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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클러스터, 샘솟는 창업분위기가 생명줄

김태영 | 108호 (2012년 7월 Issue 1)




지역 클러스터1
의 집중
 
특정지역에 대한 쏠림현상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지구표면의 3%를 덮고 있는 열대림에 동식물의 약 50%가 산다. 황제펭귄은 남극에 모여 살며 (북극)흰곰은 북극에 퍼져 산다. 환경에 적응하려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생태계에서는 특정지역에 대한 특정 종의 집중이 생겨났다. 기업세계도 예외일 수 없다. 미국의 영화산업은 로스엔젤레스의 할리우드에, IT 관련 기업은 실리콘밸리에, 그리고 금융관련 기업들은 뉴욕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기업은 초기에 나무, 광물 등 천연자원,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 혹은 낮은 세금 등을 이유로 특정지역에 모여든다. 중국의 개방정책 이후, 초기 수년간 많은 기업들이 중국으로의 진출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 즉 자원의 투입비용에서 오는 상대적인 이익은 기업들에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다른 경쟁기업들이 모방하기 쉬우며 경쟁이 치열함에 따라 전체 생산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낮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입자원 자체보다는 투입자원을 이용하는 방식에서 오는 이익, 즉 혁신의 중요성이 기업들이 특정 장소에 집중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대두됐다. 아무리 우수한 천연자원이 있다 하더라도 효율적인 인프라 구조, 우수한 연구기관들, 혁신적인 부품공급업자, 정비된 법률체계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혁신 및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가 지적했듯이 기업의 위치 선정 문제는 단순히 투입 비용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을 위해 드는 전체 비용 및 혁신의 가능성을 고려해서 결정돼야 한다.
 
지역 클러스터의 지속성
그렇다면 왜 특정지역에 특정한 (동식물) 종이, 혹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간단히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특정 종에 속한 개체들의 사망률보다 출생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황제펭귄이 남극에서 하나의 집단을 이뤄 생존하기 위해서는 황제펭귄의 출생률이 사망률보다 높거나 적어도 현상 유지돼야 한다. 황제펭귄의 사망률이 출생률보다 높으면 황제펭귄의 개체 수가 점차적으로 줄게 되며 결국에는 군집으로서의 황제펭귄은 사라지게 된다. 기업세계에서 집적경제(agglomeration economy)의 지역 클러스터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창업률이 높게 유지돼야 한다.2 한 국가에 거주하는 인구의 사망률보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인구감소로 이어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역 클러스터 내의 기업의 도산률과 창업률에 관한 동시적인 연구가 지역 클러스터의 지속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지역 클러스터의 도산률만 이해하면 황제펭귄의 사망률만 연구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지역클러스터의 창업률만 연구하면 황제펭귄의 출생률만 연구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기업의 도산률과 창업률을 동시에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도산률과 창업률에 지역 클러스터가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소렌손(Olav Sorenson) 교수와 아우디아(Pino Audia)3 교수는 1940년에서 1989년 사이 존재한 모든 미국의 신발공장들의 지역적 집중이 낳는 결과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4 당시 신발제조산업은 적은 수의 직원으로도 효율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고 공정에 필요한 기계를 임대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50명 이하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공장이 전체 기업의 50%에 달했다. 주로 신발공장은 매사추세츠와 뉴욕주에 집중돼 있었으며 시간이 갈수록 지리적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지역적 집중은 두 가지 프로세스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첫째, 지역적 집중은 집적경제에서 오는 이익을 키운다. 이러한 긍정적인 파급효과는 기업의 높은 생산성으로 연결되며 긍정적인 효과를 본 기업은 계속해서 그 지역에 남는다. 둘째, 집적 경제의 지역적 클러스터에서는 잠재적 창업자가 시장, 경쟁자, 부품업자, 소비자 등 시장기회와 혁신에 대해 손쉽게 정보와 자본에 접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보다 기업의 창업률이 높을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소렌손 교수와 아우디아 교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집적경제의 지역 클러스터에 위치한 기업은 기업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도산률이 높았다. 초반에 존재했던 집적 경제의 이익들은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줄어들지만 경쟁에서 오는 피해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을 피해 다른 한적한 곳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러한 경향이 계속되면 지역적 집중이 심해지지 않는다. 기업의 지역적 집중이 도산율을 높이면 그만큼 줄어드는 기업의 수가 지역적 집중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적 경제가 기업의 도산률에 미치는 영향만으로는 현저한 지역적 집중을 설명하기 어렵다. 둘째, 지역적 집중이 기업의 창업률도 올린다. 즉, 지역적 집중이 도산률과 창업률을 함께 높인다는 의미다. 이제 지역적 집중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창업률이 도산률보다 어느 정도 높은가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창업률이 도산률보다 낮으면 지역적 집중은 발생하지 않는다. 지역적 집중이 강한 신발제조산업에서는 지역적 집중이 기업의 도산률에 미치는 영향보다 기업의 창업률에 두 배 이상의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결국 지역적 집중이 가중될수록 기업의 도산률이 늘어나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바로 높은 창업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도산률만 높고 창업률이 낮은 지역은 지역클러스터가 점차 쇠퇴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렌손(Olav Sorenson)과 스튜어트(Toby Stuart) 교수5 는 생명공학산업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시사점을 도출했다.6  (생명공학산업은 지식집약적 산업이라는 점에서 신발제조산업과 차별성이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그리고 보스톤 지역에 집중돼 있다.) 첫째, 신발산업과 마찬가지로 지역적 집중은 기업들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둘째, 기존 생명공학기업, 벤처기업회사와 우수한 생명공학과를 지닌 대학 주위에 위치한 생명공학회사는 새로운 창업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즉 연관 있는 기관 혹은 기업들의 지역 클러스터가 창업을 촉진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지역적 집중이 창업률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 클러스터는 창업가들에게 풍부한 재무 자본, 인적 자원, 그리고 사회적 자본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이 중에서도 창업가의 폭넓은 사회적 연결망은 초기 창업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둘째, 시장에서 창업기회를 제공하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정보를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기업들과 사업활동은 경쟁에서 생존하려는 기업들에 부단한 창의력과 혁신을 요구하게 된다. 지역 클러스터는 창의력과 혁신을 촉진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아나고 테스트되는 실험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셋째, 많은 창업가들은 사는 지역 혹은 자신이 직장을 다니던 지역적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7 지역 클러스터의 시장상황을 잘 모르고 핵심적인 역량도 갖추지 못한, 외부에서 온 개인이 창업을 하기는 매우 어렵고 나아가 성공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요인들이 중첩돼 지역 클러스터에는 창업을 위한 긍정적인 시너지가 발산되며 시간이 흐르면서 축척된다. 결국 운송비용의 절감 및 집적 경제의 경제성 등 생산의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지역적 집중의 장단점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시각으로는 지역 클러스터의 다이내믹, 즉 “왜 경쟁에서 오는 불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지역적 집중은 지속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어렵다.
 
