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반품이다. 상습적으로 반품하는 고객들 때문에 기업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미국에서 반품으로 인한 기업들의 매출 손실과 물류 비용이 연간 약 1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상습적으로 반품하거나, 고객 서비스 규정을 악용해 이득을 취하는 ‘블랙 컨슈머’를 선별해 거래를 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무작정 규정을 강화해 반품을 어렵게 만드는 게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반품 규정이 까다로워지면 소비자들이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고객들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쇼핑몰 등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반품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때문에 반품 규정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
기업들의 고민거리인 반품 문제와 관련해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앤드류 피터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연구팀은 엄밀한 통계 분석을 통해 반품이 기업의 성과와 마케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마케팅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저널오브마케팅(Journal of Marketing)’ 최근 호(2009년 5월 호 Vol. 73)에 실렸다.
연구팀은 미국의 한 유통회사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회사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전화, 카탈로그 등 다양한 채널로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으며, 고객들이 원하면 언제라도 반품해주는 정책을 취하고 있었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의미심장했다. 일정 수준의 반품이 기업의 성과를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서는 13% 정도의 반품률을 기록했을 때 기업 수익이 극대화됐다. 이는 특정 업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모든 회사가 반품률을 이 수준으로 맞춰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반품률이 높아질수록 수익률이 늘어나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다시 악화됐다는 점은 모든 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 즉 반품률을 최적 수준으로 유지해야 기업의 수익이 더 좋아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연구팀은 반품이 기업에 ‘필요악(necessary evil)’이라고 규정했다.
적정 수준의 반품률이 기업의 수익성 향상으로 연결된 이유는 고객들이 구매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일정 비율을 반품하는 고객들이 오히려 물건을 더 많이 샀다는 얘기다. 반품을 쉽게 할 수 있을 때 고객들은 구매에 따른 위험 부담이 적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고, 실제로 문제없이 반품을 하면서 추가 구매 의욕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많은 기업들은 반품이 원가를 높여 기업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 판단하고 반품 최소화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반품과 관련한 규정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또 기업들은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정 반품 수준이 얼마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이제 경영자들은 반품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반품을 중요한 마케팅 의사결정 사항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고 최적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