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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로 기업이 ‘다운’되지 않으려면

유종기 | 43호 (2009년 10월 Issue 2)

신종플루로 인한 피해와 우려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9월 27일 현재 전 세계 신종플루 감염자가 34만여 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40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사망자가 10명을 넘어섰다.

신종플루와 같은 독감 바이러스는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전염 위험성이 높아진다. 백신에 저항력을 갖거나, 지금보다 치사율이 더 높은 변종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WHO는 10월 4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히 빈곤국들이 신종플루의 폭발적 발생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변종 바이러스가 출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 기업의 발 빠른 대응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주요 기업들은 속속 신종플루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딜로이트는 90페이지에 이르는 ‘신종플루 대응 계획(Influenza Preparedness and Response Plan Template)’을 배포 중이며, IBM 역시 상세 매뉴얼(Infectious Disease and Pandemic Response Procedure)을 통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CNBC 인터넷판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신종플루로 사무실에 나오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 원격회의와 재택근무 전략을 수립했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나서 중소기업들까지 신종플루 대응 계획을 세우게 하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이 이렇게 신종플루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이유는 대규모 전염병이 기업의 활동과 이익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신종플루 청문회에서는 “부적절한 대응이 200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체계적인 준비와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임직원 개인 위생 강화나 감염자 격리 등의 소극적 예방 활동에만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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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고 있는 기업 vs. 그렇지 못한 기업
선진 기업들은 신종플루 등 전염병의 리스크를 파악하고, 그에 구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ning·BCP)’이란 개념을 도입해 활용한다. BCP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선진 리스크 관리 체계로, 금융감독원이 ‘업무 연속성 계획’이란 용어로 소개한 바 있다. 영국에서는 ‘조직을 위협하는 잠재 영향을 파악하게 해주고, 만일의 사태에 필요한 대응과 복원 역량을 확보하게 해주며, 주요 이해관계자의 이익과 조직의 평판, 브랜드 및 가치 창출 활동을 효과적으로 보호해주는 통합 경영 프로세스’로 정의한다.
 
BCP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충격과 영향이 매우 큰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기업이 충격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리질리언스(resilience)’라는 개념으로 함축할 수 있다. 선진 기업들은 리질리언스를 확보하기 위해 ‘전사적 리스크 관리(Enterprise Risk Management)’를 도입하고, 중점 관리 대상 리스크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BCP를 수립한다.
 
신종플루 관련 BCP는 발생 단계별 사업 운영 체계(예: 교차근무, 재택근무)를 미리 계획하고, 비상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원(인력, 물자, 프로세스, 시설)을 확보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BCP를 도입한 기업은 전염병의 대유행기에도 핵심 업무를 일정 수준으로 지속할 수 있다. 또 질병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빠른 경영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BCP가 없는 곳은 감염된 임직원들이 결근해 조업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핵심 업무가 중단됨은 물론, 경영진을 포함한 핵심 인력이 감염될 경우 제품 생산 또는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게 된다. 결국에는 납기를 제때 못 맞춰 고객이나 거래처의 신뢰를 잃게 되고 법적 소송까지 당할 수 있다.(그림1)
 
BCP 도입의 4단계
그렇다면 개별 기업에서는 BCP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신종플루 대응을 위한 BCP 도입은 ‘분석(Analyze)’ ‘개발(Develop)’ ‘구현(Implement)’ ‘지속적 개선/품질 관리(Continuous Improvement/Quality Assurance)’의 4단계로 이뤄진다.(그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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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분석: 현재 회사의 현황을 살펴보고, 취약점과 중점 관리 대상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며, 그것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단계
 
①현황 평가 회사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제대로 된 준비와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고, 중점 관리 대상 리스크와 주요 취약점을 파악한다.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대응 능력(Readiness) 평가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딜로이트 체크리스트 참고, http://blog.daum.net/bcminaction/424)
 
②비즈니스 영향 분석(BIA)전체 기업 활동을 단위 업무 또는 프로세스별로 나누고, 각각의 단위 활동이 중단됐을 때 어느 정도의 재무적·비재무적 영향이 있을지를 추정, 평가한다. 이 결과를 합산하면 업무 복구의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아울러 ‘복구 목표 수준(Recovery Time Objectives·RTO)’과 복구를 위해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도 도출할 수 있다.
 
A은행은 신종플루 등 전염병에 대한 전사적 대응 능력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본사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으나, 고객 접점인 영업점의 대응 준비가 미흡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BIA 분석에서는 대(對)고객 서비스와 은행 자체의 자산 운용 업무에 최고의 복구 우선순위가 있음이 밝혀졌다. A은행은 이들 업무의 RTO를 세 시간 이내로 정하고 필요한 자원과 인력 리스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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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종기[email protected]

    IBM Resiliency Services 실장/전문위원

    필자는 IBM에서 기업리스크 관리와 리질리언시 서비스를 담당하며 기업에 리스크 관리와 위기경영 컨설팅을 한다. 주요 역서로 <리스크 인텔리전스 : 불확실성 시대의 위기경영><리질리언트 엔터프라이즈>와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 리질리언스! 기업 위기 극복의 조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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