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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4)

경영, 정치에서 배워라

송규봉 |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20년 만이다.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것 말이다. 미국은 이미 다음 대통령을 정했고 한국은 정해가는 중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신문 정치면의 기사가 넘쳐 경제면이 줄어들 정도란다. 미국 대선이 끝나자<타임>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오바마의 재선비결로마이크로타깃팅을 꼽았다. 궁금하다. 기업경영에서나 쓰일 법한마이크로타깃팅(microtargeting)’이 정치 분야 그것도 선거전략에 전면적으로 활용됐기 때문이었다.

 

어느 경영학자에게 오바마 선거캠프의마이크로타깃팅에 대해 물었다. 미국 선거에서 상식이 된 지 오래라고 한다. ‘한국에서 오바마 선거캠프만큼이라도 소비자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기업은 정말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로부터 경영이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는 제안은 낯설다. 정치로부터 경영적 메시지와 성공사례를 찾아 현장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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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발언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행정은 3, 정치는 4, 기업경영은 2류의 나라로 보면 된다.” 이 회장은 세계화, 규제완화, 국가비전, 직접 정치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답변까지 상당히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언급했다.2 그러나 앞뒤는 사라지고 ‘2·3·4라는 자극적인 표현만 알려지면서 국내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당시 집권 여당의 중진 정치인은그 발언을 한 사람이야말로 5라고 응수했다.

 

1995년 한국의 재계와 정계가 설전을 벌이고 있을 때 미국 텍사스에서는 특별한 미팅이 진행되고 있었다.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된 조지 W 부시(George W. Bush)와 전략담당 칼로브(Karl Rove)가 미국지도를 펴놓고 마주 앉았다. 텍사스 주지사 재선 후 대권에 도전할 전략을 논의한다. 칼로브는 조지 부시에게만 1994·1998년 주지사 선거와 2000·2004년 대선 등 4차례의 선거 승리를 안겨주었다.

 

 

 

부시와 오마바의 전략지도

 

조지 W 부시의 책사 칼로브는 2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한 경영자 출신이다. 정치전략가가 운영한 회사는 무슨 일을 했을까? 미리 선별한 타깃 주소지에 홍보용 우편물을 보내는 일이다. 바로 DM(Direct Mail) 전문회사다. 1981년에칼로브컴퍼니를 창업해서 1999년 부시 선거캠프의 상근직책을 맡을 때까지 20년 가까이 직접 경영했다. 이 기간 동안 칼로브는 많은 선거에 참여했는데 41개 주에서 벌어진 다양한 선거에서 34번 승리하는 놀라운 승률을 자랑한다3

 

 

미국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칼로브가 조지 W 부시에게 보여준 지도는 무엇이었을까? 미국 전역이 그려진 커다란 종이지도였을까? 아니다. 칼로브가 보여준 것은 GIS(지리정보시스템) 지도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정치 블로그를 담당하고 있는 사샤 아이센버그(Sasha Issenberg)가 두 번째로 집필한 책이 최근 국내에 번역됐다. <빅토리랩 - 대중의 심리를 조종하는 선거 캠프의 비밀>에는 칼로브가 어떻게 GIS 데이터와 지도를 이용해 선거전략을 짰는지 취재파일을 보여준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 1990년부터 미국의 인구, 가구, 주택, 기업체 정보 등 250여 세부정보를 GIS 데이터로 전면 공개해왔다. 미국 전역을 약 800만 조사구로 정밀하게 쪼갠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칼로브의 선거전략은 데이터 기반으로 급속히 이동했다. GIS 세부 데이터는 미국에서 경영 분야의 마케팅에 일대 혁신을 몰고 왔다. GIS 지도에 담긴 상세한 인구통계가 시장조사와 마케팅의 기반이 된 것처럼 정치 분야에서도 새로운 전략수립의 바탕이 됐다.

 

공화당 진영의 GIS 데이터 기반 타깃팅 기법에 패배를 거듭한 민주당 진영은 2008년 오바마 선거부터 공화당을 뛰어넘으려 치열하게 노력한다. 배울 것이 있다면 적장에게서도 기꺼이 배우려 한 것이다. 단지 경쟁자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보다 더 탁월하고 효과적인 새로운 승리방안을 연구한다. 2008년 오바마 캠프는 단지 과거의 정보를 담고 있는 GIS 통계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버스노선 지도 등 살아 움직이는 유권자 데이터를 분석해 전략지도로 이용한다.