지역 클러스터의 변천
지역 클러스터를 이루는 지역상권에도 부침이 있다. 즉, 모든 지역 클러스터에서 창업률이 높은 것은 아니며 나아가 높은 창업율이 모든 지역 클러스터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력을 높이지도 않는다. 변화한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지 못하거나 기술적인 한계로 변화를 거부하는, 집단적 관성(collective inertia)이 강한 지역 클러스터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지역 클러스터 내에서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문화만을 고집하면 학습효과가 사라지게 되며 환경변화에 눈감게 된다.
 
서울시내에 소위 청년문화를 중심으로 성장한 상권을 살펴보자. 주로 기성세대와는 다른 대학생 및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는 안티문화는 1930년대 종로, 1960∼70년대 명동, 1980∼90년대 방배동, 1990년대 신촌, 그리고 2000년대 홍대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돼 왔다. 주로 가요, 팝송, 록, 혹은 힙합 등을 선도하는 일부 대중 음악가들과 갤러리와 작업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술가들이 하나둘씩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부 특정지역에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출발한다. 이어서 화랑, 카페, (외국)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이들의 취향에 맞는 소비/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성장한 지역상권은 서울시내의 다른 지역과는 차별적인 독특한 문화로 인해 자본 및 외부인의 유입을 이끌어낸다. 자본과 외부인의 증가는 프랜차이즈 등의 지역상권의 지속적인 확대로 이어지며 지대와 임대료를 올리게 되며 ‘신당동 떡볶이’처럼 지역 상권으로서의 브랜드화를 이루게 된다. 이 중에서 시기별로 정부의 주로도 시작되어 확장된 대학로, 상권이 쇠퇴한 방배동 카페골목, 홍대지역을 넘어 범홍대지역으로 확대 중인 홍대상권, 그리고 아직 확장 중인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지역 클러스터의 성쇠를 간단히 요약하면 <표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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