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회의원들의 면모가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국회가 내놓는 최종 성과는 가장 형편없는 정치인들의 수준으로 떨어지곤 한다. 경영학에서 이런 현상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개념으로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엘리 골드렛이 제창한 ‘제약조건이론(TOC·Theory of Constraints)’이 있다. 골드렛은 공장을 경영하던 지인으로부터 생산 스케줄링 상담을 받고 자신의 물리학적 지식과 통찰을 토대로 이 이론을 개발했다.
TOC의 핵심은 병목(bottleneck)을 일으키는 지점의 생산성이 전체 생산성을 결정하므로 문제가 되는 제약 요소를 발견해 이를 해결해야 전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TOC는 1980년대 후반 미국 내 제조업, 특히 생산관리 분야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골드렛이 소설 형식을 빌려 TOC의 기본 원리를 쉽게 풀어 쓴 <더 골(The Goal, 1984)>은 지금까지도 MBA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힐 정도다.
TOC의 적용 범위는 단순히 공장 운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정이나 직장, 사회 등 어느 조직이건 성과의 흐름을 방해하는 제약 요소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제약 요소가 전체의 성장을 좌우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리비히의 최소량 법칙(Liebig’s law of the minimum)’과도 맞닿아 있다.
19세기 독일의 화학자이자 ‘비료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식물의 생장 과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성장은 필수 영양소들의 총합이 아니라 가장 모자라는 요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높이가 서로 다른 판자를 엮어 나무 물통을 만들었을 때 가장 키가 낮은 판자 높이 이상 물을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훌륭한 인재들이 수두룩한데도 왜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나 고민하는 지도자들이 있다면 시스템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병목이 어디인지부터 찾아내야 한다. 조직의 경쟁력은 가장 낮은 기능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모자란 부분이 전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드렛의 소설 <더 골>에서 주인공 알렉스는 보이스카우트 단원인 아들 데이비드와 함께 떠난 하이킹에서 단원들의 전체 행군 속도는 앞에서 빨리 움직이는 아이들이 아니라 후미에서 자꾸 뒤처지는 뚱뚱한 아이(허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알렉스는 허비를 행렬 맨 앞에 세운 후 그의 배낭 속 짐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 지게 함으로써 허비가 좀 더 빨리 걸어갈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 행군단의 전체 속도도 높일 수 있었다.
병목을 발견하려는 노력에서 핵심은 실적이 저조한 영업사원, 매출·이익 기여도가 낮은 부서처럼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제약 요소뿐 아니라 비효율적 업무 프로세스, 원활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는 부서 간 장벽(silo) 등 무형의 제약요소까지 함께 점검하는 것이다. <더 골>에서 주인공 알렉스는 행렬 재배치라는 프로세스 혁신과 병목 부위의 성능 개선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보이스카우트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제약 요소와 함께 ‘보이지 않는’ 제약 요소, 즉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의 루틴(routines)까지 찾아내 이를 개선할 때 전체 시스템의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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