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수 비의 미니 앨범에 실린 곡 ‘깡’이 2020년을 휩쓸었다. 2019년 11월19일 한 여고생이 비의 춤을 따라 추고, ‘밈(Meme)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60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된 것이다. 이 나비효과는 디지털 미디어의 힘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과거와 다르게 이제는 소비자가 이슈를 제시하고 직접 해당 이미지를 소비한다. 이후 레거시 미디어가 이를 확대 재생산해 매스커뮤니케이션 형태로 전달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도 ‘깡 신드롬’에 따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는 소비자의 관심사를 더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빠른 실행력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2019년 11월19일, 유튜브에 한 여고생의 유명 가수 댄스 커버 영상이 업로드됐다. 교실 칠판 앞에 선 그는 한껏 부풀린 어깨를 자랑하는 회색 플리스 재킷과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고 흰 양말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음악이 시작되자 칠판과 교탁을 잡고 날아 차기를 하며 거만한 스텝을 시전했다. 이러한 댄스 실력(?)과 함께 현란한 카메라 워크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20년 11월15일 현재 이 영상의 조회 수는 530만 뷰를 넘어섰고, 올 상반기 이슈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1일1깡이라는 밈(Meme)을 탄생시킨 ‘깡 신드롬’은 이렇게 시작됐다.
가수 비의 실패한 노래 ‘깡’은 2020년 왜 소환됐나?
2017년 12월 가수 비는 미니 앨범 ‘My Life愛’를 발매했다. 당시 타이틀 곡이 ‘깡’이었는데 월드스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대중으로부터 철저한 무시와 조롱을 받았다. 2002년 데뷔해서 팬덤을 형성하고 배우로서도 인기를 얻고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은 입지전적인 가수의 노래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혹평이었다. 우선, 이 노래가 소환됐던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비 작품 활동의 행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비는 벼락스타가 아니었다. 1998년 팬클럽이라는 힙합 전문 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크게 인기를 얻지 못했고 2002년 나쁜 남자를 시작으로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이후 각종 예능과 연기를 병행하며 정상급 스타로 성장했다. 자기애 강한 노래들로 인기를 구가하던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고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면서 글로벌 인기를 얻었지만 권불십년이란 말처럼 3년 만의 컴백 앨범이었던 ‘깡’의 실패와 이후 출연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 실패로 비가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 여고생의 영상 하나가 다시 비를 소환했다.
1. 디지털 놀이터가 익숙한 MZ세대 여고생의 날갯짓
이전까지 비의 ‘깡’은 조롱의 배설지였다. 이런 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댓글의 성지라는 곳으로 통했다. 댓글 성지순례는 과거에 올렸던 글 하나가 뒤늦게 이슈가 되거나 특정 결과를 예측했다가 맞는 경우 해당 글에 와서 댓글로 소원을 비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성지순례라는 말이 붙게 됐다. 이 행위가 하나의 놀이가 되면서 댓글 성지라는 표현도 나오게 됐다. 유명한 짤(인터넷상에서 사진이나 그림 등을 이르는 말로 짤방에서 비롯됐다)이나 영상에 재밌는 댓글이 달리고, 이곳을 공유하고 MZ세대들이 몰려가서 더욱 재밌고 기상천외한 글들이 쌓이며 성지가 되는 것이다. 이를 다시 영상으로 제작해서 공유하는 등 놀이 문화로서 자리 잡았다.
물론 비의 경우에는 조롱과 비난의 글들이 넘쳐났고 1일1깡은 이런 모습을 풍자하는 단어였지만 이런 흐름은 한 여고생의 24초짜리 밈 영상의 등장과 함께 6000여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서서히 성격이 바뀌는 결과가 나타났다. 깡을 패러디하는 영상이 늘어났고 깡챌린지라는 말도 생겨났다. 부정적인 1일1깡을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꾼 일등공신은 MBC의 주말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였다. 김태호 PD와 유재석은 이효리와 비를 소환했고 비는 첫 인터뷰 때 1일1깡에 대한 유연한 대처와 특유의 예능감으로 깡 신드롬의 시작을 알렸다.
필자는 ㈜디트리스, ㈜코네이스 대표로 삼성카드 프리미엄 마케팅팀/브랜드팀, 현대캐피탈 고객전략팀, 신세계백화점 CRM팀 등을 거쳐 24년여간 마케팅 현업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브랜딩 관련 컨설팅, 강의 및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한양사이버대학원 마케팅MBA, 가톨릭대 융복합전공 겸임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저서로 『21일 마케팅』 『호모마케터스』 『마케팅 무작정 따라하기』 『잘 팔리는 팝업스토어의 19가지 법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