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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서울대CFO전략과정 CASE STUDY

제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 기업으로… 국제상사 M&A와 프로스펙스의 부활

이방실 | 69호 (2010년 11월 Issue 2)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엔 소위 ‘신발 재벌’이란 게 있었다. 토종 운동화 브랜드 ‘프로스펙스’로 유명한 국제상사(현 LS네트웍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49년 부산진시장 한 켠에서 고무신 공장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1962년 국내 최초로 농구화를 수출하고,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후원 업체로 선정되는 등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모기업인 한일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국제상사 역시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99년 1월부터 시작해 무려 8년여간 법정관리를 거쳤고, 프로스펙스는 중년층이나 기억하는 ‘한물 간’ 브랜드로 퇴색했다. 한때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압하고 국내 운동화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프리미엄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하지만 2007년 LS그룹 계열사인 E1(옛 LG칼텍스가스)에 인수돼 국제상사에서 LS네트웍스로 간판을 바꿔 단 후, 이 회사는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거치며 제조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프로스펙스의 하위 브랜드(sub-brand)인 ‘프로스펙스 W’를 통해 ‘스포츠 워킹화’라는 신(新)시장을 개척,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BR이 서울대 CFO 전략과정과 공동으로 국제상사 M&A(인수합병)와 프로스펙스의 부활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국제상사 경영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
국제상사가 법정관리(창원지방법원)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찾기까지는 약 8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회사가 부실해서가 아니었다. 경영권 인수를 둘러싸고 지루한 법정 공방이 4년여 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벌어진 숱한 M&A 딜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 중, 그 복잡성과 규모 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송이 바로 국제상사와 이랜드 간 분쟁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랜드가 2002년 6월 국제상사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으로부터 보통주(224만주·11.5%)와 전환사채(주식 전환시 1200만 주)를 500억 원에 인수, 국제상사의 대주주(미발행 주식전환 포함시 45.2%) 지위에 오르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랜드의 목표는 국제상사의 경영권 획득. 통상 법정관리 기업을 M&A할 때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 사용됐지만, 당시 이랜드는 구주 인수를 통한 M&A를 추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국제상사 측은 “법정관리 상태에서 구(舊)주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법정관리 상황에서는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기존 주주의 권리는 없어지고 대신 법원이 법정관리인을 지정해 경영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이랜드처럼 이미 경영권을 상실한 주식을 인수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국제상사측의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국제상사는 최대 주주인 이랜드의 동의 없이 제3자 매각을 추진했다. 정관 변경을 통해 수권 자본을 기존 4000만 주에서 8000만 주로 늘리고, 추가로 늘어난 4000만 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발행해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2003년 초, 국제상사는 공개 입찰을 통한 3자 매각 추진을 위해 투자의향서(LOI)를 접수 받기 시작했다. E1은 바로 이 시기에 입찰에 참여, 효성과 함께 예비 협상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이랜드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며 복잡해졌다. 수권 자본금 증액 및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 등 일련의 과정이 대주주(이랜드)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랜드는 1심(창원지방법원)에선 패했지만 상급법원(부산고등법원)에서 승리했고, 이 과정에서 국제상사의 공개 매각은 중지됐다. 결국 2005년 6월 대법원마저 이랜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제상사와 이랜드 간 법적 분쟁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국제상사가 당초 계획했던 제3자 배정 4000만 주 유상신주 발행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곧이어 2차전이 시작됐다. 국제상사는 대법원의 판결이 제3자 매각 자체가 아니라 정관 변경 추진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이를 보완해 제3자 매각을 재개했다. 그리고 2006년 4월, E1이 M&A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또 다시 이랜드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로 인해 매각 작업이 6개월 정도 다시 지연됐다. 그러나 법원은 그 해 12월 최종적으로 E1을 인수자로 하는 국제상사의 정리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E1의 국제상사 인수 가격은 총 8550억9500만 원. 이 가운데 4049억9500만 원은 회사채 인수금으로, 나머지 4501억 원은 신주 9002만주 유상증자 대금으로 납입했다. 이를 통해 E1은 국제상사의 지분 74.1%를 확보, 최대 주주가 됐다. 기존 대주주였던 이랜드의 지분율은 유상 증자 후 13.4%로 떨어졌다. 이후 2007년 2월 이랜드가 유상 소각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E1의 지분율은 93.5%까지 뛰어올랐다.(표1)
 
 
이랜드와 국제상사, 그리고 E1은 이처럼 인수과정에서 법률 분쟁을 겪었다. 이랜드는 E1보다 먼저 국제상사 인수과정에 뛰어들고도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피인수 당사자인 국제상사나, 당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던 법원과 사전 조율 없이 인수 작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반면 E1은 인수 작업에 뛰어들기 전부터 법률적 사항을 충분히 검토한 후,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인수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표1>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랜드와 국제상사 간 분쟁은 E1이 입찰에 참여하기 전부터 이미 진행 중이었다. 당시 E1의 국제상사 인수 작업 실무자였던 안경한 현 LS네트웍스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은 “쟁점의 핵심은 자본잠식이 되지 않은 법정관리 기업(국제상사) 주주(이랜드)의 주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였다”며 “법무팀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한 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E1이 M&A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후에는 매각 주간사 및 법무법인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주주, 채권자는 물론 정리법원인 창원지방법원, 상급법원인 부산고등법원 등과의 의견 조율에도 힘을 기울였다. 안 상무는 “M&A를 둘러싼 규제 환경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이해 당사자들과의 협의에 적극 나선 결과 몇 년 더 길어질 수도 있었던 소송을 ‘상대적’으로 짧게 끝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 후, E1이 곧바로 이랜드의 지분을 평화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추가적인 분쟁 소지를 일찌감치 잠재울 수 있었던 것도 주목할 만하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국제상사 인수 직후 E1이 이랜드의 보유 지분을 모두 구입함으로써 장차 경영권을 둘러싸고 추가적인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없앴다”며 “만약 이런 대비가 없었다면 이랜드와 E1 사이에 장기적인 분쟁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고 그만큼 프로스펙스 부활 작업도 지연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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