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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No planet B

김현진 | 330호 (2021년 10월 Issue 1)
“또 다른 행성은 없다. 어쩌고저쩌고(No other planet, Blah Blah…)”

Z세대 환경운동의 아이콘인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청소년기후정상회의(Youth 4 Climate)에서 각국 지도자들의 기후변화 대응 속도를 비판하며 이들의 기존 발언을 이렇게 흉내 냈습니다. “또 다른 행성은 없기에 저탄소 경제를 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이 줄줄이 소환됐습니다. 그는 앞서 9월24일(현지 시간) 독일 총선을 앞두고 베를린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후 파업 집회에서도 수천 명의 청소년과 함께 “행성 B는 없다(No planet B)” “지금은 기후야, 숙제는 나중에” 등을 외쳤습니다.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진심만큼은 우리나라 Z세대도 이날 거리로 나온 독일 Z세대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친환경을 넘어선 ‘필(必)환경’적 시대정신임을 그 어떤 세대보다 강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곧 소비의 중심 세력이 될 이들이기에 기업들 역시 Z세대의 기대 수준과 눈높이에 맞춰 관련 전략을 더 정밀하고 빠르게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은 석기-청동기-철기 등 도구로 대표되는 인류 문명 성장기에서 20세기 이후를 대표하는 역사적 부산물이지만 한편으론 인류가 낳은 ‘원죄’의 상징물이 됐습니다. 가볍고, 단단하고, 저렴하다는 장점을 등에 업고 산업혁명 시대 이후 인류 발전을 이끌어왔지만 그만큼 큰 부작용으로 지구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포장 용기, 마스크 등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 역시 전 세계적으로 폭증한 상태입니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비자 스스로가 환경에 부담을 주는 ‘가해자’가 되고 있음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어 죄책감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플라스틱 소비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감을 해소해주면서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에도 부합하고 차세대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대안, 즉 플라스틱을 브랜드의 무기로 삼는 길을 찾는 것이 오늘날 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아래, 죄책감을 사업 기회로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사례도 주목할 만합니다. 커피 컵 등을 수거, 세척해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는 ‘트래쉬버스터즈’, 종이 빨대를 제조하는 ‘코스코페이퍼’ 등 국내 스타트업들을 비롯해 각각 감자, 옥수수 등의 친환경 재료와 갑각류 껍질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드는 인도의 ‘엔비그린’과 영국의 ‘셸워크스’ 등 전 세계적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목격됩니다. 일회용 마스크 폐기물을 재활용해 옷걸이나 학용품을 만드는 프랑스 스타트업 ‘플락스틸’의 사업 모델은 팬데믹을 맞은 시대의 자화상을 반영한 사업 기회로 읽힐 만합니다.

한편 플라스틱 순환 생태계 자체가 생산 기업 하나, 소비자 한 명이 애쓴다고 해결되지 않는 가치사슬 형태로 맞물려 있다 보니 플라스틱 문제 해결 역시 환경에 부채 의식을 갖고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전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쓰고 싶지 않지만 쓸 수밖에 없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소비자들의 딜레마를 해소하면서 스스로도 환경보호에 동참한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할 기회를 마련하면 소비자들 스스로가 해당 기업의 환경운동을 더욱 진정성 있게 평가합니다. 또한 높아진 환경 인식으로 ‘그린 워싱’이 통하지 않는 시대, 소비자들이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을 더 기꺼이 구입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품성이 좋은 주력 제품에 관련 소재를 활용해야 합니다.

미국 민주당이 최근 처음으로 플라스틱 생산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정치적, 사회적 움직임만 놓고 봐도 건강한 플라스틱 생태계 구축은 각 기업에 명분만이 아닌 생존의 목표가 될 듯합니다.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모색하는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가 플라스틱에 대한 이해와 비전 수립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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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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