 

오마바 이전의 대선캠프에서는 이동 중인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홍보전을 수행한 바가 거의 없었다. TV와 케이블 광고에 대부분의 선거자금을 쏟아부었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의 데이터 분석가는 유권자들의 개별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에 대중교통이야말로 유권자와 가장 밀착해서 정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위스콘신주에서 오바마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선거구 지도를 만들고 여기에 시내버스 노선도를 대조해 집중 광고 대상으로 삼을 만한 선거구를 찾아내 광고를 시작했다. 10개 도시의 버스 노선에 내건 광고는 예상 밖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유권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해 새로운 소통방식을 과감하게 수용함으로써 오바마 선거 캠프는 작고 섬세한 타깃팅의 진가를 새롭게 발견했다.

 

 

 

오바마의 비밀병기

 

미국 대선에서는 270표를 얻으면 승리한다. 오바마는 이번에 332표를 얻었다. 오바마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10개의 경합주 가운데 8곳을 석권하며 68표의 큰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2008년에 이어 오바마는 실전 경험이 많은 소수의 선거전략가들의 노련함보다 방대한 데이터 분석의 치밀함에 운명을 걸기로 했다. 2008년 오바마 캠프의 총책임을 맡은 짐 메시나(Jim Messina) 2012년 대선에서 빅데이터 활용으로 승부수를 준비했다. 그는 “미국에서 2012년 이전의 모든 선거운동은 석기시대의 것이라 단언했다.

 

2008년 대선이 끝난 직후, 오바마 캠프는 시카고의 비밀사무실에 빅데이터 수집·분석·전략을 전담하는비밀동굴팀(The Cave)’을 조직했다. 이들은선거에서 다루어지는 모든 것을 측정한다는 모토를 걸고 선거캠프의 데이터분석팀의 규모를 2008년에 비해 5배나 키웠다. 그리고 데이터마이닝 전문가 레이드 가니(Rayid Ghani)비밀동굴팀의 최고책임자로 영입해수석과학자(chief scientist)’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레이드 가니는 경영컨설팅 회사의 데이터 분석가 출신이다.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소비자 행동의 패턴을 찾아 개인화된 마케팅 전략수립을 돕는 CRM 분야의 데이터마이닝 및 분석 전문가였다. 그는 2010년 데이터마이닝에 관한 전문서적를 출간했으며 50여 편의 관련 논문을 작성한 바 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데이터마이닝을 전공한 후 엑센츄어 시카고 테크놀로지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오바마 캠프에 영입됐다. 그가 엑센츄어에서 수행한 프로젝트 중에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6만 가지가 넘는 상품의 판매 데이터와 고객 데이터를 연계해 551가지 제품군에 대한 판매향상 통계모형을 만든 것도 있다. 그가 만든 통계모형의 알고리즘에는기회민감지수(Opportunistic Index)’라는 것이 있는데 이 지수는 쇼핑객이 얼마나 가격에 민감하며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지가 강한지를 나타낸다. ‘식품사재기그룹처럼 특정 제품의 가격이 낮으면 몽땅 구매해서 창고에 쌓아두길 좋아하는 고객군도 있다. 이렇게 무엇을 제공하면 구매를 늘릴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했다. 어떤 가격을 제시할 때 오렌지쥬스의 브랜드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지도 분석했다. 가니는 소비자분석에서 확보한 노하우를 오바마 캠프에서 유권자분석에 적용했다. ‘설득가능점수(Persuadability Score)’를 만들어 후보자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데 적용한 것이다.

 

오바마 캠프는 한 명의 유권자를 알기 위해 어디까지 접근했을까? 2008년의 오바마 캠프 역시 인터넷과 SNS에 집중하며 꽤 많은 유권자 정보를 모았지만비밀동굴팀의 정보력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들은 프로젝트 시작과 함께 2008년에 사용한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고 오바마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페이스북과 인터넷 사용기록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만약 어느 유권자가 페이스북의 오바마 캠프 페이지에좋아요(like)’ 버튼을 누르게 되면 그와 동시에 캠프는 유권자의 페이스북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 사람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어떤 성향의 언론에 우호적인지, 어느 분야에 종사하며 어떤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모두 집계한다. 뿐만 아니라 친구관계에 있는 회원의 정보도 수집해 이 유권자에 대한 입체적 성향을 파악한다. 유권자가 오바마 캠프의 e메일 수신자 그룹에 가입하고 홍보 웹페이지에 접속하게 되면 웹페이지 마우스가 클릭하는 기록을 모두 저장하기 시작한다. 어떤 정책내용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지를 비롯해 인터넷에서 옮겨 다닌 이동경로의 흔적을 최대한 데이터로 수집한다. 심지어 개인별 맞춤형 정책내용을 알려주는 페이지의 경우 유권자가 본인과 가족의 여러 사항을 직접 입력하게 해 아주 세세한 정보까지 취득할 수 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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