 유명 배우도 명화의 위력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부정적 느낌을 주는 명화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실험했다. 긍정적 느낌을 주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 아름다운 베네치아 풍경 사진과 함께 부정적 느낌을 주는 조지프 터너의 ‘불타는 영주와 평민의 집(The Burning of the House of Lords and Commons)’이란 작품을 특정 제품에 부착, 소비자들의 반응을 비교한 것. 놀랍게도 모네의 작품뿐 아니라 터너의 작품을 부착한 제품도 일반 사진을 부착한 제품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모네와 터너의 작품을 부착한 상품에 대한 선호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비록 공포나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도 일반 사진보다 훨씬 긍정적 반응을 유발한 것이다.
명화가 이런 반응을 가져온 이유는 스필오버 효과(spill over effect), 후광효과(halo effect), 전염효과(contagion effect) 등 여러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예술작품의 마케팅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마케터라면 이제 예술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