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지난 DBR 112호에 실린 ‘민첩+벤치마킹+융합+전념=K-Strategy’를 통해 한국 발전의 비밀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했고 114호에서 K-Strategy의 첫 번째 전략인 민첩성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봤다. 이번 호에서는 K-Strategy의 두 번째 전략인 벤치마킹(benchmarking)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벤치마킹(Benchmarking): 레드오션+α > 블루오션
필자는 DBR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 기존에 없었던 시장을 새로 창출하라고 하는 블루오션 전략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몇 번 지적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올바른 전략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존의 레드오션에서 획득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전략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DBR 60호에 실린 ‘레드오션+α>블루오션’이란 글을 통해서 특히 강조했다.
최근에 세계 각지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과 관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그중 미국 법원의 소송에서 배심원들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애플의 제품을 베꼈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후로 많은 이들은 삼성전자가 레드오션인 애플의 아이폰을 베꼈기 때문에 미국 소송에서 졌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의 9월2일자 글인 ‘After Verdict, Assessing the Samsung Strategy in South Korea’에서는 “모방과 ‘교묘한 업그레이드’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가 경쟁자를 물리치고 싶다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선도자로서 스스로 제품개발에 재투자를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과연 <뉴욕타임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모방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뉴욕타임스>의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에서 미국 배심원들이 삼성전자의 일방적인 패배로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모방전략을 써야 한다는 말인가? 이 대답은 50%만 옳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레드오션+α > 블루오션’에서 ‘α’가 빠진 전략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의미 있는 ‘α’가 새로 추가돼야 한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제품을 비교했을 때 새로운 ‘α’의 중요성이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 삼성전자의 제품과 애플의 제품이 거의 같다고 인식한 것이다. 물론 미국 배심원 제도의 문제점, 최근 미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자국기업 우선주의 등이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감정적인 문제에 얽매이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접근하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다.
단순한 ‘레드오션’ 전략과 블루오션을 탄생시킬 수 있는 ‘레드오션+α’ 전략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기존의 ‘레드오션’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바로 모방이다. 사실 ‘모방’이라는 단어는 한국적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모방을 조금 더 비하한 ‘짝퉁’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된다. 요즘은 많이 개선됐지만 대한민국은 한때 선진국들로부터 지적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나라, 즉 소위 ‘짝퉁’이라고 불리는 가짜 상품이 판을 치는 나라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짝퉁이라는 것이 법이 규정하는 범위를 넘으면 범법행위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사실 남의 것을 모방하는 행위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벤치마킹 전략의 기본이다. 물론 짝퉁만으로는 안 되고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세계 일류의 성공비결은 모방(Imitation)에서부터 시작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우선 기존의 최고를 철저하게 모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기존의 최고를 적당히 흉내만 내면 바로 짝퉁이 되는데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일류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이는 일류를 만들어 내려는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영국의 대 시인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이를 잘 표현해 준다. “어설픈 시인은 흉내만 내지만 원숙한 시인은 훔친다(Immature poets imitate; mature poets steal).”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세계 최고의 화가 피카소(Pablo Picasso)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훌륭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라고 단언했다.
인문학이나 예술에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대규모 양산체제인 포드시스템을 구축해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중의 하나인 포드자동차를 키워 낸 헨리 포드(Henry Ford)는 “내가 새로 발명해낸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단지 다른 사람들이 수백 년에 걸쳐 발견한 것들을 조립했을 뿐이다(I invented nothing new. I simply assembled the discoveries of other men behind whom were centuries of work)”라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위대한 아이디어들을 훔치는 데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We have always been shameless about stealing great ideas)”라고 밝혔다.
근래에는 이 모방 때문에 삼성전자와 애플이 한 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약 20년 전인 1994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애플이 모방 때문에 기를 쓰고 서로 싸웠다. 실제로 빌 게이츠(Bill Gates)는 애플컴퓨터의 그래픽 모드를 모방한 후 몇 개의 새로운 기능을 첨가해 윈도(Windows) 운영체제를 출시했다. 그 이후에 그는 윈도에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포함한 MS 오피스를 추가했다. 빌 게이츠는 이를 더 발전시켜 1996년에는 윈도와 MS 오피스에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까지 출시하면서 이 분야의 표준을 확립하는 데 큰 성공을 거뒀다.
모방의 이유
그렇다면 앞에서 다뤘던 위인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들은 왜 모방을 하는 것일까? 개인,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볼 때 발전의 초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할 수 있다. 또한 시장을 정확히 분석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여러 분야를 제대로 통제할 만한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이고 발전을 이루기 위한 전략 또한 부재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모방이다. 기존의 앞서 있는 개인, 기업 또는 국가만 따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서 간 애플을 모방한 후발주자 삼성은 어느 정도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었지만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것만을 추구하던 노키아는 계속 헤매게 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발전 초기에 일본 기업들을 잘 연구하고 모방해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삼성보다 앞서 있었던 일본 기업들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초기에는 미국, 그리고 나중에는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잘 연구하고 모방해 발전했으며 최근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레드오션+α’ 전략: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및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들 또는 이들 제품의 대부분이 짝퉁이라고 불리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단순한 모방인 레드오션을 넘어 의미 있는 ‘α’를 추가한 ‘새로운 스탠더드(Standard)’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이 기업들은 글로벌 수준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기술, 디자인 등을 모방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점을 새로 추가한 ‘레드오션+α > 블루오션’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짝퉁은 진품을 결코 따라갈 수 없지만 진품을 확실하게 모방한 후 자신의 뛰어난 장점을 더한다면 기존의 진품을 뛰어넘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회사들을 철저하게 모방한 후 이를 기반으로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했다. 이러한 결과로 1992년에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결국 D램 시장에서 1위를 달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삼성전자는 일본과 미국의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2003년 플래시 메모리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했다.
현대자동차는 1990년대 초반까지 미쓰비시의 엔진을 사용해 자동차를 제조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현대자동차가 해외 자동차 기업들의 엔진을 모방하고 이에 대해서 더욱 철저하게 연구해 자체 엔진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현대차동차는 여러 개의 독자 엔진 개발에 성공했으며 2004년에는 중형급 엔진을 처음 개발한 지 10여 년 만에 스승이었던 미쓰비시에 엔진을 역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한국에의 시사점
“위험을 무릅쓰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선도자나 개척자가 돼야 한다”는 말은 매우 멋있게 들린다. 그러나 이러한 매혹적인 말은 성공확률이 매우 낮고 비용이 많이 드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기존의 것을 무시하면서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한 해 수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지만 이중 소수만 성공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기존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체제를 XP에서 Vista로 바꾸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 역시 기존의 것을 무시하고 무조건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학계에서 새로운 발견과 이론이 계속 나옴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것을 착실하게 가르치는 것은 블루오션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레드오션이 기본이 돼야 더욱 탄탄한 블루오션을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최근 법정투쟁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삼성전자가 애플을 모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모방하고 이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α’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도 기존의 많은 것을 모방했다. 아이폰 속에 있는 전화, 카메라, 인터넷 기능 등은 애플이 처음으로 만들어 낸 것들이 아니고 모두 기존의 것들을 모방한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이러한 것들을 모방한 후 종합하고 새로운 기능을 첨가해 매우 의미 있는 ‘α’를 보여 줬기 때문에 애플에 모방했다고 시비를 걸기는커녕 오히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전략은 무조건 블루오션이 아니라 ‘레드오션 + α’다.
문휘창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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