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잘살아 보세’를 외치던 1960∼1970년대는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국내 시장에 팔 수 있었던 ‘생산의 시대’였다. 1980∼1990년대에는 품질(quality)이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다.
경쟁이 격화된 2000년대 들어서는 서비스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함께 팔아야 경쟁력과 고부가가치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복합화를 ‘프로비스(Provice= Product+Service)’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을까. 성과가 검증된 서비스 방법론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매우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최고의 서비스 사례를 찾아 필자는 일본으로 떠났다.
도쿄 아카사카의 한 호텔에서 맞이한 아침, 화창한 날씨였다. 간단한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하고서 전철역으로 향했다. 지도를 들고서 어딘가를 찾아가는 여행은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전철을 타고 1시간을 달리고, 다시 다른 전철로 갈아타 목적지인 신가나가와 역으로 달려갈 때는 설렘과 지루함이 계속 교차했다. 정말 그곳에서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만날 수 있을까?
드디어 신가나가와 역에 도착했다. 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다시 10분을 달렸다. 그리고 내린 곳 근처의 편의점에 들러 생수나 한 병 사서 목을 축일까 하다가 길 옆 카페에서 차나 한잔하며 잠시 쉬었다 가기로 마음먹었다. 사진1, 2에서 보듯 정갈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아주 깔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를 보자 ‘내가 일본에 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뭘 마실까? 테이블 위에 있는 서비스 메뉴를 집어 들었다. 사진3의 글은 ‘서비스 메뉴’라는 글자다.
그런데 메뉴판을 열어보고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카페의 메뉴판 안(사진4)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었다.
‘엔진오일 교환, 브레이크 패드 교체, 스파크 플러그 교환….’
“이곳이 카페가 아니었단 말인가? 그럼 무엇을 하는 곳이지? 자동차 부품을 파는 곳인가?” 다시 한 번 사진을 보자. 매장을 촬영한 사진5 왼쪽 윗부분에 자동차 앞부분이 약간 보인다.
그리고 다시 내려다본 메뉴판에는 차를 하루 정도 타면서 체험하라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사진6)
그렇다. 여기는 카페가 아니다. 필자가 찾아간 곳은 카페가 아니라 바로 자동차 회사 혼다 클리오의 신가나가와 자동차 대리점이었다.
카페 같은 대리점.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고객이 항상 우리 가게를 편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자동차를 사겠다는 의도를 가진 사람만 자동차 대리점을 방문한다. 그러나 혼다 클리오의 대리점은 여유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들를 수 있다. 차를 살 사람뿐 아니라 유지 보수하려는 고객들이 차를 맡겨 놓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이런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이 나중에 차를 사려고 할 때 과연 어느 매장을 방문하게 될까. 대답은 자명하다. 이 대리점은 이처럼 차별화한 고객 서비스로 혼다자동차 전체에서 고객서비스 1등상을 10여 년 넘게 연속으로 받았다. 제품을 매장에 가득 채워 놓거나 휴식과 상담 공간은 구석에 배치해야 장사가 잘 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고객들이 왜 혼다 클리오 매장에 열광하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서비스 경쟁력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경영 컨설팅사 자의누리경영연구소의 서진영 대표가 한국 기업의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에 건너가 혁신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서 대표가 동아비즈니스리뷰(DBR)를 통해 매장 관리, 고객 및 사원 관리 비법을 현장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소(CenterWorld Corp.) 대표로 재직하고 있으며, CEO를 위한 경영서평사이트(www.CWCP.org)를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