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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민첩성

시간 경쟁 넘어 민첩성으로 승부하라

이동현 | 36호 (2009년 7월 Issue 1)
프로세스는 또 다른 프로세스를 낳습니다. 관리는 또 다른 관리를 양산합니다. 과거 경기 확장 국면에서 전 세계 기업들의 조직 구조가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의사결정 구조도 중층화됐습니다. 과도한 복잡성이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제 ‘민첩성’에 대해 생각할 때입니다. 의도적으로 복잡성을 줄이지 않으면, 몸집을 불리려는 조직의 타성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민첩한 전략 수립과 실행, 조직 구조 구축 방안을 제시해 드립니다. ‘위기 이후’를 생각하는 경영자 여러분들이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주제입니다.
 
‘속도(speed)’는 21세기와 20세기 경영을 뚜렷이 구분해주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전 세계 휴대전화 판매 대수는 1994년 약 2600만 대에서 1999년 3억 대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휴대전화 기술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다. 그런데 1997년까지 이 사업에서 세계적인 선도 기업이었던 모토로라는 디지털 기술로 넘어가는 불과 1, 2년 동안 방심하다 낭패를 봤다.
 
모토로라의 방심에 힘입어 세계 1위로 급부상한 기업이 바로 핀란드의 노키아다. 이 회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임산물, 고무 제품, 화학, 케이블 등을 만들던 변방의 기업에 불과했다. 이후 모토로라는 단 한 번도 노키아를 이겨본 적이 없다. 오히려 삼성과 LG 등 후발 기업들의 거센 도전 때문에 4위로 주저앉았다.
 
이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이 어떤 난관에 부딪힐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필자는 이 글에서 그동안 경영 전략 분야가 ‘시간(time)’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살펴보면서 ‘스피드 경영’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볼 것이다.
 
시간 기준 경쟁
기업 경영에서 시간이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였다. 당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부사장이었던 조지 스톨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한 일본 기업의 새로운 경쟁 우위를 설명하면서 ‘시간 기준 경쟁(time-based competition)’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일본 기업들은 낮은 임금과 규모의 경제, 품질 등을 기반으로 한 경쟁에서 더 나아가, 적시 생산 시스템(Just In Time·JIT)과 빠른 신제품 출시, 사이클 타임 단축 등으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시간을 앞세운 일본 기업들의 성과는 자동차 산업에서 잘 나타난다. MIT대 연구에 의하면 1980년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대표 자동차 기업들의 평균 신차 개발 기간은 60개월 이상이었다. 반면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평균 신차 개발 기간은 46개월에 불과했다. 신차 개발에 투입되는 인원이나 엔지니어링 시간이 거의 2배 가까이 많음에도, 미국 기업들은 좀처럼 일본 기업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특히 도요타는 15일 정도 걸리던 공급 업체의 납품 시간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시스템을 혁신했다. 우선 로트(lot·일관작업 라인) 크기를 줄여 납품 기간을 6일로 단축했으며, 공장 배치를 개선하고 재고 수준을 줄여 다시 3일로 줄였다. 끝으로 공급 업체의 재공품(在工品·공장에서 생산 과정 중에 있는 물품) 재고를 모두 없애버림으로써 마침내 1일로 단축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기업의 이런 노력은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가전 산업에서는 마쓰시타가 세탁기 제조 시간을 기존의 360시간에서 불과 2시간으로 줄였다. 또 오토바이 산업에서는 혼다가 조립 시간을 80% 가까이 단축했다.
 
시간 기준 경쟁의 위력은 흔히 ‘H-Y 전쟁’이라고 불렸던 혼다와 야마하의 치열한 경쟁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쟁은 1981년 야마하가 시작했다. 야마하는 새로운 오토바이 공장을 가동하면서 혼다가 지배하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자동차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던 혼다는 이런 야마하의 도전에 정면 대응하기로 하고 전쟁을 선포했다. 외견상으로는 야마하가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였다. 혼다는 이미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었지만, 야마하는 다른 사업 분야가 없어 주력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으리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전쟁을 선포한 혼다는 2가지 측면에서 강력한 반격을 시작했다. 일단 오토바이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렸다. 물론 야마하도 이에 뒤질세라 가격을 같은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자 혼다는 신제품 개발 속도를 크게 올렸다. 전쟁 초기에 혼다의 제품 종류는 60개에 그쳤으나, 이후 18개월간 무려 113개의 새로운 모델이 시장에 쏟아졌다. 야마하도 혼다와 마찬가지로 60여 개의 모델로 시작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37개의 모델을 시장에 선보이는 데 그쳤다. 게다가 야마하의 오토바이는 혼다와 비교해 디자인이나 기술 측면에서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다. 혼다는 높은 품질과 빠른 속도로 야마하를 압박했으며, 결국 파산 직전까지 몰린 야마하는 공개적으로 혼다에 항복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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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현[email protected]

    - (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
    -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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