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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Science 2.0

특급 호텔 방값이 콘도의 25%? 메리어트 호텔, 과학적 가격정책의 힘

장영재 | 89호 (2011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경영 현장에는 수많은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은 전략, 기획, 운영,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수학·과학 이론을 접목시켜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경영 과학은 첨단 알고리듬과 데이터 분석 기술로 기업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경영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경영학 콘서트>의 저자인 장영재 교수가 경영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합니다.

 

8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강원도 용평에서 경영 관련 통합학회가 열렸다. 국내 경영 관련 34개 학회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경영학자와 기업인 1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23일 일정에 수도권과 떨어진 강원도에서 개최되는 학회여서 상당수 참가자가 현지 숙박을 택했다. 더구나 학회 시작일인 16일 전날인 15일 월요일은 광복절 휴일이어서 그 전 주말부터 치면 내리 엿새 동안 도심을 떠나 강원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이번 학회에는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와 학회 참석을 겸해 참가한 이들도 많았다. 여기에 또 다른 매력 포인트도 있었다. 바로 학회 참석자들에게 제공하는 저렴한 숙박비다

이번 학회가 열렸던 A호텔의 2인실 더블베드 요금 정상가는 27만 원이다. 하지만 학회 참석자에게는 7만원에 제공됐다. 가장 비싼 콘도 41평형(정상가 51만 원) 가격은 13만 원으로 정상가의 거의 4분의 1이다. 물론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학회 등록을 하고 예약 시 학회 참석자임을 명시해야 한다. 그러나 경영학회 비회원의 참가비가 10만 원임을 고려한다면 참가비를 내고 1박만 하더라도 남는 장사다.


이처럼 숙박업체에서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이유는 사전에 학회 주최 측과 협의를 통해 참가자들을 위한 단체 할인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숙박업체들은 대규모 단체 고객 대상 할인 이벤트를 실시할 때 어떻게 적정 할인율을 도출할까? 대부분 업체들이 과학적인 기법에 따라 최적 할인율을 산출하기보다는 과거 경험이나 타 경쟁사 가격을 벤치마킹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알고리듬을 도입해 별다른 투자 없이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신장을 기록한 기업이 있다. 바로 글로벌 숙박 및 관광기업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Marriott International)이다.


메리어트호텔의 과학적 가격 결정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현재 세계 70여 개 국에 약 3000개가 넘는 숙박 관련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다. 2005년 이후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으며 2011년 현재메리어트호텔&리조트, JW 메리어트, 리츠칼튼 등의 일반·럭셔리 호텔 브랜드코트야드 메리어트, 스프링힐 메리어트 같은 비즈니스 여행객에 특화된 브랜드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스테이와 같은 기업 고위임원들의 장기 투숙을 위한 서비스리츠칼튼 데스티네이션 클럽 등 회원제 리조트 서비스 등 다양한 숙박과 리조트 및 관광 프랜차이즈를 거느리고 있다.1


메리어트그룹의 핵심 전략은 다양하고 세분화된 브랜드를 통해 고객의 니즈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여기에 타 숙박 전문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중요한 경쟁력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탁월한 데이터 분석과 과학적인 가격 결정 기술이다.


호텔 숙박, 그리고 관광산업과 같은 서비스업은 첨단 기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메리어트그룹의 독특한 운영 기법을 파악한다면 서비스업에서도 기술력이 어떻게 기업 경쟁력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메리어트 운영 이면에는 데이터와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 문화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핵심이 바로수익경영(Revenue Management)’을 통한 호텔 운영방식이다.


수익경영이란 소비자가 부여하는 상품의 가치를 가격으로 적용해 소비자의 가치를 실현하고 기업의 매출과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영 방식이다. 수익경영의 핵심은 가격정책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가격을 차별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고객의 가치와 다양한 요구 사항을 바탕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소비자의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 소비자의 가치를 수치화하며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환경 등의 변수를 조합해 적절한 가격 정책을 수립하는 등 마케팅, 세일즈, 기업 운영 등 기업활동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방식이다.2


호텔 숙박업에서 수익경영의 도입 원리는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해 객실이 텅 비어서도 안 되고 객실을 모두 판매해놓고도 손해를 볼 정도로 가격을 너무 낮게 정해도 안 된다.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객실을 채우면서도 객실당 수익률도 함께 감안해 최대의 매출을 올리는 게 바로 호텔 숙박업체들이 희망하는 수익 경영의 지향점이다.


