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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두 지휘관의 균열, 25만 러시아 軍을 죽였다

임용한 | 122호 (2013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전쟁은 역사가 만들어낸 비극입니다. 그러나 전쟁은 인간의 극한 능력과 지혜를 시험하며 조직과 기술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전쟁과 한국사를 연구해온 임용한 박사가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리더십과 조직 운영, 인사 관리, 전략 등과 관련한 생생한 역사의 지혜를 만나기 바랍니다.

 

타넨베르크 전투는 제1차 세계대전 초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벌어졌던 전투다. 러시아군의 두 지휘관 렌넨캄프와 삼소노프는 타넨베르크로 진격할 때부터 불협화음을 냈다. 정보전에 능했던 독일군은 이 같은 러시아군의 균열을 놓치지 않았고 전 병력을 동원해 삼소노프군을 포위하는 대담한 작전을 감행했다. 이 전투로 러시아군 25만 명이 궤멸됐다. 전력의 절대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패한 이유는 탁상전술 때문이었다. 러시아군은 대규모 기동을 연습하거나 지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동력과 수송능력에 관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독일군을 향해 이중포위 전략을 시도해 화를 자초했다. 렌넨캄프군과 삼소노프군은 작전 초기부터 엇박자를 냈고 되레 독일군에게 포위당함으로써 궤멸하게 됐다.

 

1914 812일 러시아군이 독일의 동부 국경으로 쇄도했다. 러시아군은 렌넨캄프의 1군과 삼소노프의 2군으로 편성됐다. 2개 군은 총 9개 군단과 7개 기병사단으로 구성됐다. 독일의 병력은 러시아군의 약 45% 정도로 1개 군을 간신히 상대할 정도였다.

 

이 공격은 독일에는 충격적이었다. 독일은 러시아가 참전하려면 6주는 걸린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독일은 프랑스 공격에 전력을 투입했다. 그런데 2주 만에 러시아가 동프로이센으로 쳐들어왔다. 프랑스는 서부전선에 가해지는 독일의 압력을 저하시키기 위해 러시아에 조속한 참전을 요청했다. 준비가 극히 부족했지만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그 요구를 수락했다.

 

처음부터 엇박자였던 러시아군

러시아군은 남북으로 길을 나누어 진격했다. 러시아군의 계획은 렌넨캄프가 독일군과 전투를 벌이면 삼소노프군이 독일군의 뒤로 진격해 그들을 차단하거나 측면을 협격하는 것이었다. 고전적인 이중포위 전술로 독일의 동부 방어군을 섬멸하면 단숨에 동프러시아의 수도인 쾨니히스베르크를 함락하고 실레지엔을 석권한 뒤 베를린을 위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렌넨캄프는 편안한 길로 무난하게 진군한 반면 삼소노프는 숲과 늪지와 모래뿐인 황무지를 지나 행군해야 했다. 그 바람에 렌넨캄프는 삼소노프보다 일주일이나 먼저 국경에 도착했다. 이것이 우연인지, 렌넨캄프의 공명심이 초래한 결과인지는 수수께끼다. 렌넨캄프와 삼소노프는 서로 원수 같은 사이였다. 두 사람 다 러일전쟁 때 기병사단장으로 종군한 경력이 있다. 이때 렌넴캄프는 삼소노프군의 바로 옆에 있으면서 그를 지원하지 않았다. 화가 난 삼소노프는 하얼빈역에서 렌넨캄프에게 덤벼들어 때려 눕힌 적이 있었다.

 

렌넨캄프는 삼소노프를 기다리지 않고 전투를 개시했다. 굼네넨에서 양군이 격돌했다. 애초에 독일군의 전략은 최대한 적을 저지하면서 차분하게 후퇴하는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동프로이센을 넘겨준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계획은 그러했지만 동프로이센은 현재 독일제국의 탄생지였다. 그 땅을 넘겨준다는 건 독일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거대한 러시아 대군이 베를린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도 불길했다.

 

독일군은 무전도청을 통해 러시아군이 6일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6일 동안 러시아군을 각개격파한다면 승리할 수도 있었다. , 그냥 승리가 아니라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야 했다. 독일군은 공격을 감행해 러시아군 우익의 1개 군단을 없애버렸다. 그러나 독일군의 중앙공격은 참패로 끝났다. 이 시기 장군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현대화된 무기와 화력으로 1차 세계대전 당시 공격력과 수비력에 극심한 불균형이 발생했다. 공격과 수비의 상대적 전력비는 130이 넘었다. 적의 공세를 너무나 쉽게 격퇴한 장군들이 자신감이 넘쳐 공격으로 나섰다가 똑같은 불행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우익의 승리는 기습 덕분이었지만 중앙에서는 전쟁의 진리가 빛을 발휘했다. 독일군 1개 군단이 무참하게 격퇴됐고 독일군의 각개격파 전략은 좌절됐다.

