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꼬꼬면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주현(24·서강대 중문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지난 3월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F&B 마케팅1팀 차장은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라면 경연편’ 세 번째 녹화를 마치고 돌아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개그맨 이경규 씨가 출품한 ‘꼬꼬면’을 먹자마자 ‘이거 되겠구나’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녹화 때는 ‘거참, 맛있네’라는 생각만 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심사위원으로 함께 참여한 경쟁 기업에서 꼬꼬면을 상품화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잠을 못 이뤘다. 그는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가 남자의 자격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가는 PD를 연결해줬고 이경규 씨와 통화가 이뤄졌다. 그는 이 씨에게 꼬꼬면을 꼭 한국야쿠르트에서 상품화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 씨는 정말 만들 생각이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최 차장은 아직 회사에 정식으로 보고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꼬꼬면의 상품 가치를 한눈에 알아봤기 때문에 이 씨에게 “꼭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최 차장의 간곡한 제안에 이 씨는 꼬꼬면을 브랜드화한다면 꼭 한국야쿠르트와 하겠다고 약속했다. 통화를 끝내자마자 최 차장은 회사로 출근해 경영진에게 꼬꼬면을 상품화하고 싶다고 보고했다. 경영진도 최 차장 못지 않게 빨랐다. 바로 상품 개발에 착수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한국야쿠르트는 이경규 씨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8월2일 선보인 꼬꼬면은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매장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폭주하는 주문량을 맞추지 못해 품절 사태도 벌어졌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월 평균 1500만 개씩 팔렸다. 꼬꼬면 판매 가격은 일반 라면보다 다소 비싼 1000원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속하지만 빨간 국물이 선점하던 라면 시장에서 하얀 국물 바람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이 방송된 지 4개월 만에 제품을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신제품 개발에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린다. 다른 업체를 제치고 재빨리 브랜드를 선점해 제품으로 만들어 시중에 선보였다.
방송 출연자인 최용민 차장의 순발력이 돋보였지만 이후 회사 경영진의 빠른 판단력도 눈에 띈다. 한국야쿠르트 팔도 R&D 연구원들은 이경규 씨의 레시피를 참고해서 대규모 상품화가 가능하도록 제조법을 개발했다.
최용민 차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라면 전문가다. 그는 경희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후 라면과 함께 17년을 보내왔다. 연구개발업무와 품질관리, 마케팅 업무를 두루 거치며 현장감각과 트렌드를 보는 안목을 두루 키웠다. 1999년에는 포털사이트 Daum에 카페 <라면천국>을 개설했다. 이 카페는 현재 6만5000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규모의 라면동호회로 성장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음식과 요리를 먹어봤지만 뒷마무리가 이렇게 개운한 음식은 오랜만이었다. 특히 닭 요리의 가장 큰 단점이 느끼함인데 꼬꼬면의 경우 청양고추가 그 느끼함을 잘 마무리해서 놀랐다. 당시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샐러드 국수도 훌륭했지만 상품화를 하기에는 제약 요소가 많아서 2등인 꼬꼬면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앞서 R&D 연구원들과 임원들 30여 명이 꼬꼬면을 시식해봤는데 이 자리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최 차장이 느꼈던 참신한 맛의 매력을 다른 직원들도 함께 느끼게 된 것.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연구원들 사이에 구현해야 할 맛에 대한 공유가 이뤄지자 개발 진행도 빨라졌다. 새로운 맛을 찾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맛을 향해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개발자 이경규 씨가 큰 힘이 됐다. 이 씨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개발단계마다 연구소를 찾아 꼬꼬면을 직접 먹어보고 조언을 해줬다. 이 씨 역시 최 차장 못지 않게 음식에 관심도 많고 실력자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압구정김밥에 이어 돈치킨이라는 구운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라면을 특히 좋아해 일본 유학시절에는 유명한 가게를 찾아 다니며 다양한 라면을 맛보기도 했다.
