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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 활용법

GIS, 경영자를 위한 항해 지도

송규봉 | 108호 (2012년 7월 Issue 1)




비즈니스의 X-ray
뛰어난 선장은 파도 대신 해류를 읽는다. 1200년 전 장보고 선단은 하늘, 바람, 물, 지리를 분석하며 항로를 개척했다. 지문항법으로 육상이나 섬의 모양을 살펴 항해하고 천문항법은 해와 별자리를 읽어 천체를 활용했다. 수문항법으로 수심과 해류를 파악해 바람이 서로 다른 한반도와 동아시아 바다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기업경영은 항해와 같다. 피터 드러커는 직관에 의존한 기업경영을 강하게 경고했다. ‘나침반의 방위가 없이 배는 항구를 찾을 수도, 또 그곳에 도착하는 시간을 예측할 수도 없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육감’으로 운항하는 대신 ‘항공기 계기판’과 같은 경영의 도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1 나아가 <기업가 정신>에서는 경영의 도구로서 ‘기업 X-ray(Business X-ray)’를 강조했다.
 
X-ray에 제1회 노벨상이 주어졌다. 생명에 관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위대한 발명은 모두 노벨상을 받았다. X-ray(1901년)에 이어 CT(컴퓨터단층촬영·1979), 전자현미경(1986), MRI(자기공명영상·2003)가 그렇다. 기업경영에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X-ray나 MRI는 없을까? 변화의 파도 속에서 트렌드를 읽어낼 경영도구는 없을까?
 
80년 전 마빈 바우어(Marvin Bower)가 맥킨지의 제안서를 들고 CEO를 만나던 시절, 경영의 도구는 회계학이 전부였다. 그러나 오늘날 CEO가 알아야 할 경영의 도구는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80년 전 동네 주치의 왕진가방에서 종합병원 암센터의 수술실로 바뀐 것과 같다. 이제 중요한 수술은 의사 한 명이 하는 것이 아니라 병리학팀, 영상의학팀, 임상의학팀이 하나의 그룹으로 긴밀하게 협력한다.
 
미 국립학술원이 발행한 <공간적으로 사고하기>에서는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정보의 80% 이상이 지리공간적이라고 알려준다.2 전자제품, 자동차, 선박, 농수산물 모두 시장에서 시장으로 이동한다. 상품과 서비스가 이동할 때 정보, 부, 기회도 함께 이동한다.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그는 당연히 80%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지도(地圖·Map)에서 출발할 것이다.
 
컴퓨터지도와 경영전략
구글이 안드로이드(Android)를 인수한 것은 2005년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한 포석이었다. 바로 한 해 전 구글은 키홀(Keyhole)이라는 컴퓨터지도 회사를 인수했다. 지리정보 시대를 대비한 전략이었다. 구글은 360도 촬영 카메라를 보트에 부착해서 아마존강의 풍경을 지도에 올리고 있다. 자전거나 배낭에 소형 카메라를 매달아 디즈니랜드, 알프스 정상, 유명 레스토랑의 실내 모습까지 지도에 연동하고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유훈대로 구글과의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다. 애플은 2009년 이후 컴퓨터지도 벤처 3개(Placebase, Poly9, C3 Technologies)를 연달아 인수했다. 이미 애플 마니아들은 구글맵(Google Map)에 대항할 아이맵(iMap)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일부의 예상대로 애플은 자신의 최신 운영체계(iOS6)에서 구글맵을 아예 제외시켰다.3
 
스마트폰 시대에도 사용자들은 e메일과 뉴스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답게 이동 중 바로 ‘지도 서비스’를 찾는 정보수요는 폭증하고 점점 더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구글맵과 iMap, 국내 무대에서는 네이버 지도와 다음 지도의 전쟁이 치열해지는 배경이다. 지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지리정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의 노력은 구글맵 탄생 이전부터 시작됐다. 1993년 체이스은행은 출점 전략에 컴퓨터지도(GIS)를 활용했다. 주간인구와 야간인구를 구분해 은행지점 및 ATM 입지선정에 지리정보를 적용했다. 출퇴근 고객과 상주인구에 대해 차별화된 마케팅과 상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티금융그룹은 남미시장에 새로운 금융 브랜드를 개척할 때 GIS를 통해 목표고객의 밀집지를 추적하고 기존 지점과의 접근성을 분석해 적정 점포 수를 산정했다.
 
1993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전략변화에 맞춘 R&D 캠퍼스의 공간재배치를 GIS로 완료했고 MIT도 전체 건물과 시설물을 3D 지도에 옮겨 공간효율화를 추구했다. 스타벅스는 1995년 GIS를 기반으로 잠재시장을 분석하고 점포별 매출 예측을 통해 출점을 결정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도요타는 2000년 호주시장에서 영업지원 온라인지도 솔루션을 이용해 점유율 1위 자리를 강화했다. 2003년 혼다는 인도에 스마트물류시스템을 지도기반으로 자동화했다.
 
1990년대 중반 나이키(NIKE)는 제1차 GIS 기반 전략툴을 도입한 이후 3차에 걸쳐 지역별 인구, 가구, 경제통계, 시장정보에 내부 데이터(매장정보, POS, 고객DB)를 통합시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솔루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0년 GE에너지는 영국 케임브리지 소재 GIS(지리정보시스템) 벤처기업 스몰월드(Smallworld)를 인수한다. 석유, 가스, 전기, 원자력, 풍력 등 전기를 생산하는 전 분야를 포괄하는 GE에너지에 지리정보는 전략적 사활이 걸린 중대한 지식기반이다.
 
미국은 어떻게 지리정보 초강국이 됐을까. 군사정보에 속했던 공간지식을 민간기업의 수중으로 넘겨줬기 대문이다. 클린턴 정부가 집권한 1993년부터 2000년까지 대학 연구실과 일부 벤처기업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GIS와 GPS 기술은 지방정부와 산업현장으로 급속히 확산된다. 정부의 보관창고에 숨어 있던 지리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GIS 전문가가 참여하면 광활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그 후로 마이크로소프트, 리바이스, 노스페이스, 홈디포, 마스터카드, 시어스 등 선도기업들이 전략, 마케팅, 물류, 부동산, 시설물관리, 고객분석 등에 지리정보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이런 선진 경영도구는 일찍이 일본에 먼저 상륙한다. 예를 들어 요미우리신문의 전단지는 GIS 기반의 소지역으로 세분화됐다. 작은 블록마다 신문사별 구독자 수를 표시해 광고주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록본기힐을 개발한 ‘모리빌딩’은 개발사업을 검토하는 전 과정에 지리정보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진척시킨다.
 
GIS는 2000년대 초·중반 새로운 경영도구로서 한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최초로 백화점에서 아파트 고객을 분석하고 지역 마케팅을 위한 실험이 진행됐다. 전국에 수백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식음료 브랜드가 점포유형별로 매출 예측을 시도했다. 신용카드 회사가 가맹점과 카드사용자 사이의 소비함수를 지도 위에 뿌려놓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gCRM(GIS 기반의 CRM)이라는 독특한 용어가 대한민국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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