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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조직과 성공 요건

‘조직 같지 않은’ 방임형 조직이 미래 연다

송계전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당신은 이런 조직을 수용하겠는가?
1.조직 같지 않은 조직 셈코
1993년 <매버릭(Maverick)>이란 베스트셀러를 통해 대표적인 회생 사례로 소개된 적이 있는 브라질 기업 셈코(Semco).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카르도 세믈러(Ricardo Semler)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관리와 통제’라는 규칙을 포기함으로써 도산 위기에 처한 회사를 극적으로 살려냈다. 그 역시 처음에는 남들이 다 하는 것처럼 관리와 통제를 보다 강화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 방법이 직원 사기를 더 떨어뜨리고 보신주의를 키워 조직 분위기만 나빠지게 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 그러나 ‘감히 인정하기 싫은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1985년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조직다운 조직’을 포기한 것이다.
 
셈코에는 공식적인 조직도가 없다고 한다. 전략도 없고, 중장기 사업 계획이나 경영 계획도 없다. 회사 설립 목적을 적어놓은 글도 없다. 장기 예산 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 CEO가 확실하게 고정돼 있지도 않다. 부사장도 없다. 정보 기술이나 그 운영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임원도 없다. 정해진 표준이나 관례도 없다. 셈코 사람들은 “우리들에게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지요”라고 이야기한다.
 
2.방임형 조직, SAIC
1969년에 설립된 통신 기술 서비스 기업인 SAIC(Science Application International Corporation)는 ‘관리를 포기한 대신 얻을 수 있었던 성공’이 무엇인지 보여준 또 다른 기업이다. 로버트 베이스터(Robert Beyster)는 과거에 대형 방위 산업체에 다니다가 관료주의적인 조직 문화가 싫어 뛰쳐나온 경험을 가진 CEO였다. 그는 과학자들의 연구 모임 중 열정적이고 도전 정신이 강한 그룹을 찾아내 스카우트한 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뒀다. SAIC는 대부분의 벤처 기업들이 그렇듯 몇 푼 안 되는 자본금과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7년 현재 연 매출이 7조 원에 달하고, <포춘>의 500대 기업 순위에도 올라 있는 기업이다.
 
3.중복을 허용하는 조직, 캐논
캐논은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러 연구개발팀들을 중복 운영했다. 당연히 조직의 중복으로 자원 낭비가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캐논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중복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고, 서로의 지식이 공유되면서 창의력이 높아지고, ‘건강한 긴장감’이 형성돼 결국 회사는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조직은 항상 환경과 함께 해 왔다
조직은 경영 환경과 함께 해왔다. 그리고 이 환경 하에서 성과 창출을 위한 경영 전략과 철저하게 연계(alignment)돼 있다. 그래서 과거 조직 변천의 역사를 보면, 그리고 미래 환경 특성을 이해하면 미래 조직을 예측할 수 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신분 질서와 위계 질서라는 것은 어디에서나 존재해왔다. 인간은 평등하다고 외치는 종교 집단도 위계 구조를 갖고 있다.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산주의도 국가를 형성하면서 위계 구조를 자연스럽게 수용했다. 마치 인간 사회의 본능인 것처럼.
 
200년 전 가내 수공업을 자본가 주도의 공장 기계 공업, 즉 대량생산 체제로 바꾼 산업혁명은 한 사람이 혼자서 핀(pin)을 만들 때보다 여러 사람이 나누어 작업을 할 때 수십 배의 생산성 효과를 얻는다는 애덤 스미스의 기술적 분업론으로 정리된다.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분업론은 테일러리즘(Taylorism)과 포디즘(Fordism)으로 발전, ‘현대 경영’의 초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능식 ‘업무 분장’이라는 경영 조직의 기본 형태를 탄생시켰다. 즉, 이전 조직이 위계 질서라는 수직 개념을 펼친 것이라면, 산업혁명 이후 기능별 업무 분장이라는 수평 개념을 완성시켰다고나 할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 경기 침체에 따른 성장 정체에 직면하자 기업들은 안정적인 성장과 위험 분산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다. 그러면서 사업 단위별 책임 경영 체제를 뒷받침하는 조직인 ‘사업부제’가 등장했다. 사업부제는 대체로 사업 전체를 책임지는 상부 임원 단위에서의 조직 분화다. 그 결과, 직원들의 하부 단위 조직은 그대로 기능식 부(部), 과(課) 조직이었다. 영업본부장 밑에 있던 PC영업부가 PC사업본부 영업부가 되는 식으로 명칭만 바뀐 꼴이었다.
 
사업부제는 다각화한 사업들의 책임을 분산, 내부 경쟁을 통해 성과 달성을 촉진한다는 목적은 달성했다. 그러나 앞서 기능식 조직의 문제점인 기능 간 이해 갈등은 전사 단위가 아닌, 하나 아래인 사업부 단위에서 벌어지는 것이지 사라진 것이 아니다.
 
팀(Team), 그 탄생과 역수입
이 와중에 미국은 1970년대 말 2차 오일 쇼크를 맞이하면서 일본의 경제 침략을 경험하게 된다. 도요타 자동차와 소니 워크맨은 경제 대국 미국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경영계에서 다양한 원인 분석과 대책 논의가 있었는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경영 기법들이 이때 태동했다.
제록스는 자사 복사기와 일본 후지 복사기를 하나씩 뜯어보면서 비교했다. 벤치마킹 기법의 탄생이다. 장기 투자가 가능한 일본의 안정적 소유권(ownership)을 보고, 단기 업적주의에만 매달렸던 미국은 ‘BSC’(Balanced Scorecard: 단기 재무적 실적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경영 체질을 강화하는 활동들도 균형있게 관리하기 위한 성과 지표 체계)를 탄생시켰다. 그것도 단기 재무 업적을 다루는 회계학자인 로버트 카플란(Robert Kaplan)이 이를 제안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또 하나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미국의 ‘일본식 집단주의 배우기’였다. 그 결과가 바로 ‘팀(team)’ 조직이다. 서구 기업들은 개인주의에 근간한 정확한 업무 분장을 강조했다. 어디 소속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보스가 누구며 어떤 업무 담당자(manager)이냐가 중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부서장’을 매니저라고 하지만, 서구에서는 ‘업무 책임자’를 매너저라고 부른다. 참고로, 이 개념을 최근 도입한 곳이 SK다. 서구에서는 채용 시즌에 채용 담당자는 바빠도 옆 동료인 보상 담당자는 일찍 퇴근한다. ‘도와준다’는 친절은 있을 수 있어도, 우리처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이것이 바로 서구의 개인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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