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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스타벅스 서울 매장 지도, 상장사 본사 지도와 똑같은 이유

송규봉 | 133호 (2013년 7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왕의 귀환 - 하워드 슐츠의 복귀

 

그는 돌아왔다.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하워드 슐츠는 금융위기 직전에 CEO로 복귀했다. 왕의 귀환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복귀 이후 가장 주목받은 전임 CEO 복귀 중 하나였다. 이후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Michael Dell)과 지난 5 P&G의 래플리(A. G. Lafley)의 귀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하워드 슐츠는 CEO 복귀를 대내외에 발표하기로 한 날 한밤중에 스타벅스 1호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 혼자서 새벽을 맞았다. 그는 항상 오른쪽 주머니에 1호점 열쇠를 지니고 다녔다고 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비전을 가다듬기 위해 아무도 없는 1호점 매장의 어두운 탁자 위에서 스타벅스의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로드맵을 다시 그려본 것이다.

 

하워드 슐츠가 CEO로 복귀할 때 가장 주목받은 사람이 있다. 아서 루빈펠트(Arthur Rubinfeld)는 스타벅스가 8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때 입사해서 4000개로 성장할 때까지 부동산 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다. 하워드 슐츠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날 때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 에어비전(AIRVISION)이라는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다. 왕의 귀환에 맞춰 최고경영진의 한 사람으로 그도 다시 복귀한 것이다. 그가 새로 맡은 임무는창조글로벌이다. 아서 루빈펠트의 직책은 CCO(Chief Creative Officer) 겸 회장(President,Global Development and Evolution Fresh Retail)이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키워드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왕의 남자 - 스타벅스의 제갈공명

 

첫 대답은 ‘NO’였다. 초창기 스타벅스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부동산 매물을 찾던 시절, 하워드 슐츠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아서 루빈펠트를 만났다. 그의 일처리 방식이나 사람됨에 호감을 갖고 있던 슐츠는 루빈펠트에게 스타벅스 입사를 권유했다. 루빈펠트의 대답은 NO였다. 거듭 입사를 권유하자 루빈펠트는 슐츠에게 NO라는 대답과 함께 슐츠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함으로써 부담을 덜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소매점에서 일을 거들었고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에는 부동산 개발과 점포개발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아온 루빈펠트였다. 그가 던진 요청은 간단치 않았다. “스타벅스처럼 점포의 콘셉트가 중요한 브랜드는 점포 콘셉트에 합당한 부동산 매물을 확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점포개발 부서와 부동산 부서가 서로 따로따로 노니 콘셉트와 매물이 시너지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되나?” 하워드 슐츠는 물었다. “그러니 점포개발 부서와 부동산 부서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사장급 자리를 신설해서 최고경영진차원에서 양쪽을 모두 관장해야 한다.” 루빈펠트는 조언했다. 슐츠는만약 그런 부사장 자리를 만들면 입사할 거냐고 물었다. 루빈펠트는 자신이 여러 차례 비슷한 조언을 했어도 두 개 부서를 통합한 경우를 보지 못했다. 하워드 슐츠도 당연히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리라 예상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그러마” 하고 답했다. 두 달 후 하워드 슐츠가 다시 나타났다. “당신이 말한 부사장 자리를 만들었다. 이제 됐느냐!” 루빈펠트가 스타벅스에 입사하게 된 스토리다. 정열적인 창업자가 전략가 제갈공명을 얻게 된 이야기의 전말이다.루빈펠트는 건물의 디자인, 구조, 외관도 스타벅스의 브랜드 콘셉트와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설 브랜드 스타벅스에 있어 매장의 분위기, 진열대, 주문대, 탁자, 조명 모두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는 진원지가 돼야 했기 때문이다.

 

 

허브 & 스포크 전략

 

스타벅스는 출점전략에서도 창조적 길을 걸었다.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전략은 자전거 바퀴에서 비롯됐다. 자전거 바퀴를 보면 한가운데 허브(Hub)가 있고 바퀴까지 가느다란 바퀴살(Spoke)이 펼쳐져 있다. 허브에서 뻗어 나온 에너지가 부채살처럼 바퀴에 전달된다. 원형의 영향력이 형성되며 전진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클러스터(Cluster) 전략이다. 한 지역을 석권하듯 집중적으로 매장을 출점한 후에 인근 지역과 인접 위성도시로 진출하는 것이다.

 

‘허브앤스포크’는 대략 여섯 가지의 전략적 우위점을 가지고 있다. 1) 브랜드의 가시성과 인지도를 단기간에 향상시키고 2)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3) 지역에서 마케팅을 수행할 때 대상자와 대상지를 압축해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4) 경쟁 브랜드의 진입에 강력한 장벽을 만들 수 있다. 5) 종업원을 채용하기 쉽고 종업원이 갑작스럽게 나오기 어려울 때도 바로 옆 매장에서 인력을 지원하기 용이하다. 6) 물류망 형성에 유리하고 식자재 등 자원조달에서도 가격경쟁력을 발휘해 비용절감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물론 프랜차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실제 미국에서글로리아 진스라는 브랜드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100여 개 도시에 체인점을 급속히 개설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체인점을 입점이 비교적 손쉬운 쇼핑센터를 중심으로 출점했다. 그러나 어느 체인점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고객확보에 성공하지 못했다. 100개의 도시에 각각 1개씩 따로따로 매장을 열었다. 100개의 매장이 고루 분포한 것처럼 보인 것은 오직 경영진에게만 의미가 있었을 뿐 현실 속의 고객들은 신규 브랜드의 매장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 매장 1개로만 느껴질 뿐 연결된 브랜드로 인지하지 않는다. 전략의 실패가 사업의 실패로 직결된 사례다.

