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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먹는 두부. 건강에 좋다고 재조명을 받고 있지만 두부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몇 해 전 두부의 혁신이 일어났다. <닛케이트렌드지>가 일본 최고의 히트상품 10선에 한 회사의 두부를 뽑은 것이다. 바로 오토코마에(男前) 두부이다. 이 두부는 출시 2년 만에 600억 원(55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 이 책의 표현대로 하자면 ‘고작 두부’로 말이다. 무엇이 늘 먹던 두부를 시대의 두부, 시대의 히트 상품으로 만들었을까? 이야기는 <오토코마에 두부>의 저자이자 회사 사장인 이토 신고의 24살 시절로 돌아간다.
메이지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도쿄 스키지 어시장에서 일한 지 1년쯤 지난 어느 날, 이토 신고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산와토유식품(三和豆友食品)에 입사하기로 결심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저자의 머릿속을 뒤집고 다녔다. ‘명색이 두부 회사인데 두부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연구개발이라고는 전무했다. “다들 상품을 만들겠다고 입사했을 텐데 우리는 전혀 창의적인 일을 안 하잖아? 이해할 수 없어.”
두부회사에서는 신상품이라고 해봤자 유통업체의 구매담당자가 요청한대로 포장을 바꾸는 정도였다. 아니면 어제까지 팔던 똑같은 두부의 색을 바꾸거나 사진을 추가해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달라진 밀봉비닐을 씌우는 식이었다. 겉만 번드르르해졌지 내용물은 전과 다름없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속았다는 기분이 들 게 뻔했다. 이토 신고는 이렇게 계속 저렴한 두부만 생산하다가는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공 관건은 차별화. 우리가 자주 먹는 두부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을지를 놓고 이토 신고 사장의 창의력이 결집됐다.
그는 먼저 이름, 브랜드를 혁신했다. 두부는 주로 여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두부를 남자 두부라고 강조한다면 어떨까? 남전(男前) 두부, 일종의 ‘재미’라고 봐도 좋다.
‘오토코마에’라는 두부이자 회사 이름은 이토 신고 사장의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토 사장은 초등학교 때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기면서 외모에 관심이 많아졌다. 하루는 학교에 가기 전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곱게 가르마를 냈다.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은 “어이, 오토코마에!”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잔뜩 멋을 낸 귀여운 어린 아들을 향해 “우와, 남자다운데?”하고 놀린 것이다. 바로 그 느낌을 두부에 담고자 했다.
구매담당자에게 “여성 소비자들은 배제하는 건가요”라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오토코마에’처럼 터프하고 멋진 척하는 ‘허세’가 있기 마련이다. 흔히 두부하면 ‘부침개용 두부’ ‘콩맛 진한 두부’ 같은 미각 측면만 부각시키곤 하지만 ‘남자다운 두부’라니 정말 엉뚱하고도 남다르다. 포장에서도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세련됨이 아니라 ‘촌스러움’이라는 옷을 입히는 역발상으로 굵고 강렬한 ‘남(男)’자를 써넣었다. 우리 회사의 역발상 제품은 무엇인가? 역발상 시장은 어디인가? 오토코마에는 두부에 남자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준 것이다.
두 번째 차별화는 제품의 혁신이다. 먼저 제품 모양과 포장부터 바꾸었다. 일반적으로 두부의 모양은 네모다. 이토 신고 사장은 ‘두부=네모 모양’이라는 상식을 깨면서도 소박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방금 굳힌 두부를 올챙이 모양의 국자로 떠서 비닐봉지에 담은 후 딸기용 플라스틱 팩에 담았다.
그리고 용량을 바꾸었다. 사람들이 당시 신제품인 ‘오타마 두부’를 보고 가장 놀란 부분은 용량이다. 300∼400g인 일반 두부에 비하면 거의 곱절에 가까운 600g이나 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나 홀로 식사’가 화두였기 때문에 두부 용기도 작아지는 추세였다. 그래서 맨 처음 ‘오타마 두부’를 구매업자에게 소개했을 때 “이렇게 큰 두부가 팔리겠어요”라는 핀잔을 들었다.
하지만 이토 신고 사장은 크기로 차별화했다. 맛있는 두부라면 배부를 때까지 먹고 싶게 마련이고 혹시라도 남으면 다음 날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그만이다. 이토 사장은 소비자에게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양이 많아 한번에 다 먹지 못하고 남은 두부는 다음 날 채소와 볶아 먹거나 샐러드에 넣어 먹으면 된다. ‘조금 넉넉하게 사서 다양한 요리로 먹어보세요’라는 남다른 마케팅 포인트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세 번째 차별화 포인트는 정말 특이하다. 이것은 이 회사의 홈페이지와 스토리에서 나타난다. 오토코마에 두부점의 홈페이지(www.otokomae.jp)를 보자. 여러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만들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반 회사의 제품 홈페이지와는 완전히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두부회사에서 캐릭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회사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캐릭터 상품을 공급한다. 가장 먼저 제작한 캐릭터 상품은 직영점 오픈에 맞춘 티셔츠다. ‘핑크남자 오토코마에 티셔츠’와 ‘블루남자 오토코마에 티셔츠’로 매장 직원용 유니폼이자 판매상품이다.
이외에도 야외 라이브 공연장에서 생맥주와 두부를 팔고 영화 홍보용 두부를 만든다. 한국 영화 ‘친절한 금자씨’ 홍보를 위해 두부 뚜껑에 ‘금자씨’의 사진을 인쇄하고 오토코마에 두부점의 오리지널 CD ‘어쩐지 정말 굉장한 오토코마에 두부점’을 발매한 것 등 스토리 확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 스토리의 종점은 오토코마에 두부점 교토 공장 앞의 거대한 동상이다. 새로운 제품 이름이기도 한 ‘바람에 나부끼는 두부장수 조니’는 등에 커다란 ‘男’자를 새기고 항구에 서서 닻에 발을 얹고 있다.
‘조니’는 나중에 오토코마에 두부점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됐고 오토코마에 두부와 관련된 스토리의 정점에 있는 상징물이 됐다. 최고의 스토리 연상효과를 가진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낸 것이다.
어떤가? ‘고작 두부’라는 말은 이제 저 멀리로 사라지고 ‘대단한 두부’가 눈앞에 차별화돼 나타났다. ‘남자 두부’라는 브랜드의 차별화, 제품 혁신의 차별화, 스토리의 차별화를 통해 최고의 히트상품이 등장했다.
이제는 차별화해야 살아남는다. 사실 살아남는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용기 내어 다른 길을 가지 않는가? 조금 더 차별화하고 조금 더 다르면, 더 즐겁게 성과를 올릴 수 있고 더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내 길’을 가는 용기, 그것이 차별화이다. 전통적 차별화의 대표적 사례를 보고 싶을 때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email protected]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 (Centerworld Corp.) 대표이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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