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성시대다. 애플은 2월15일 시가총액 4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상장기업 중 1위다. 상장을 앞둔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기업들은 IT 기반 환경을 조성해 프로그램·콘텐츠 공급자들과 수요자들이 서로 거래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줬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거래 기회(또는 소통 기회)’를 얻게 된 데 대해 환호했다. 이들 기업을 언급할 때는 공유, 개방성, 가치, 생태계, 낮은 진입장벽과 같은 긍정적 수사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하지만 누가 더 ‘개방적’이고 ‘착한’지를 놓고 순진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이들 플랫폼은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다. 특히 M&A 등을 통한 인접 산업 및 플랫폼으로의 영역 확장, 즉 ‘플랫폼 흡수(platform envelopment)’는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전개됐다.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 인터넷 브라우저, 동영상 유통업, 단말 제조업까지 단숨에 확장했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작동한다.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가 힘을 발휘하는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 경제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들은 기회가 오는 대로 영역을 확대하려 하기 마련이다.
새롭게 등장한 빅 브라더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음 단계의 전략은 고객에 대한 장악력 강화다. 고객의 전환 비용은 높아지고 이탈 고객에게는 은근한 압력이 가해진다. ‘개방과 폐쇄의 양면 정책’을 본격화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자사 고객 또는 고객이 올린 콘텐츠에 대한 경쟁사의 접근을 차단하고 산하 플랫폼에 산재해 있는 고객 정보는 통합적으로 관리하려 한다. 최근 구글은 개인정보 통합을 추진해 초법적 행위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SNS들은 콘텐츠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료화 또는 수수료 상승도 동반된다. 음원 거래에 대해 아이튠즈에서 10%의 수수료를 받는 애플이 또 다른 ‘콘텐츠’인 매거진 기사에 대해서는 30%의 수수료를 책정했다.
플랫폼 독식 현상이 심해지면 ‘규모의 수익 체증(increasing returns to scale·참여자가 늘어날수록 비용은 낮아지고 효익은 커짐)’이라는 네트워크 효과는 더 이상 소비자나 콘텐츠 공급자에게는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는 반독점 당국의 압력에 굴복했지만 새로운 빅 브라더들도 고분고분할지는 이제부터 두고 봐야 한다.
몇몇 대표 플랫폼이 지배하는 생태계 안에서 생존해야 하는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 가설적이지만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봄 직하다. 플랫폼의 핵심 사업과의 연관성, 보완성 등 변수에 따라 그 형태 및 성공 가능성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보완적 성격이 강하다면 기술 및 콘텐츠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정공법도 시도해 볼 만하다. 여러 생태계에 동시에 참여해도 견제를 받지 않을 정도로 차별화 수준을 높이면 생태계가 돌아가게 하는 보완적 핵심 요소(enabler)가 될 수도 있다. 애플의 아이폰도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칩을 쓴다.
플랫폼 대 플랫폼으로 경쟁하는 전략은 어떨까. 언어 장벽, 규제 장벽 등에 힘입어 특정 니치 시장을 지배하는 선택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한국에도 포털과 같이 국내에서는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랫폼들이 있다. 이동통신사나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자체 앱스토어를 운영하려 노력한다. 이때 기존 플랫폼에 비해 고객과 참여자들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주려는 노력은 필수다. 기존 앱스토어와 같은 수준의 거래수수료를 받으려 하거나 오히려 불리한 조건을 국내 콘텐츠 기업들에 강요한다면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규제당국은 특정 산업이나 영역 내에서의 점유율만으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해서는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플랫폼의 지배력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 잠재적 경쟁자로부터의 위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거대 플랫폼에 의해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끔찍하다. 혁신의 결과로 독점적 이익을 거두는 것을 용인하는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혁신에 의해 그 독점이 깨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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