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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원의 Digital Health Innovation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구상도 공급자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김치원 | 215호 (2016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도 플랫폼 비즈니스 열풍이 불고 있다.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소비자와 다수의 의료/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시켜서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한다. 환자에게 적절한 의사를 소개해주는 원격진료 플랫폼 텔라닥, 사용자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주고 이 데이터를 모아서 익명으로 기업에 판매하는 23andMe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1. 헬스케어는 방대한 영역이다. 비즈니스를 질병/사용자 연령 등 의미 있는 단위로 쪼개서 버티컬 플랫폼(vertical platform)을 제공하라

2. 같은 질병이나 니즈를 가진 사용자라 하더라도 개인마다 요구사항이 다를 수 있다. 개인별 맞춤화가 가능한 큐레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라

3. 환자는 궁금한 것이 많다. 문자, 음성 등을 이용한 대화형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라



편집자주

디지털 기술이 의료, 바이오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바 있는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이 5회에 걸쳐 디지털 헬스 산업의 변화와 대응전략을 제안합니다.



‘플랫폼’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함께 ‘시대의 키워드’가 됐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회사 내부에서 일관적인 프로세스를 거쳐서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던 소위 파이프라인 비즈니스와 달리 외부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한 빠른 성장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장벽이 낮아졌다. 그 결과 개인이 운전 서비스 혹은 숙박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큰 성공을 거뒀고 이에 따라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 헬스킷(Healthkit)과 구글핏(Google Fit)을 만들었고 이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플랫폼의 분류 기준 및 발전 과정에 대해서 살펴본 후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네트워크 효과의 이해

플랫폼의 핵심인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네트워크 효과는 다른 사람이 참여함으로써 기존 참여자가 느끼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전화를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개별 전화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영업사원은 첫 번째 전화기를 판 사람이다’라는 말이 이 점을 잘 보여준다.

네트워크 효과는 간접 효과와 직접 효과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직접 네트워크 효과는 같은 종류의 사용자가 느끼는 것으로, 앞서 말한 전화기 사용자와 같은 경우를 말한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이와는 달리 다른 종류의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해당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우버 서비스에서 운전기사가 늘어날수록 탑승객이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교차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여러 사용자 집단이 서로에 대해서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어느 한쪽만 이런 효과를 느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버나 카카오택시의 경우 승객과 운전사 모두 서로에 대해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는 반면 신문의 경우 광고주는 독자에 대해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지만 독자는 광고주가 많아진다고 해서 얻는 편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두 방향 이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플랫폼의 분류

네트워크 효과의 종류에 따라서 플랫폼을 분류해보자. <그림 1>과 같은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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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생각해볼 것은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플랫폼도 있다는 것이다. 2009년 발표된 논문1 에서 언급된 제품 플랫폼(Product platform)이 여기에 해당한다. 동일한 자동차 뼈대를 사용해 서로 다른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인텔의 칩을 서로 다른 컴퓨터 회사들이 컴퓨터에 장착하는 것, 인공지능 IBM 왓슨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직접 네트워크 효과만 있는 경우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한 것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커뮤니티형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 초기의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 있다. 일반 사용자들이 많아질수록 이들이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는 구조다. 이때 페이스북의 경우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일반 사용자라고 묶어서 다루었지만 사용자의 역할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용자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글을 쓰면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 소비자가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엄밀하게는 간접 네트워크 효과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반 사용자들은 성격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직접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서만 생각해봤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한 방향으로만 작용할 수도 있고 여러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선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경우는 앞서 말한 신문에서 광고주와 독자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광고주가 있는 다른 산업도 비슷하다. 구글 검색 엔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구글 검색 엔진은 처음에는 플랫폼이 아니라 뛰어난 검색 능력을 가진 하나의 웹 서비스로 시작했고, 사용자가 많아진 다음에야 구글이 광고주를 끌어들였다. 사용자는 검색엔진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구글을 사용할 뿐 네트워크 효과를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광고주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큰 가치를 느끼게 된다. 이런 경우를 단방향 양면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여러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플랫폼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승객이나 숙박객이 많아질수록 운전수 혹은 숙소 제공자가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고 반대로 운전수나 숙소 제공자가 많아질수록 승객과 숙박객이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게 된다. 이런 경우를 다방향 양면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다방향 양면 플랫폼을 만들 때 문제가 있다. 서로가 상대편의 존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쪽이 먼저 들어오기 전에 다른 쪽을 끌어들이기 힘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버의 경우 운전수가 있어야 승객이 참여할 것이며 반대로 승객이 있어야 운전수가 참여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플랫폼에 들어올 여지가 높은 쪽을 먼저 끌어들이는 것이다. 플랫폼이 잘 운영됐을 때 더 많은 가치를 느끼는 쪽, 즉 플랫폼을 통해서 얻게 될 이익이 더 큰 쪽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나중의 이익을 위해서 지금 어떤 가치나 자원을 투자할 의향이 크기 때문에 플랫폼에 먼저 참여하려고 할 것이다. 우버의 경우 운전수, 에어비앤비의 경우 숙소 제공자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경우 기업이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아직 플랫폼이 만들어지지 않아 제공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것보다는 기업의 참여를 설득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플랫폼의 진화 방향

