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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KB금융그룹 VS. 홈플러스

같은 ‘김연아 광고’도 효과는 하늘과 땅

이방실 | 54호 (2010년 4월 Issue 1)

 


현재 CF계 최고 블루칩은 김연아 선수다. 김연아 후원사인 KB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나이키 TV 광고가 대표 광고다. 후원 없이 자사 모델로만 사용 중인 매일유업, LG생활건강, 홈플러스 등까지 합치면 현재 김연아와 계약 관계에 있는 TV 광고는 모두 8개. 이 중 네티즌들에게 유독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광고가 있다. 바로 홈플러스 TV 광고다.
 
홈플러스 TV 광고는 김연아 선수의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전후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홈플러스 광고용 테마곡인 ‘홈플러스 송’ 멜로디에 “…실수 없이 잘할 거야. 나는 나를 믿으니까… 연아야 파이팅!…”이라는 가사를 입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 직전 방송된 광고가 그 첫 번째. 두 번째 TV 광고에선 김 선수의 올림픽 메달 획득을 축하하며 홈플러스 ‘창립 11주년 기념 50% 할인 이벤트’를 매치시켰다.
 
첫 번째 광고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는 ‘비호감’이 많았다. “금메달 못 따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지라 영 별로예요(ID:슈크림)”, “그동안 홈플러스를 좋게 봐왔는데 이 광고 보고는 실망했습니다(ID:이토미사키)” 등 부정적 반응이 많다. 두 번째 광고에 대한 반감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결국은 50% 대할인이 궁극의 목적인가? 김연아를 데리고 이런 CF를 찍다니…(ID:파란토마토)”, “도대체 홈플러스가 왜 비싼 돈 주고 김연아를 써야 할까(ID:onlydbwls)” 등 비난 강도가 세졌다.
 
홈플러스의 김연아 TV 광고는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주요 이슈들을 조명해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홈플러스는 막대한 돈을 들여 광고 계약을 맺어놓고도 김연아 선수의 연습에 행여 지장을 줄까 봐 이전 경기 장면 컷을 편집해 광고를 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세심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눈총’을 받았다. 역시 실제 촬영이 아니라 합성으로 CF를 제작, 올림픽 기간 중 전파를 탄 KB금융그룹의 ‘이승기 김연아 광고’가 네티즌들 간 ‘합성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며 일종의 ‘버즈 마케팅’ 효과까지 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홈플러스 TV 광고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게 된 표면적 이유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원인은 애초에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추구하려는 ‘목적’이 KB금융 등 타 기업과 차이가 있었고, 그에 따른 ‘스포츠 마케팅 믹스’의 한계와 미숙함이 드러난 데 있다. 홈플러스와 KB금융 스포츠 마케팅 사례 비교를 통해 주요 이슈들을 점검해보자.
 

기업 이미지 제고 vs. 매출 증대
KB금융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추구하려는 궁극적 목적은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였다. 김진영 KB금융지주 홍보부 차장은 “대한민국 1등을 넘어 세계 1위를 향해 도전하는 스포츠 선수(김연아)를 통해 글로벌 금융사를 꿈꾸는 국민은행의 도전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게 주 목적”이라고 밝혔다. “어떠한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이 주 고객층인 서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목적이라면 지속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KB금융은 김연아와 2006년 12월 6개월 단발 광고 계약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7년 6월 후원 계약(1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계약을 갱신해오고 있다. 그동안 KB금융은 TV 광고뿐 아니라 유니폼 광고, 자선 아이스쇼 개최(KB국민은행과 함께하는 Angels on Ice 2008), 각종 아이스쇼 후원(KCC 스위첸 Festa on Ice 2008·2009·2010, 삼성애니콜하우젠 Ice All Stars 2009), 금융 상품 개발(피겨 Queen 연아사랑 적금· 김연아 선수 금메달 획득 시 연 0.5%p 우대이율 적용 및 만기이자지급액 1%에 해당하는 기금을 은행부담으로 조성해 난치병 환아 후원) 등 다각도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해왔다.
 
반면 홈플러스의 목적은 단기적인 매출 증대였다. 홈플러스와 김연아 간 광고 계약 기간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오는 8월 중순까지 6개월. 홈플러스는 겨울올림픽(2월 13일∼3월 1일)과 홈플러스 창립일(5월 15일) 전후로 ‘올림픽 특수 마케팅’, ‘스포츠 마케팅’, ‘스타 마케팅’, ‘(창립 기념) 이벤트 마케팅’ 등 1석 4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광고 계약을 맺었다. 물론 “피겨 불모지에서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김연아의 이미지가 11년 전 할인점 꼴찌에서 시작해 업계 2위(매장 수 기준) 지위에 오른 홈플러스의 기업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구도연 홈플러스 PR팀 주임)”는 홈플러스 내부 의견도 한몫했다.
 
그러나 인지도 높은 스타를 단발(6개월)로 기용해 매출액을 높인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다양한 마케팅 옵션에 대해 다각도로 고려하기가 어렵다. 대신 단기적이고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전략의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특히 불황기에는 정량적 마케팅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한 시도를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 홈플러스는 가격 할인 정보를 주로 제공하는 전단지에 김연아 선수의 이미지를 사용, 소비자들의 정서적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CSR 마케팅 vs. 스타 마케팅
KB금융은 스포츠 마케팅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관점에서 접근했다. KB국민은행 경영진들이 김연아와 후원 계약 당시 담당 부서에 “김연아 선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특별 주문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 후원은 CSR 업무 담당 부서인 KB국민은행 사회협력지원부 산하 스포츠 마케팅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팀은 과거 사업 부서별로 운영되던 스포츠단(농구/축구/사격팀)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2007년 10월 신설된 조직이다. 김진영 차장은 “첫 계약을 체결했을 때만 해도 김연아 선수는 장래가 유망한 운동 선수였지 스타 파워를 갖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연아 선수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은 그때까지만 해도 비인기 종목이었던 피겨 스케이팅을 육성하겠다는 CSR 마케팅 성격이 강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스타 마케팅의 일환으로 김연아를 기용했다. 애초에 김연아를 스타 파워가 있는 연예인들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홈플러스의 김연아 이전 모델이 강호동, 이승기 등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1박2일’ 출연진들이었다는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반면 국민은행이 2006년 김연아 직전에 발탁했던 TV 광고 모델은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무명의 비보이 선수였다. KB금융이 ‘스포츠 선수’로서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고 김연아와 계약을 맺었다면, 홈플러스는 소비자들에게 ‘1박2일’ 출연진만큼 강력한 인지도를 가진 ‘스타’ 김연아에게 돈을 지불했던 셈이다. 홈플러스에서 김연아 TV 광고 및 기획을 담당하는 부서도 기업 마케팅을 전담하는 마케팅팀과 광고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PR팀이다. 별도 스포츠 마케팅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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