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영화 속 3D 화상 통화가 현실로
SF영화 ‘스타 트렉(Star Trek)’에서 등장하는 공간이동이 5년 후에는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영화와 TV는 3D 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며, 휴대전화 영상통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3D 통화를 위한 기술이 한창 개발 중이다. 5년 내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3D 인터페이스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친구의 3D 홀로그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IBM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3D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질병이 전파되는 모습을 3D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실시간 트위터로 세계 전역에서 진행되는 각종 현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3D 기술 도입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바로 헬스케어다. 이미 의사들이 엑스레이나 CT 스캐너를 회전시켜 환자를 360도로 관찰할 수 있는 의료용 영상 장비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 결과 3D 의료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IBM은 3D 영상을 통해 뇌를 분석하는 고급 알고리즘을 개발해 뇌동맥류 발견 확률을 70%에서 90%로 끌어올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2.배터리 없이 작동하는 스마트폰 등장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사용자라면 배터리 방전을 걱정하지 않고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꿈꿔 봤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트랜지스터 및 배터리 기술이 발전한다면 앞으로 5년 후에는 각종 전자기기 사용가능 시간이 현재의 10배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자들은 현재 사용되는 무거운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공기를 에너지 밀도가 높은 금속과 반응시켜 수명을 연장시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전기자동차부터 모든 소비자용 기기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가볍고 강력한 충전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IBM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자기기 트랜지스터가 소모하는 에너지를 0.5볼트 미만으로 낮춰 휴대전화나 e북 리더기의 배터리를 아예 없애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에너지 소기(energy-scavenging) 기술로 충전하는 방식은 일부 손목시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 손목시계는 태엽을 감거나 배터리를 교체하는 대신 팔을 흔드는 에너지만으로도 작동된다. 이 기술이 스마트폰에 적용되면 단말기를 흔들거나 번호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자동 충전이 가능해진다.
3.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시민 과학자’의 시대
최근 국내 정보통신(IT) 시장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로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의 부상을 이야기하곤 한다. 앞으로 5년 동안 관련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시민들이 가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자동차, 지갑, 트위터 등에 심어진 센서가 과학 연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전송하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가 지구 온난화 극복,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연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동식물의 위치 추적 등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용 노트북을 컴퓨터 네트워크에 연결해 지진활동을 탐지하는 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 여진(餘震)의 위치를 탐지하고, 비상 대응 속도를 높여 인명 구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IBM은 최근 시민들이 개울이나 하천의 사진을 찍어서 세 가지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그 데이터를 해당 지역의 수질 담당기관에 자동으로 전달하는 ‘크리크 왓치(Creek Watch)’라는 앱을 개발했다. 선의만 있다면 누구나 더 똑똑한 지구를 만드는 데 동참할 수 있는 ‘시민 과학자’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4.첨단분석기술로 개인별 맞춤형 출퇴근 경로 제공
미국에서 시민들이 교통 정체로 낭비하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연간 168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중 1주일을 도로 위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비용으로 따지면 약 780억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첨단분석기술을 교통 시스템에 적용한 연구가 한창이다. 향후 5년 내에 수리 모델과 예측 분석을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이 상용화되면 가장 빠른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개인별 맞춤형 경로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IBM 연구원들은 개인별 행동 패턴과 교통사고, 도로공사, 지역행사, 기상상태, 대체 교통수단 등을 감안해 수시로 변하는 이동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최적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 교통 상황 정보를 종합해 제시하는데 여기에는 가까운 대중 교통환승장으로 가는 방법, 지하철 및 열차의 정시 도착 여부는 물론 역 근처 주차 가능 여부도 포함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교통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교통 정체가 적은 안전한 도로를 건설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탄소 배출 저감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5.컴퓨터 열 에너지를 가정 냉난방에 활용
국내의 대형 데이터센터 하나가 소비하는 연간 전기료는 약 50억∼60억 원에 이른다. 이를 글로벌 차원에서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데이터센터 가동에 소비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에너지의 절반 정도는 집중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러한 열의 대부분은 대기로 사라진다. 이렇게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열 에너지를 재활용해 겨울에는 건물 난방에, 여름에는 에어컨 가동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곧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IBM이 개발한 ‘온칩 물냉각 시스템’과 같은 신기술을 통해 컴퓨터 프로세서 클러스터에서 발생되는 열 에너지를 재생해 사무실이나 가정에 공급하는 다양한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미 스위스 GIB-서비스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을 지역 주민을 위한 수영장의 물을 데우는 데 사용하며, 캐나다 광산업체는 이 열을 한겨울 창고 난방에 쓰고 있다. 스위스의 시범 프로젝트에서는 매년 최대 3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기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의 85%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소개한 다섯 가지 기술들은 우리의 삶과 일, 여가생활에 가장 혁신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흔들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스마트폰으로 3D 화상통화를 하며, 나만을 위한 맞춤형 출퇴근 경로를 안내 받고, 저렴한 데이터센터 열에너지로 난방을 하는 시대가 앞으로 5년 안에 가능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5년 뒤, 더 똑똑하게 변화된 세상이 기대된다.
필자는 연세대 산업대학원에서 전자계산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숭실대 대학원에서 IT정책경영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은행 등 금융 분야 IT 프로젝트와 유비쿼터스 컴퓨팅 연구개발 프로젝트 등을 담당했으며 현재 한국IBM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고 있다. IBM에서 뛰어난 기술전문가에게 부여하는 ‘Distinguished Engineer’ 자격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