끊임없는 이슈 만들기
한국야쿠르트가 꼬꼬면 개발을 서두른 가장 큰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꼬꼬면이라는 브랜드가 너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꼬꼬면이라는 네이밍이 워낙 제품 성격과 딱 맞아떨어질뿐더러 공중파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브랜드가 노출되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시중에는 수많은 라면들이 개발됐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곤 한다.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낯선 라면들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꼬꼬면은 많은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꼬꼬면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었다.
3월 방송이 나간 직후 한국야쿠르트가 이경규 씨와 계약하자 각종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꼬꼬면을 정식으로 맛볼 수 있게 됐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한국야쿠르트는 광고 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았지만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제품 개발에 착수한다는 기사가 나간 후 마케팅과 홍보 부서에서 고민한 것은 제품개발 기간 동안 꼬꼬면이라는 이슈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아무리 빨리 개발을 해도 3개월 이상 걸릴 텐데 그동안 제품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이슈를 지속시킬지 고민했다. 이때 홍보 담당자인 이승기 대리의 재치가 빛났다.
어느 날 이 대리는 출근하자마자 자신의 책상 위에 은박지에 싸인 내부 시식용 꼬꼬면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이 대리는 이 시식용 라면을 본 순간 이것을 활용해 파워블로거 시식 행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입소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야쿠르트는 하루 방문자가 2000∼3000명가량 되면서 주로 맛 집이나 식품 브랜드 리뷰를 하는 파워블로거 40명을 선발해 이들에게 내부 시식용 꼬꼬면을 보내고 향후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 설문을 요청했다. 40명 중 39명이 자발적으로 꼬꼬면 시식 후기를 블로그에 올렸다. 이들은 이미 TV를 통해 익숙했던 꼬꼬면을 시판되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맛본다는 설렘을 갖고 상세한 사진과 맛의 느낌을 시식 후기로 남겼다. 하루에도 몇 천 명이 찾는 블로그에 올라온 꼬꼬면 시식후기를 많은 네티즌들이 서로 공유하면서 꼬꼬면은 또다시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다. 자연스럽게 꼬꼬면은 ‘출시되면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은 라면’이 됐다.
이승기 대리는 “파워블로거들이 올린 리뷰가 다양한 경로로 노출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광고가 많이 됐다. 제품이 나오기 전이라 직접적인 광고를 할 수 없었는데 이러한 방법을 통해 제품 개발 전까지 이슈가 식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꼬꼬면이 성공한 요인으로 제품 개발 전 과정이 방송을 통해 모두 공개돼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친밀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후발 업체의 대표적 전략 중 하나인 스토리텔링을 통한 제품 차별화에 성공함으로써 1000원이라는 가격에 대한 저항도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꼬꼬면은 출시 직후 폭주하는 주문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벌어졌지만 이마저도 소비자들은 ‘레어템(rare와 item이 합쳐진 조어)’이라는 별칭을 지어주면서 심각하게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꼬꼬면 획득기나 비교적 안전하게 꼬꼬면을 살 수 있는 마트나 편의점의 위치를 표시한 꼬꼬면 지도 등을 자발적으로 만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갔다. 가령 블로그와 트위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다수 게재됐다. ‘레어템인 꼬꼬면을 샀다. 행복해 죽겠다. 그런데 엄마한테 들켜서 망했다. 숨겨놓고 혼자 먹으려고 했던 건데 할 수 없다.’
하얀 국물이라는 신시장 창출
꼬꼬면은 고정관념을 깨뜨려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들춰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단기간에 업계 순위를 바꾼 히트 브랜드들의 공통적인 성공 전략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을 통해 ‘쇠고기 맛이 나는 붉은색 라면 국물’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용민 차장은 “국내 라면업계는 이상할 정도로 쇠고기 맛에 집착해왔다. 꼬꼬면의 성공은 국내 소비자들의 숨겨진 입맛을 공략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닭고기 맛 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잠재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닭고기 맛 라면은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쇠고기 맛의 붉은색 국물 위주인 국내 라면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았던 상황에서 한국야쿠르트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 시의 적절하게 제품화한 것이다.
