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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

혁신적 의료기기, 만들면 팔린다? 소비자·의사·보험회사가 만족해야 물건 된다

김치원 |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좋은 기술이 있고 이를 이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의료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병원(의료서비스 제공자)과 보험회사, 소비자의 이해관계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효용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또 의료업계와 보험업계의 보수적인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1. 소비자의 효용

1) 제품에 의학적 효용이 있는가

2) 소비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가

3)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이용해 그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가

4) 해당 제품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2. 보험회사의 효용

1) 이 제품이 보험회사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지는 않는가

2) 이 제품이 보험회사의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3. 의료기관의 효용

1) 이 제품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는가

2) 의사가 자비를 들여 구입할 가치가 있는가. 의사가 평상시에도 사용하는 제품/기술인가

3)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가

 

2014 11,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뇨병 관리 앱을 만드는 웰닥을 주요 파트너 중 하나로 소개했다. 두 회사는 2015 8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당뇨병 관리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웰닥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선도하는 회사 중 하나이며 당뇨병 관리 앱블루스타를 만들었다. 이 앱에는 혈당은 물론 약물, 식이 및 활동을 관리하고 저혈당 등 당뇨병 환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돕는 알고리즘이 내장돼 있다. 웰닥은 블루스타에 대한 임상 시험을 거쳐 FDA승인을 받았으며 미국에서 보험 등재까지 받아냈다. 그 결과, 이제 미국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당뇨병 약을 처방하듯이 블루스타 앱을 처방할 수 있다. 처방을 받은 환자는 보험회사의 지원을 받아 이 앱을 사용해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다.

 

위의 사례는 의료용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을 착실히 밟아온 회사 중 하나처럼 보인다. 그리 특이할 것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를 보면 이런 모범적인 과정을 잘 거쳐온 회사는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그 이유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포함되는 헬스케어 산업의 전반적인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헬스케어 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많다. 헬스케어 제품의 사용과 관련된 주체만 해도 소비자, 병원 혹은 의사, 보험회사까지 세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규제기관이 미치는 영향도 어떤 산업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플레이어들은 조직마다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이들을 한번에 모두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그림 1)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것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업의 특성상 이들은 보수적이고 변화에 대한 저항도 크다. 병원과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점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으며, 보험회사 역시 보수적으로 돈을 다루는 금융업이면서 또 병원 및 의사를 밀접하게 상대하는 과정에서 더욱 보수적인 모습을 띠게 되었다. 그나마 소비자는 변화를 선뜻 받아들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의료 장비 혹은 서비스는 환자가 품질 혹은 효용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신용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영화와 같이 사서 쓰거나 경험해본 후에야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경험재나 노트북이나 개인용 컴퓨터와 같이 직접 사용해보지 않아도 시간을 투자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주위에 물어보면 품질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탐색재와는 구분된다. ( 1) 예를 들어 누군가 암에 걸려서 대한민국 최고 명의라고 알려진 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았다고 하자. 이 환자 입장에서 자신이 받은 그 수술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인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명한 의사, 명의로부터 받은 수술이기 때문에 최고 수준이겠거니 하고 믿을 뿐이다. 이렇게 소비자는 의료서비스 구매에 있어 병원과 의사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병원과 의사는 변화에 적극적이지 않다. 따라서 다수의 소비자가 혁신적인 의료 제품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이렇게 다양하고 보수적인 이해관계자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의 기본 목적, 이해관계자에게 의미 있는 효용을 제공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글에서는 헬스케어의 주된 이해관계자인 1. 소비자, 2. 병원 혹은 의사, 3. 보험회사들이 어떤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 대해서 효용을 느끼는지, 그리고 이들에게 어떻게 효용을 제공해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1. 소비자의 효용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들 중 상당수는 일반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세상을 약속한다. 기존에 없었던 제품 혹은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제품을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면서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이렇게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사용하는 주체로 소비자의 중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존 헬스케어 제품을 만들 때는 별로 감안할 필요가 없었던 소비자의 니즈가 중요한 고려대상이 된다.

 

소비자를 직접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 병원 혹은 보험회사와 같은 다른 이해관계자를 상대적으로 덜 신경 써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 의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보험이 커버해주지 않는 의료 제품에 굳이 큰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리다. 또 앞서 지적한 것처럼 헬스케어 제품의 경우 환자가 품질 혹은 효용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신용재라는 점도 문제가 된다. 신용재는 소비자들이 품질을 평가하기 어렵고 소비자의 마음속에 신뢰를 쌓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똑같이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헬스케어 제품은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거나 구매하는 제품에 비해서 신뢰감을 주기 어렵다. 의료기기라기보다는 신기한 아이디어 상품 정도로 여겨지기가 쉽다.

 

Y밴드라는 제품의 사례를 보자. 머리띠 형태의 제품으로 뇌에 전기자극을 줘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을 개선하고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 기기다. 와이브레인(YBrain)이라는 업체가 미국에서 초기 임상시험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현재 국내 대형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려고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생각해 보자. 소비자들은 이 제품이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성과를 입증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인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 제품은 의료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개선해 준다는 엠씨스퀘어 같은 제품과 비슷하게 보여질 가능성이 높다. (그림 2)

 

 

그런데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 때 발생하는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는 효용을 가진 제품을 내놓는 것이 힘들다는 점이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 제품의 경우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알아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반면(물론 그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경우는 소비자의 요구사항 자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결국 소비자가원할 것 같은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회사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이 과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지, 그 효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4단계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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