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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는 고객뿐!” 진실한 봉사가 혁신 원천

김양민 | 36호 (2009년 7월 Issue 1)
2002년 가을 미국에서 발행되는 경제 잡지 머니(Money)는 창간 30주년 기념으로 흥미로운 시도를 했다. 전문 조사 기관인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에 의뢰해 머니가 창간된 1972년부터 2002년까지 가장 우수한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미국 기업 30개를 찾아 자세한 분석 기사를 실었다. 주가 상승률 상위 30개 기업 중 영예의 1위는 초고속 성장을 보인 하이테크 기업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저가 항공사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차지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1972∼2002년간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무려 25.99%였다. 즉 1972년 사우스웨스트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2002년에는 그 돈이 102억 원으로 불어났다는 뜻이다.

“사우스웨스트가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일이다. 특히 그 사우스웨스트가 속한 산업이 ‘최악의’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이라고 제러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지적했다. 지난 30여 년간 미국의 국내 항공 산업은 산업 구조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흔히 산업 구조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 마이클 포터의 5가지 요인(force) 모델로 미국 항공 산업을 분석해보자.
 
‘신규 진입의 위협’ 측면에서 항공사, 특히 저가 항공사는 취약하다. 지난 1970∼1980년대의 규제 철폐 덕에 법적인 진입 장벽은 거의 제거됐다. 최근 통계 자료에 의하면, 미화로 3500만 달러 정도만 투자하면 항공업 진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웬만한 중소기업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금액이다. 즉 신규 진입의 위협이 높은 편이다.
 
‘공급자로부터의 위협’ 측면에서도 항공사들은 취약하다. 대개 공급자의 숫자가 적고, 공급자가 공급하는 물건이 차별화돼 있으며, 그 대안이 없을 때 공급자의 위협은 강해진다. 항공사 입장에서 경제성을 갖춘 대형 상업용 항공기를 만들어내는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보잉과 에어버스뿐이다. 변동비 측면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제트 연료비는 대단히 유동적일 뿐 아니라, 소수 석유 메이저들에 의해 시장이 장악됐다. 인적 자원 측면의 공급자를 고려해보면 파일럿들의 인건비가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올라갔고, 그들 상당수는 노조원들이다. 따라서 공급자의 위협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구매자의 위협’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차별화돼 있지 않고 오로지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 산업일수록 커지는 편이다. 실제로 아메리칸 항공이 마일리지 서비스라는 것을 ‘발명’해내기 전까지 미국 국내 항공사 간에 차별화란 전무했다. 기내식은 어느 항공사나 그저 그렇고, 항공기 좌석 간에도 별다른 차별성은 없었다. 즉 구매자는 ‘갑’의 입장에서 언제든지 마음에 맞는 항공사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은 대개 가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구매자가 칼자루를 쥐게 된다. 따라서 구매자의 위협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항공 산업의 특성과 미국이라는 나라의 지리적 방대함을 고려할 때, 그레이하운드(고속버스)나 앰트랙(철도) 등 대체 상품으로부터의 위협은 그다지 크지 않겠지만 ‘경쟁자로부터의 위협’은 큰 편이다. 메이저 항공사들이 다수 존재하며, 차별성이 없는 서비스에 산업 성장률 자체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즉 포터의 5가지 요인 중 4개가 위협적인 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사우스웨스트가 그보다 훨씬 ‘매력적인’ 산업에 종사하는 IBM이나 제록스, 인텔보다 더 나은 경영 성과를 낸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그리고 그 비결은 바로 서비스 차별화와 철저한 비용 절감을 통한 저가 정책이었다.
 
머니의 조사에 따르면, 1972년부터 30년간 주가 상승률 기준으로 사우스웨스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기업은 월마트였다. 월마트의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사우스웨스트에 버금가는 25.97%다. 1972년 1000만 원어치의 월마트 주식을 샀다면 30년 후 그 가치는 101억8600만 원이 됐다는 말이다. 월마트의 성공 신화 역시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형용하기 어렵다. 1962년 설립된 월마트는 창립 10년 후인 1972년까지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겨우 5개의 주에서 영업하고 있었고, 1979년까지만 해도 주로 가난한 남부 지역에 영업점이 있었다. 각 영업점당 매출은 당시 업계 1위인 K마트의 절반, 영업점 수는 229개로 K마트(1891개)보다 훨씬 적었다. 영업점 기준으로는 K마트가 월마트의 8배, 매출액 기준으로는 무려 16배였다.
 
하지만 월마트는 성장을 거듭하면서 1990년 매출액 기준으로 K마트를 앞섰고, 1991년에는 시어즈 로벅을 추월해 미 유통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1992년 창업자 샘 월튼이 사망할 당시에는 2100여 개 점포에 38만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월마트는 이후에도 성장을 계속해 2002년 마침내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으로 올라섰다. 제조업체가 아닌 서비스 유통업체로서 매출액 기준 세계 1위가 된 기업은 월마트가 처음이다. 그 후 엑슨 모빌에 잠깐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석유값 급등 때문이었고, 2007∼2008년 월마트는 다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사우스웨스트와 월마트의 성공에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이유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어라(give customers what they want)’라는 경영의 제1 원칙에 충실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항공 산업과 유통 판매업은 전형적인 B2C 서비스업으로, 서비스의 품질이 그 성과와 직결되는 산업군이다. 사우스웨스트와 월마트는 둘 다 ‘저렴한 가격의 상품과 합리적인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으로 업계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 이 두 회사의 전략적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능력 기반의 경쟁을 편다. 둘째, 고객 만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면서도 저원가라는 핵심 가치를 잃지 않는다. 셋째, 직원 만족을 매우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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