지금까지 플랫폼의 종류에 대해서 살펴봤다. 플랫폼이 한 가지 종류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이 발전함에 따라서 다른 종류로 진화할 수 있다. <그림 1>에서 빨간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이런 점을 보여준다. (단, 화살표는 전체적인 방향을 의미하며 플랫폼의 실제 진화 순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제품 플랫폼으로 시작한 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네트워크 효과를 갖출 수 있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의 경우 스마트폰 업체들이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제품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이후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구글 플레이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 앱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서 스마트폰 사용자와 앱 업체들이 서로 간에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게 돼 다방향 양면 플랫폼으로 변화했다.

다른 제품 플랫폼도 비슷한 변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있다. 인텔의 칩이나 고어텍스 섬유는 그 우수성을 인정한 컴퓨터 회사들과 의류 회사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소비자가 뛰어난 성능을 인식하고 인텔 인사이드와 같은 광고 캠페인을 통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또 소비자가 인텔 칩이 내장된 컴퓨터나 고어텍스 섬유로 만든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경쟁자인 아이폰의 경우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아이폰과 그 운영체제인 iOS는 애플이 독점 제작한다. 따라서 처음 아이폰이 나왔을 때 이는 플랫폼이 아니라 하나의 제품이었다. 이후 음악 등 콘텐츠를 거래하는 아이튠스와 앱을 거래하는 앱스토어가 자리를 잡으면서 강력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갖추게 됐다. 아마존이 만든 음성 스피커 비서 제품인 에코 역시 이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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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카카오의 경우 처음에는 커뮤니티형 플랫폼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 좀 더 전문적인 콘텐츠가 제공되고 게임 기능, 광고가 붙으면서 차례로 단방향 및 다방향 양면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구글 검색 엔진 역시 다른 모습으로 변해왔다. 구글 검색 사용자가 늘어나서 검색 횟수가 많아지면 검색 엔진의 검색 능력이 개선되고 속도가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직접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또, 구글의 광고가 점점 더 개인 맞춤형으로 제시되면서 소비자가 광고를 정보로 인식하게 돼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다방향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플랫폼이 진화하는 모습을 볼 때 눈에 띄는 것은 많은 플랫폼이 서로 다른 과정을 거치면서 궁극적으로는 다방향 양면 플랫폼 성격을 갖추는 쪽으로 변해간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효과 가운데 다방향 간접네트워크 효과가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개별 플랫폼별로 생각해보자. 제품 플랫폼은 최종 사용자와 접점이 없기 때문에 잘못하면 다른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지 못하고 쉽게 대체 가능한 하나의 범용 상품(commodity)이 돼 버릴 가능성이 있어 최종 사용자의 인지도를 높여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간다. 커뮤니티형 플랫폼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단방향 간접네트워크 효과만 있는 경우에는 플랫폼에 돈을 지불하는 광고주가 있기 때문에 수익 구조는 양호하나 소비자를 더 강하게 붙잡아 두려는 목적에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여러 방향으로 키울 필요를 느끼게 된다.

이렇게 다수 플랫폼의 최종 종착지가 다방향 양면 플랫폼이라는 사실에서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여러 플랫폼의 현재 모습은 비슷하지만 각자 다른 형태로 시작해서 다양한 경로를 밟아서 발전해온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일반화하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많은 플랫폼들이 처음부터 양면시장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플랫폼 전반에 대한 분류틀 및 발전 방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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