꼬꼬면이 빅히트를 치면서 라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꼬꼬면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인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도 상승세를 타면서 흰색 국물 라면 시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오뚜기가 중국식 ‘기스면’으로 하얀 국물 라면 시장에 합류했다.
꼬꼬면이 포지셔닝한 하얀 국물 라면은 소비자 층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존 빨갛고 매운 라면에 부정적 인식을 가졌던 소비자들을 불러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라면 업계에서 해당 상품의 지속적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경험적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분식집 메뉴로의 등장이다. 지금까지는 농심의 ‘신라면’이 유일했는데 최근 분식집 메뉴에 꼬꼬면이 새로이 자리잡았다.
국내 라면 업계에서 4위인 한국야쿠르트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외부와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신제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부대찌개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놀부BNG와 제휴해 놀부 부대찌개 라면을 선보였다. 2009년에는 강력한 매운 맛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된 라면가게 ‘틈새라면’과 함께 팔도 틈새라면 빨계떡을 선보인 바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낮은 시장점유율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이전부터 외부와의 활발한 제휴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이번 꼬꼬면 역시 외부와의 제휴에 적극적인 기업 문화가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성공요인
과거 한 식품 회사의 마케팅 총괄 임원은 “혁신적 시도를 통해 야심 찬 제품을 내놓아도 결국 소비자들은 ‘신라면’이나 ‘안성탕면’으로 회귀하기 마련이어서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도전과 혁신을 주도해야 할 후발 업체의 마케팅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기력해 보였지만 라면 시장은 그만큼 변화를 만들어 내기가 어려운 요지 부동의 시장으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토록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지던 라면 시장에도 변화와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꼬꼬면의 화려한 등장이 대표적인 예다. 신제품으로서는 경이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꼬꼬면의 핵심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①변화 감수성과 기회 민첩성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듯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은 고착화된 상황도 언젠가는 변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변화의 전조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이를 혁신의 계기로 신속히 전환시킬 수 있는 내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느냐의 여부다. 복기를 해보자면 하얀 국물로 대표되는 변화에 대한 요구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일본 라면이나 크림 파스타의 유행, 일본식 주점의 인기 메뉴로 부상했던 나가사끼짬뽕 등이 그 같은 징후였다. 하얀 국물을 바탕으로 또 다른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삼양의 나가사끼짬뽕도 호면당이라는 면요리 전문 업체를 통해 고객의 뜨거운 호응을 확인하고서 개발된 제품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객은 단순한 신제품을 넘어 붉은 쇠고기 국물 맛과 대별되는 새로운 미각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같은 갈망을 예민하게 감지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자의 자격이나 이경규씨가 만들어 놓은 절호의 마케팅 기회를 누구보다 신속하고 민첩하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 최용민 차장은 방송 녹화가 끝난 직후 꼬꼬면이 상품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바로 실행에 옮겼다. 또 꼬꼬면 개발 기간을 4개월로 단축시켰다. 후위 업체로서 의사결정 과정부터 실행까지 민첩하게 움직여 성과를 얻은 것이다.
