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HOW TO BE A BETTER MIND READER’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무장 공격을 감행할 때나 사업 협상에 보다 깊이 관여할 때, 서비스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우리는 상대방의 믿음이나 욕구, 의도에 대해 추측하거나 가정한다.
협상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이 공정하고 진솔하게 협상에 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도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다. 반대로 상대편이 내 이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고 생각하면 정보를 숨기거나 상대를 불신하게 되고 결국 협상 결과도 좋지 않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추측해서 상대방에 대해 내린 결론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는 중요한 협상 기회를 놓치거나 이익을 하나도 얻지 못하고 협상이 끝나버릴 가능성을 높인다.
뉴욕 컬럼비아대의 대니얼 R. 에임스(Daniel R. Ames)와 엘크 U. 웨버(Elke U. Weber) 교수,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시 쩌우(Xi Zou) 교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에 임하고 어떤 전략을 통해 서로의 이익에 접근하는지 실험을 통해 관찰했다. 상대방의 시각을 고려하는 ‘조망수용(perspective taking)’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과 함께 이들의 연구는 의사 결정을 내리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추정부터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방의 ‘보이지 않는 마음 상태’에 대해 직관적으로 추리한다. 우선 우리는 상대가 자신과 같은 의도를 가지거나 원하는 바가 동일하다는 잘못된 추측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투사(social projection)’라 불리는 오류다. 협상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도 똑같이 원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오류 때문에 우리는 서로 원하는 것을 맞교환해 양쪽 다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기회를 놓쳐 버린다.
둘째,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 할 때 우리는 전형적 분석틀에 의존한다. 다시 말해 직업이나 인종 등 상대방이 속한 집단이 가지는 전형적인 특성을 그대로 가져와 적용한다. 전형적인 특성은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도 많다. 예를 들어 협상 상대가 여성일 때 우리는 남성보다는 덜 공격적일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상대가 나와 똑같이 행동하고 생각한다고 예상할 때는 언제고, 상대가 전형적인 특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믿을 때는 언제인가?
에임스와 동료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에게 상대방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주지 않은 후 상대가 협상을 비롯한 다양한 전략적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하도록 했다. 실험자들이 참가자와 협상 상대의 공통점을 강조하면 참가자는 사회적 투사를 통해 협상 상대가 자신과 비슷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할 것으로 예상하며 자신과 상대의 공통점을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상대와의 차이점이 강조되면 참가자들은 상대의 전형적 특성을 근거로 유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험 결과를 보면 표면적 유사성이나 차이점을 확대 해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확대해서 해석하면 협상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 에임스와 웨버, 쩌우 교수의 연구 결과는 우리가 협상 상대에 대한 피상적 정보에 입각해 직관적으로 내리는 판단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를 이해하고 이를 이용해 유리한 협상 결과를 도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독일 트리에르대(University of Trier)의 로만 트로첼(Roman Trotschel) 교수가 연구진과 함께 실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협상에서 조망수용이란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감안해 그 이면에 있는 이해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협상 상대가 일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할 때 성급히 상대를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치부하기보다 그 정보를 숨길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를 고려하는 것이다. 기밀 정보라 그럴 수도 있고, 법적인 문제가 얽혀서 그럴 수도 있다. 일리노이 에반스톤에 위치한 노스웨스턴대(Northwestern University)의 애덤 갈린스키(Adam Galinsky) 교수는 조망수용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협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고 제시했다.
트로첼 교수와 연구팀은 협상이 부분적 답보 상태에 직면했을 때 조망수용이 유용한지 살펴봤다.
협상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각자 다른 것을 주장할 때 우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때로 이런 답보 상태가 부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협상을 전반적으로 마무리 지을 만큼 합의에 도달했는데 일부 사안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될 때가 그렇다. 예를 들어 이혼 협상 중인 부부가 재산 양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합의했지만 특정 물품에 대해서만큼은 소유권을 두고 집요하게 다툴 때가 있다. 이런 물건들은 합의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으로 창고에 보관된다. 부분적 답보 상태가 발생하면 가치 있는 자원을 낭비하거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연구팀은 부분적 답보 상태를 해결하는 데 ‘로그롤링(logrolling·통나무 굴리기)’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로그롤링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서 자신이 원하는 것과 맞교환해 서로에게 이익이 돌아가게끔 하는 전략을 뜻한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평면 TV를 원한다면 다른 한쪽은 이를 상대에게 양보하고 대신 자신이 원하는 식탁을 갖는 방식이다.
로그롤링은 단순한 전략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협상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상대의 이익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다. 이럴 때 사회적 투사나 전형적 특성에 대한 의존이 심해지고 비효율적인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트로첼의 3번에 걸친 실험 결과, 이기적인 협상가조차도 조망수용 전략을 사용하면 부분적 답보 상태를 타개할 로그롤링 기회를 활용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기적 태도를 유지했던 실험 참가자들은 조망수용 전략을 사용한 후 로그롤링을 통해 부분적 답보 상태를 타개했다. 그러나 상대의 이익을 고려할 것을 권유받은 참가자들은 답보 상태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이 극대화되지 않는데도 다소 효율성이 떨어지는 타협을 했다. 협상에서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되는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체 결과를 의식한 이타적 태도보다는 상대의 경험을 이해해서 거래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일반적으로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조망수용 능력을 좀 더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협상에 임하는 사람에게 상대의 의도나 이익을 생각해 보라고 얘기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같은 능력은 물론 협상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 협상 상대방의 이해득실을 좀 더 잘 이해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협상가에게 반가운 연구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번역 |우정이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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