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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Biz

달콤한 요구르트가 다양한 요거트로…식품시장 포화하면 입맛을 세분화하라

문정훈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소비재 기업, 특히 식품 기업의 한계는 시장이 어느 순간 포화상태에 접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이때 식품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거나 내수시장을 세분화하는 것. 그러나 해외 시장 진출은 진출하려는 국가의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를 수도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또 내수 없는 수출은 허상이다. 결국 시장 세분화가 해답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소고기나 라면 등의 영역에서는 다양한 세분 시장이 창출되면서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 쿡방의 영향으로 더 색다른 음식을 즐기려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남아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마트에서는 14가지의 서로 다른 색과 맛의 사과들이 판매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이 사과지만 마트에서 두 종류 이상의 제품을 보기 힘들다. 소비자들이 더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면 좋겠다.

 

 

시장이 세분화되지 않은 소비재 시장에서의 경쟁을 생각해 보자. 비슷한 제품들이 한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은 아주 쉽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 , 비슷한 제품이니 저렴한 제품의 구매를 선호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된다. 원가를 절감해야 하니 원료의 수준을 낮춰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마진의 폭마저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곧 시장점유율을 서로 빼앗는 전쟁이 시작된다. 제품의 품질보다는 영업력이 중시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들은 서로 더욱 비슷해지고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재무적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시장은 규모의 경제로 가격 승부를 할 수 있는 기업들 몇 개만 살아남는 과점 시장이 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됐다고 생각하게 되고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채 어쩔 수 없이 해외 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것이 현재 전반적인 국내 소비재 시장의 현실이며 일본 소비재 시장이 30여 년 앞서 겪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소비재를 대표하는 식품 및 외식 산업에서 일본은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또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살펴보자.

 

우리는 어릴 적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해주는야쿠르트를 먹다가 언제부턴가요거트를 먹기 시작했다. 떠먹는 요거트는호상 발효유로 분류되는데, 주부들을 중심으로 아이들 영양 간식으로 주로 구매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 떠먹는 호상 발효유를요플레라고 한다. 1983년에 빙그레가 처음으로 국내에 출시한 떠먹는 호상 발효유의 브랜드 명이 바로요플레이고 이것이 일반 명사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요플레가 처음 출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요거트 시장의 주류는 마시는 요거트다. 우리 발효유의 역사는 일본의 야쿠르트가 한국에 들어온 1970년이 그 시작인데, 그때 머릿속에 박힌발효유는 마시는 것이라는 강한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한국에 요구르트를 전수한 일본 시장의 주류는 이미 호상 발효유로 넘어간 지 오래다.

 

서구 발효유 시장의 주류도 단연 떠먹는 꾸덕꾸덕한 호상 요거트다. 2000년대에 들면서는 지중해식 식단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요거트의꾸덕꾸덕함이 극에 달하는그릭 요거트가 대세가 됐다. 그릭 요거트는 고체에 가까울 정도로 수분 함량이 낮다. 뒤집어도 용기에서 흘러 내리지 않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 2010년 그릭 요거트는 전체 발효유 시장의 4%밖에 안 됐지만 4년 만에 50%까지 성장하며 미국 전체 발효유 시장의 사이즈 자체를 키우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2년에 그릭 요거트가 처음 출시됐는데 현재 시장점유율은 7%에 불과하다. 확실히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요거트 소비자들은 진짜 요거트, 즉 설탕이 가미되지 않은 요거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요거트는 달아야 한다. 그냥 단 게 아니라 과일향이 들어가면서 달아야 한다. 그래서 딸기맛 요거트가 대세다. 외국 식품 전문가들도 한국에 와서 발효유 제품을 먹으면 전반적으로 너무 달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시장 조사를 해보면 국내 소비자들은 무가당 요거트를 원한다, 그것도 강렬히. 그래서 무가당 요거트를 출시하면? 사지 않는다. 자신의 구매 옵션에는 넣고 싶지만 실제 구매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빵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시장 조사를 해보면 한국 소비자들은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저당의건강빵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래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이에 응답해 유럽식 식사용 빵을 수차례 출시했으나 전혀 팔리지 않았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여전히 단팥빵, 소보루빵이 대세다. 빵은 달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빵이 쌀을 대체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천만의 말씀. 소비자 구매 패턴을 조사를 해보면 빵과 쌀은 대체재 관계가 아니다. 한국인에게 빵의 대체재는 다과류 등 간식으로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국내 치즈 소비량이 증가하는 것 같지만 그건 피자 소비의 증대로 인한 모짜렐라치즈의 소비 증대일 뿐 제대로 발효된냄새 나는치즈는 여전히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꺼린다. 한국인의 입맛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보수적이다.

 

일본의 식품 시장은 한국 식품 시장보다 훨씬 더 포화돼 있다. 오랫동안 불황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 일본의 식품 및 외식 시장 상황은 그래도 한국보다는 좀 나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인들이 한국인들보다 딱히 더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다. 주지의 사실처럼 일본인들은 소식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왜 일본은 우리보다 시장 상황이 더 나을까?

 

일본에는 식품에 대해 까다로운 소비 감성을 지닌 소비자들이 많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식품을 찾아 먹는다. 그들에게는 가격이 구매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 내 입맛에 맞느냐, 내 정체성과 맞느냐가 가장 중요한 구매 요인이다. , 식품 시장이 각 제품군별로 다양한 세분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식품 외식 시장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고, 이것이 포화된 시장 상황을 극복하게 하는 중요한 동인이 된다. 특정 제품 시장이 세분화되면 소비자들은 기계적인 가격 비교에 근거한 소비, 먹던 것만 계속 먹는 소비를 멈추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틈새시장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러면서 산업이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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