②진정성과 호혜성에 기초한 개방형 혁신 첨단 기술이나 IT 산업에나 어울릴 법한 개방형 혁신이라는 화두는 사실 매우 다양한 업종과 업무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생활 소비재 업체인 P&G도 R&D가 아닌 C&D(Connect & Develop)라는 기치하에 개인 발명가들(Garage Inventors)까지를 포괄하는 매우 광범위한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진정성과 호혜성의 원칙에 기초해 전면적인 개방형 혁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이경규 씨가 만든 꼬꼬면이라는 브랜드와 레시피를 전적으로 존중하고 수용함으로써 다소 폐쇄적이고 내부지향적인 여타 식품 업체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이경규 씨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홍보 관점에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의 전 과정에서 긴밀한 협업을 전개함으로써 꼬꼬면의 맛을 재현하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또 제품 성공의 결실이 협력 파트너인 이경규 씨에게도 호혜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공정한 배려를 했다는 점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 이전에도 외부와 손잡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내부에서 갖지 못한 자원을 개방형 혁신을 통해 보완함으로써 적시에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③고객과의 수평적인 소통 꼬꼬면의 개발 및 출시와 관련해 한국야쿠르트는 고객과의 수평적인 소통에 상당히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제품 출시 이전에 파워블로거들에게 시제품 시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피드백을 수용함과 동시에 입소문을 창출하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화제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 것은 물론이다. 제품 출시 초기에 조리 시 물 권장량을 일반 라면과 같이 550㎖로 표기했다가 그럴 경우 국물이 싱거워질 수 있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물 권장량을 500㎖로 수정해 표기하게 됐다는 일화는 소통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④생생한 스토리텔링 꼬꼬면은 탄생부터 소비자들에게 생생한 이야깃거리를 선사했다. 이경규 씨는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에서 일반인 참가자들과 동등하게 토너먼트 방식의 요리 경연대회에서 경쟁했다.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꼬꼬면의 전 개발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치 자신이 제품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꼬꼬면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다. 소비자들은 품절 사태를 빚었던 꼬꼬면에 대해 ‘레어템’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면서 꼬꼬면 시식기 등을 자발적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컵라면이 출시되기 전에는 봉지라면을 활용해 컵라면으로 먹는 뽀글이(종이 그릇에 봉지 라면과 뜨거운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조리방법)를 유행시키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양산하고 끊임없이 화제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특별한 이야기는 평범한 제품을 특별한 것으로 바꿔놓는다. 제품에 덧붙여진 이야기는 곧 ‘내 이야기’가 되고 이는 정서적 일체감을 일으키면서 제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도전과제
사실 꼬꼬면의 성공은 제품 개발과 마케팅 관점에서 이경규 씨의 공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하게 주어진 조건과 상황 아래 그 어떤 경쟁자보다 결단력 있고 민첩한 실행력을 보여준 한국야쿠르트의 공 또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꼬꼬면이 출시 초기의 화제성에 기초한 단기 히트 상품을 넘어 신라면이나 안성탕면과 같은 장기 파워브랜드로 성장해가기 위해서는 한국야쿠르트의 향후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주어진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품의 수급 조절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출시 초기에는 제품 품절 상태가 일종의 화제를 유발하는 기재가 될 수도 있지만 제품이 주류 상품으로 성장해가는 단계에서는 확고한 매대 점유율(Share of Shelf)의 유지 강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국야쿠르트는 적절한 물량 확대를 통해 꼬꼬면의 맹위가 상대적으로 덜한 봉지면의 진검 승부처, 즉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의 점유율을 한층 높여가야 한다. 반면 과도한 공급량 확대나 내부지향적인 가격 전략으로 브랜드의 수명주기를 스스로 단축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게임의 규칙(Rule of Game)을 정립해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창출해야 한다. 꼬꼬면이 수없이 명멸한 단기 히트 상품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시장 조성자(Market Shaper)로서의 입지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독특한 맛의 라면을 넘어 새로운 라면의 개념과 트렌드를 창출하고 이를 새로운 카테고리로 구체화해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의 화제성에서 나아가 좀 더 진전된 화두를 고객과 공유해야만 한다. 하얀 국물의 꼬꼬면이 기존 붉은 쇠고기 국물 라면과 과연 무엇이 다른지, 그 다른 점이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 같은 문제제기와 가치제언이 조성해나갈 새로운 카테고리의 우산 아래서 다양한 연계 상품과 후속 브랜드들을 정교하게 출시해야 한다.
셋째, 좀 더 본원적인 관점에서 한국야쿠르트는 오늘의 꼬꼬면을 탄생시킨 핵심 성공요인들, 즉 민첩성, 개방형 혁신, 수평적 고객 소통을 한국야쿠르트만의 차별적 조직 문화와 구조적 시스템으로 내면화시켜야 한다. 앞서 언급한 P&G의 사례가 좋은 모범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업계의 후위 업체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바로 이러한 잠재적 우위 요소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유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신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안상훈 마케팅인텔라이트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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