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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마케팅, 미래의 승자는?

한인재 | 54호 (2010년 4월 Issue 1)
그린’이 화두가 된 지 오래됐다. ‘그린’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에너지 산업이나 운송, 자동차 업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식품업계, 유통업계, 숙박업계 등 너나 할 것 없이 ‘그린’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환경 보호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아직 구매 행동의 큰 변화를 낳지는 못하고 있다. 2008년까지 31만여 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팔린 이웃 나라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은 2009년까지 7000여 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적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대형 마트에서 비닐봉투 비용을 소비자가 내게 하고, 심지어 무료로 주게 돼 있는 종이봉투마저 돈 받고 파는 곳이 있어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군소리 없이 따른다. 1300만이 넘는 2인 이상 가구가 한 달에 두 번만 마트에서 50원짜리 비닐봉투를 구입해도 1년 매출이 어림잡아 156억 원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가 본격화되면 비닐봉투 사용량을 절감한 유통업체는 탄소 배출권을 팔아 추가적인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비닐봉투를 돈 받고 팔지 않고도 비닐봉투 사용량을 40%나 줄였다. 테스코는 2006년 ‘그린 클럽카드 포인트(Green Clubcard Point)’라는 제도를 도입해, 고객이 비닐봉투를 재사용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줬다. 이렇게 적립한 포인트는 상품권이나 잡지 구독권 등의 혜택으로 고객에게 돌려줬다. 이 제도 도입 후 2년간 테스코는 비닐봉투 사용량을 20억 개나 줄였다고 한다. 비닐봉투와 혜택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은 테스코가 부담했지만 테스코가 얻은 고객의 신뢰와 우호적 관계는 그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게 분명하다.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홈플러스 등 우리나라 대형 마트에도 그린마일리지 제도가 있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실제로 활용되는 형태를 살펴보면, 때때로 열리는 특판 상품 판촉 이벤트나 스타를 이용한 손님 끌기 이벤트를 연상케 한다.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비닐봉투 비용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비닐봉투를 가져가면 돈을 돌려주지만 이를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다.
 
자동차 회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국내 판매가 기준(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세금 등 혜택 고려)으로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 동급 가솔린 차량의 가격차는 790만 원이고, 혼다 씨빅 하이브리드와 동급 가솔린 차량의 가격차는 780만 원이다. 반면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동급 가솔린 차량과의 가격차는 가장 저렴한 모델과 비교해도 1000만 원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산 그린카의 시장 창출은 요원할지도 모른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TGI가 최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도시 거주자) 등 12개 국가에서 소비자의 그린 마케팅 의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10%의 소비자가 ‘적극적 옹호자(Engaged Greens)’, 20%의 소비자가 ‘지지자(Green Supporters)’로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30% 소비자가 그린 마케팅을 지지하는 셈이다. 그런데 “친환경 원칙을 지키는 회사의 상품만 구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반드시 그렇다”라고 응답한 소비자는 5.5%에 머물렀고, “대체로 그렇다”는 응답자를 합쳐도 21%에 그쳤다. 이런 현상에 대해 TGI는 보고서에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13년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해 대량 생산 혁신을 이루기 전까지 자동차는 대중적인 운송 수단이 아니었다. 고가 원칙을 고수했던 초기 동업자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쓸 만한 품질의 자동차를 저가에 판매함으로써 그는 큰 부를 쌓았을 뿐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 위상을 높이고 인류의 생활상을 바꿨다. 제2의 헨리 포드는 과연 어느 나라에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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