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Interview :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태용(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반감이 커져가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화두 중 하나도 경제민주화다. 기업이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압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관심도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추진하는 ‘홍보’ 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전략’으로서의 CSR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27일 지식경제부 주최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릴 ‘국제 CSR전략 포럼’에 대한 관심이 높다. 포럼을 주관하는 DBR은 ‘자본주의 미래, 새로운 기업 전략(New CSR Strategy Charting the Future of Capitalism)’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 앞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을 인터뷰했다.
CSR에 대한 관심이 높다. 모범적인 CSR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기업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이른바 각 기업의 핵심 역량과 연계된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외 계층과 불우이웃을 돕는 건 물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진정 ‘선량한 기업 시민(good corporate citizen)’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역량을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CSR을 통한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른바 CSR에도 전략적 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 CSR은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활동이 아니다.
기업의 핵심 역량과 연계시키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성과공유제를 적극 활용하는 게 CSR이고 더 나아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주창한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들이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지원해 주는 일은 분명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들의 핵심 역량과는 별로 상관없다. 굳이 영속적인 가치 창조 활동과 상관도 없는 CSR 활동을 따로 만들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중소기업에 납품 단가를 잘 쳐주고 성과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가장 유용하고 실천하기도 좋은 CSR이자 CSV다.
CSR이 공급자 관점에서 기업과 사회의 적대적 관계를 전제로 대두된 개념이라면 CSV는 기업이 가진 자원과 전문성,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비즈니스 활동이다. CSR이 기업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CSV를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성과공유제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대기업도 있다.
성과공유제를 포괄하는 개념인 동반성장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많다. 동반성장을 인위적으로 제도화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건 동의한다. 모든 건 문화로 만들어져 궁극적으로 기업 생태계 안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개념들이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초기에 ‘마중물’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펌프에 물이 없을 때에는 마중물을 한 바가지 퍼넣어야 물이 올라오지 않나. 무엇이든 초기에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부의 간섭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동반성장은 사회적인 요구와 기업의 경쟁 양상 변화에서 비롯됐다. 사회적인 양극화 완화, 대기업의 시장지위 남용과 불공정 관행의 해소, CSR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욱이 기술의 융·복합화 등으로 인해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모든 것을 할 수도 없다.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한 시대다.
동반성장의 핵심은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 모두의 파이를 키우자는 측면에서 CSV와 연결돼 있다. 많은 기업들이 동반성장이나 성과공유제에 대해 심정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낮은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간섭 영역에 둘 수밖에 없다.
성과공유제는 2007년에 만들었지만 그동안 방기된 측면이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성과공유를 잘해보라는 개념만 제시해 놓고 무조건 기업 자율에 맡겨놓다 보니 그간 활용도가 낮았다. 그래서 지난해 장관 취임 후부터 성과공유제의 모델케이스를 기업들에 적극 알리는 데 주력했다. 시시콜콜하게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기보다는 다양한 성과공유제의 적용 사례를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각 기업 실정에 맞게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였다. 여기에 약간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성과공유 확인제, 동반성장 지수 등과 연계시켰다. 지난달까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통틀어 총 36곳이 성과공유제 도입기업 확인을 받았고 연말까지 그 규모는 총 70여 곳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성과공유제가 문화로 확산돼 정부의 간섭 없이도 자율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성과공유제의 모범사례로 꼽을 만한 기업은 어디인가.
포스코와 유니코정밀화학 간 성과공유 사례를 들 수 있다. 두 회사는 설비 부식을 막기 위한 분화방지제를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유니코정밀화학에 10억 원의 현금 보상과 3년간의 장기 공급권을 부여했다. 유니코정밀화학은 장기계약을 통해 안정적 물량을 확보하게 돼 연 매출 300억 원대 기업이 작년에 무려 6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할 수 있었다.
CSR, CSV를 확산시키는 데 지경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식경제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비교적 갈등관계가 많은 경제주체들과 관련돼 있는 부서다. 따라서 지경부의 역할은 갈등 주체들 간에 대화를 통해 서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예로 지난달 대·중·소 유통업계 대표들과 상생협력 간담회를 갖고 오는 15일까지 상생협의체(가칭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발족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작년 7월부터 지경부와 유통업계가 유통산업 발전과 상생협력을 위한 실무협의를 수차례 진행한 끝에 성사된 일이다. 골목상권 업체들과 대형마트 사업자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뭔가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유통산업 내 반목과 갈등을 업계 내부에서 협의해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방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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