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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위드 코로나 시대에 주목해야 할 글로벌 경영 전략

누구와도 원활한 협업이 가능한 조직
디지털 인텔리전스 역량을 키워라

류주한 | 328호 (2021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팬데믹 이후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 전략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디지털 글로벌 전략의 등장: 과거와 같이 입지적 이점을 고려하기보다는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2. 지역 중심의 공급망 재편: 팬데믹으로 중간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은 소비자와 시장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또한 핵심 기술을 국내 산업에 내재화해야 한다.

3. 본격화된 기후변화 대응: 바이든 정부 이후 국제 정세에서 중국을 겨냥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 기업 역시 TCFD와 같은 공신력 있는 권고안을 도입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많은 기업은 글로벌화(Globalization)라는 세계 시장의 큰 흐름에 편승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기존 사업 규모를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또한 불가역적인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 같은 글로벌 환경의 대변혁은 많은 기업이 그동안 추구해 왔던 글로벌 전략 전반의 논리적 근거를 원점부터 다시 검토하고 설계해야 할 고민을 안겼다. 팬데믹은 우리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이에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해 나가야 할까? 코로나19 이후 재편될 글로벌 산업 환경의 가장 큰 이슈로는 글로벌 디지털 전략 수립, 지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대응 등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전후로 글로벌 전략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전환됐는지 이론적 근거를 살펴보고, 향후 설계해야 할 글로벌 전략의 토대와 핵심을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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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팬데믹 이전만 하더라도 글로벌 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통제와 관리가 필요한 공격적인 직접투자로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왔다. 실제로 많은 거대 글로벌 기업은 지난 20년간 글로벌화의 기류에 편승해 해외 직접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해외 사업에서 편익을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국제경영학에서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로 △독점적 우위(특히, 자본, 기술 및 경영 노하우, 브랜드 이미지 등과 같은 무형자산의 우위) △해외 시장의 지리적 특징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입지 우위 △철저한 관리와 통제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도 자사의 지적 자산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내재화 능력 등 세 가지를 제시한다. 이 조건들을 충족하는 거대 기업들은 해외 시장의 상황에 따라 직접투자나 로컬 기업 인수를 통해 현지 지식을 습득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먼저 기업의 독점적 우위 요소를 해외 시장에서도 배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취할 수 있는 편익도 그만큼 커진다. 독보적인 기술이나 브랜드, 높은 시장 인지도가 있는 기업이라면 공격적인 해외 직접투자는 독점적 우위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삼성, LG 등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 선도 기업이 지금까지 해외 시장을 장악해 온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글로벌 시대에 지역 간, 국가 간 더 나은 산업 환경을 제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치열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 활동이 더욱 빈번해지면서 거래 비용이 증가했고, 이를 상쇄시킬 방안 중 하나로 최적의 입지 선택이 부각됐다. 각 지역에서는 저임금, 풍부한 노동력과 요소 자원, 우호적인 기업 정책, 세제, 높은 구매력과 소득 등 특화시킬 수 있는 강점을 부각시켜 해외 자본 유치에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글로벌 기업은 생산 능력, 해외 사업 경험, 자본력을 앞세워 지역별 입지 우위를 선점해 글로벌 공급망을 설계했고, 이를 통해 사업 영토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같은 IT 산업의 경우 가치사슬상 사업 활동이 한 지역이 아닌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기획, 연구개발(R&D)은 미주, 북유럽에서, 생산은 비교적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남방 지역 중심으로 이뤄진 것도 입지 우위를 활용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사업은 물리적 거리로 인해 치러야 하는 거래 비용과 문화적, 관습적 차이에 적응해야 하는 ‘외국인 비용(Liability of foreignness)’ 등 많은 잠재적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잠재적 리스크가 큰 해외 사업은 높은 수준의 통제력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성이 컸다. 단지 해외 시장의 낮은 영업 비용이나 로컬 지식을 습득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엄격한 통제와 지배를 통해 고부가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자사의 지적 자산을 보존할 수 있는 직접투자나 현지 기업 인수가 선택적 대안으로 부각됐다.

종합해 보면 코로나19 이전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독보적인 자신만의 유무형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이 입지적 우위가 월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활동을 배치하고, 확고한 관리와 통제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방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세계 시장이 확대되고 소수 거대 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근원이 됐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도요타, 닛산, P&G 등의 글로벌 전략은 큰 틀에서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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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주한

    류주한[email protected]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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