 

러시아군의 균열을 감지한 독일군

이때 참모부의 막스 호프만 중령은 러시아군의 이상 행태에 주목했다. 굼네넨에서 독일군이 무너질 때 러시아군은 독일군을 추격하지 않았다. 러일전쟁에 고문관으로 참가해서 러시아의 사정을 잘 알았던 호프만은 러시아의 운송체제가 낙후돼 있고 극도로 부패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비축한 포탄은 떨어지고 병사는 굶주리기 시작했다. 렌넨캄프는 할 수 없이 진격을 중단시켰다. 포탄마저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보급을 다시 받기까지는 진격할 수가 없었다.

 

더욱 치명적인 약점은 러시아군의 분리였다. 중간에 끼인 마수리안호수 탓에 이들은 서로 상대방의 동향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독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후방의 러시아군 사령부에 통신으로 계속 보고는 하고 있었지만 준비 부족으로 유선망이 제대로 깔리지 않았다. 전화 한 통화면 될 보고가 통신선의 지체로 하루, 이틀 늦는 것은 다반사였다. 무선통신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무선은 도청이 문제였다. 암호를 사용해야 하지만 러시아의 문맹률이 너무 높아 무선병도 부족한 판에 암호운영이 될 수가 없었다. 암호를 사용해도 너무 초보적인 암호라서 독일의 암호해독반이 즉석에서 번역해 낼 정도였다. 할 수 없이 러시아군의 동태를 알려주는 일급 전문이 평문으로 세상을 향해 쏘아졌고 독일은 남김없이 그것을 채취했다.

 

                 

 

이때 호프만 중령은 세계 전쟁사에서 유래가 없는 대담한 작전을 구상한다.

렌넨캄프 앞에 있는 전 병력과 물자를 철도를 이용해서 남쪽으로 이동시켜 행군 중인 삼소노프군을 삼면에서 포위 공격한다는 것이었다. 렌넨캄프 앞에는 단 1개의 기병사단만 남겨 교란작전을 수행하게 했다.

 

철도가 있다고 해도 단 이틀 만에 3개 군단을 50마일 남쪽으로 이동시킨다는 건 불가능했다. 무조건 사람을 실어 나른다고 되는 게 아니라 병력과 장비를 함께 체계적으로 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차 잘못하면 중화기도 없고, 심지어 탄약도 없는 병사들을 적군의 입 앞에 그냥 떨궈놓게 된다.

 

그러나 독일의 철도당국은 이런 훈련을 수십 년간 해왔다. 병사 한 명당 필요한 개인장비만 해도 20개가 넘는데 1개 중대 단위로 사람과 물자가 함께 도착해 하차와 동시에 바로 완전무장과 전투 편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적 같은 철도운송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호프만은 평소의 이 능력에 기대를 걸었다.

 

아군의 목을 조준하고 있는 적을 완전히 방치하고 이동해 시간 차 공격을 하자는 제안은 너무나 위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50대 후반에서 60대였던 독일의 사령관들은 후퇴를 거부했고 이 무모한 작전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었다. 만용인지 유통기한이 지난 기사도 정신인지 몰라도 이들의 감투정신은 놀라웠다. 그들은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누구도 망설이거나 두려움으로 전체 작전을 망치지 않았다. 후퇴를 주장한 사람은 최고사령관인 폰 프리트비츠뿐이었는데 겁에 질린 그의 행동은 예하 지휘관의 자세와 확연히 대비됐다. 참모총장 몰트게는 프리트비츠를 해임했다. 대신 퇴역 장성이던 68세의 힌덴부르크를 사령관으로, 서부전선에서 최고의 전공을 세우고 있던 루덴도르프를 참모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두 사람이 열차로 프로이센으로 달려가고 있는 동안 호프만은 이미 군대를 열차에 탑승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전 병력을 삼소노프군에게 달려들게 할 것인지, 일부는 남겨 놓아야 할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루덴도르프도 이 점에는 확신이 오지 않았고 힌덴부르크는 작전에 관한 한 루덴도르프에게 전권을 주고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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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용한

    임용한[email protected]

    - (현)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
    - 한국역사고전연구소장
    - 『조선국왕 이야기』, 『전쟁의 역사』, 『조선전기 관리등용제도 연구』, 『조선전기 수령제와 지방통치』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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