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기업 간 R&D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 품질은 고객들이 감각적으로 차이를 쉽게 느끼기 어려운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앞으로 기업은 품질의 우수성을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오감으로 전달하는 감각디자인에서 경쟁 우위를 찾아야 한다. 감각디자인은 제품의 우수성, 개성, 브랜드 철학을 제품의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서 전달하는 작업이다. 감각디자인이 잘 구현되면 고객들은 제품 품질에 대한 이성적인 이해 없이도 본능적으로 그 제품이 좋다고 느낄 수 있다.
감각 불일치의 시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쟁사에 대한 차별적 우위다. 경쟁사보다 우수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 가치의 원천이다. 기업들은 고객에게 경쟁사보다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시장에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들이 넘쳐난다. 고객과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환경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다고 호소한다. 굉장히 공들여 품질이 좋은 제품을 시장에 공급했는데 고객이 잘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늘 더 값싼 제품을 찾고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런 상황이 특정 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수십 년간 품질경영으로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이 같은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연구 개발의 부족? 마케팅과 홍보의 부족? 아니다. 이 현상의 본질은 품질 수준과 인간 감각의 불일치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이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들의 좋음과 나쁨을 판단한다. 복숭아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복숭아를 고를 때 눈으로 색과 모양을 살펴보고(시각), 향을 맡아 본다(후각).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고서 복숭아의 단단함과 무른 정도를 살핀다(촉각).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서 나는 이 복숭아가 좋은 복숭아인지를 판단한다. 이처럼 감각을 통해서 대상의 좋음과 나쁨을 판단하는 과정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가장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정보처리 방식이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USC마셜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마케팅협회 최우수논문상인 폴 그린 어워드(Paul E. Green Award)의 최초 한국인 수상자이자 오델 어워드(William F. O’Dell Award)의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