 

 

허브앤스포크 전략의 진정한 원조는월마트. 1970년대 초반 샘 월튼(Sam Walton)에게 친구가 물었다. “고향에다 첫 점포를 여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그래도 아칸소의 가장 큰 도시이자 주의 수도인 리틀록(Little Rock)에 점포를 열지 않고 작은 마을인 벤턴빌(Bentonville)에 점포를 연 이유가 뭔가?” 오히려 샘 월튼이 물었다. “아칸소에 주도(州都)가 몇 개지?” “주의 수도가 하나지 여러 개는 아니잖아?” “그럼 아칸소에 작은 시군구(County)가 몇 개나 되나?” “그야 75개지!” 친구는 샘의 의도를 아직도 알아채지 못했다. “리틀록에 점포를 하나 개설해서 거대한 백화점 브랜드인시어즈 ‘JC 페니와 경쟁하는 대안과 경쟁이 전혀 없는 75개 시군구에 점포를 하나씩 운영하는 대안이 있다면 어느 쪽을 택해야 하겠나?” 샘 월튼이 다시 물었다. 당시 샘 월튼은 아칸소와 오클라호마 시골지역에 2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었다. 샘은다음 분기에 비슷한 지역에 18개를 추가할 계획이라네!” “올해 안에 18개나 더 연다고?” “아니, 분기마다 18개씩 열어나갈 계획이라네!” 샘 월튼의 출점전략이 오늘날 월마트 제국의 기초가 된 것은 당연하다.

 

스타벅스 전략의 한국 버전

 

북미지역에서 성공한 스타벅스의허브앤스포크전략을 한국에서도 적용했을까? 2013 5월 말 기준으로 서울시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은 모두 255개다. 스타벅스 코리아 웹사이트의 매장주소를 모두 컴퓨터 지도에 얹어 보았다. 2003년 스타벅스 코리아 CEO 미팅 이후 매장위치는 꾸준히 지도에 옮겨 살펴왔다. 매년 매장의 위치가 변경되고 있다. 커피전문점 시장은 무수히 많은 경쟁자가 등장했고 소비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일부 매장은 계약기간이 끝났을 것이고 그 사이 경영방침이 바뀌기도 했을 것이다.

 

GIS에서 수행하는 밀도분석(Density Analysis)은 점으로 매장 위치를 지도 위에 표현하는 평면적인 데이터 보기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공간패턴을 보여준다. 동서 37㎞ 남북 30㎞인 서울시 전역을 10m 단위의 정사각형 격자(Grid) 크기로 자른다. 각 격자별로 반경 1000m 이내에 몇 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존재하는지 공간연산한 결과가 <지도1>에 표현됐다.

 

서울에 소재한 255개 스타벅스 매장은 강핵 1, 중핵 6, 약핵 8개로 압축된다. 스타벅스의 클러스터(Cluster) 현상은 결국 15개의 소권역으로 밀도를 형성하고 있다. 강핵지역은 종로와 을지로가 만나는 강북의 중심업무지구(CBD·Central Business District). 그 다음으로 주목할 지역은 강남의 테헤란로 일대다. 작은 중핵지역으로는 종로구와 성북구가 만나는 혜화동 일대, 서대문구와 마포구가 만나는 신촌 일대,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구로구와 금천구가 만나는 디지털단지 일대다.

 

잠재시장 데이터베이스

 

매장 입지는 어떻게 정하는가?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인터뷰에서 질문하자 하워드 슐츠는 이렇게 답했다. “오로지 출점만을 담당하는 부동산팀이 별도로 있다. 현지 팀이 시애틀 본사의 담당부서와 함께 협력하면서 입지를 선정한다. 짐작하겠지만 우리는 지난 40년간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비롯해 이상적인 매장 입지에 대한 고유의 통찰력과 지식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매우 고도화된 모델을 개발해 왔다. 이런 통계수치와 지표들이 지난 수년간 해외시장에서 거둔 성공 경험들과 접목되면서 해당 시장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높은 예측력을 확보하게 됐다.”1

 

스타벅스의 출점전략은 겉멋든 홍보용 개념이 아니라 실천적 경영의 산물이다. 스타벅스의 표적시장은 도시의 전문직 지식근로자이며 20∼45세의 고소득 개인들이다. 스타벅스의 핵심고객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인가? 스타벅스는 북미지역에서 인구사회 데이터를 총망라해잠재시장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초창기 부하직원들이 만들어온잠재시장 데이터베이스에 따른 출점순위에 대해 아서 루빈펠트는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 스타벅스만의 독특한 인구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했다. 루빈펠트가 가장 주목한 것은 ‘4년제 대학교 졸업자. 루빈펠트가 파악한 미국의 대학교 졸업자는 새로운 문화에 개방적이고 새로운 식당이나 커피점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좋아하며 소득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북미지역의 140대 주요 메트로폴리탄 지역(MSA·Metropolitan Statistical Area) 중에서 단순히 소득수준과 인구수만 고려하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순위는 29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여기에교육수준이라는 변수를 반영하면 이 지역은 잠재순위 1위로 부상한다. 루빈펠트는 잠재성 상위 60개 시장에 하나씩 또는 상위 30개 시장에 2개씩 점포를 개설하려는 1차원적 접근을 버리고자 했다. 이런 경우에는 3∼4개의 잠재시장에 10∼20개씩 점포를 집중적으로 여는 것이다. 브랜드의 집중력을 고밀도로 확보해 앞서 소개한 6가지의 전략적 효과를 모두 누리려는 역발상을 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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