그럼 이런적정 가격산출은 어떻게 이뤄질까? 바로 데이터와 분석에 기반한 모델과 이런 모델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즉시에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알고리듬이다. 메리어트의 창립자인 J. 윌라드 메리어트(J. Willard Marriott)는 숙박사업에 진출했던 1950년대부터 모텔 주차장에 들어오는 차에 몇 명이 타고 있는지를 관찰해 이를 바탕으로 2인실 적정요금 산출의 근거로 활용했다.3
이러한 창업자의 데이터를 근거로 한 운영 철학은 이후 1990년대 IT산업의 발달로 고객 예약정보, 호텔 투숙 기록, 부가서비스 이용 기록 등 다양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서 강력한 기업 경쟁력으로 부상하게 됐다.


그럼 앞에 설명한 그룹 가격 설정에서 메리어트의 사례를 알아보자. 호텔 예약은 크게 개인 예약과 단체 예약으로 나뉜다. 개인 예약의 경우 투숙객의 숙박 일정과 객실 종류에 따라 사전에 숙박비가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학회나 이벤트 모임과 같은 단체 고객의 경우 총 참가 인원, 참가 인원 중 투숙객의 비율, 세미나룸이나 회의시설과 같은 부대시설 이용 등 다양한 요소들에 따라 숙박비가 결정된다. 이러한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단체 예약은 호텔과 고객의 상호 계약에 의해 체결된다. 또한 개별 객실 예약과 매우 다른 영업 프로세스와 가격책정 방식이 요구된다.


앞의 경영학회의 경우도 10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행사고 호텔의 대연회장, 단체 리셉션 및 식사, 그리고 호텔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다양한 이벤트 등이 준비돼 있어 숙박업체로서는 숙박 제공 외 다양한 서비스를 통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호텔은 학회를 준비하는 주최 측과 협상을 통해 개별 투숙객의 할인율을 결정하고 그 외 부대시설 이용비 등 모든 서비스를 통합 패키지 형태로 묶어 계약을 체결한다.

단체 예약의 특성상 계약 체결을 위해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숙박업체로서는 협상 시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곤 한다. 많은 선진 숙박 업체들이 개인 예약에는 오래 전부터 수익경영을 이용한 과학적 가격결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단체 예약에서의 가격 선정은 아직까지 기초적인 산출방식이나 과거 경험에 의지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단순한 경험에 의한 산출방식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단체 예약은 협상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신속히 가격을 제시해야 하며 고객이 제시된 가격에 대해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 협상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투숙객 할인율을 호텔에서 제시한 50%보다 더 많이 요구할 경우 호텔은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할인율 50%에 무료 조식 제공이나 수영장 이용 등의 옵션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만일 고객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제시해 수익성이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단체 고객 유치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근거도 필요하다. 1000명의 단체 손님을 유치하는 것보다 개인 고객들의 예상 수요를 파악해 이를 통한 매출이 더 크다고 여겨지면 협상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협상의 방식이다.


문제는 단체 고객 유치 협상에서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함께 고려해 협상 테이블에서 즉각적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신속히 가격을 결정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의사결정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과거 경험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내릴 때가 많은데 이때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수익성 없는 단체 계약을 체결할 위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메리어트그룹은 2000년대 중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단체 계약을 위한 가격 결정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 결과 2005그룹 가격 최적화(GPO·Group Pricing Optimizer)’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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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영재

    장영재[email protected]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장영재 교수는 미국 보스턴대 우주항공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 MIT 경영대학원(슬론스쿨)에서 경영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MIT 기계공학과에서 불확실성을 고려한 생산운영 방식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본사 기획실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과학적 방식을 적용한 원가 절감 및 전략적 의사결정 업무를 담당했다. 2020년 KAIST 연구소 기업인 ‘다임리서치’를 창업해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 등의 혁신 기술을 제조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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