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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5)

전략은 새의 눈, 전술은 꿀벌의 눈으로...

송규봉 | 123호 (2013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변화의 지형도

변화에 대한 언급은 많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의미 있는 진단을 만나기는 어렵다. 변화가 지나간 자리에서 변화의 흔적에 대해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변화의 선두에 서서 변화를 선도하기는 쉽지 않다.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산업이 따로 있을까마는 패션은 변화를 유행처럼 즐겨야 하는 산업이다. 30년을 이어온 A패션에 새로운 변화를 선도할 최고경영자가 부임했다. 새로운 미래지도를 그려야 했다.

 

 

지도를 새로 그리기 전에 변화의 지형을 살피기로 했다. 패션산업 외부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패션기업 내부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전, 변화의 눈으로 패션산업을 안쪽으로 조망해보려 했다. <지도1> 2000∼2010년 대한민국 인구변화를 담고 있다. 시군구별 인구증감을 한 장의 지도에 압축했다. 대도시 주변에는 예외 없이풍선효과가 일어났다. 대도시를 거대한 풍선에 비유하자면 특정 지역을 살며시 누르면 주변부가 부풀어 오른다.

 

 

 

1년 동안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누구에겐 기회이고 누구에겐 위기가 된다. 1년 동안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18%가 이사를 다닌다. 인구는 구조적인 변화와 동시에 끊임없이 지리공간적인 이동을 거듭하고 있다. 과장하면 5년마다 전국의 주거인구가 거의 모두 바뀐다고 전제해야 할 상황이다.

 

 

2011년 대한민국에는 총 105931㎞의 도로망이 펼쳐져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고속도로는 3631㎞다. 전체 도로의 3%에 해당된다. 2011년 고속도로 이용차량은 14867만 대로 하루 평균 385만 대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회수되는 티켓의 숫자와 같다. 소형차의 비율(86.5%)이 압도적인 가운데 대형차(9.3%)와 중형차(4.2%)가 나머지를 구성한다. 아웃도어 제품을 만드는 A패션의 입장에서는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데이터였다.

 

 

이동하는 차량 속에는 여행객과 등산객도 포함된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전국 2409개 조사지점을 정해놓고 매달 관광객의 증감을 기록해서 발표하고 있다.1 서울을 제외한 전국 조사지점에서만 83700만 명의 방문이 기록됐다. 전국의 관광객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귀중한 가치가 담긴 데이터다. 국내 여행객들의 발걸음에도 패턴이 숨겨 있다. 특정 명소는 방문객이 감소하고 특정 계절에는 방문객이 늘어난다. 흐름을 알면 대응책을 실험할 수 있다.

 

 

2011년에만 260만 필지의 땅이 거래됐다. 건물은 154만 건이 사고 팔렸다. 그중에 아파트는 97만 건이었다. 2012년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공간이 새로운 건축물로 탄생했다.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건축 연면적의 규모가 그렇다. 매년 5∼6만 개의 신설 법인이 탄생하며 간이사업자까지 포함하면 모두 107만 사업자가 창업한다. 그리고 동시에 89만 사업자가 폐업한다. 평균 창업비용을 적용하더라도 80조 원의 돈이 움직이고 있다. 변화는 도처에서 일어나고 어떤 기업은 그 변화의 선두에 서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회의 풍선지대

신임 CEO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인구성장 지역에 A패션의 매장은 제대로 진입하고 있는지 물었다. 지난 10년 동안 총인구는 244만 명이 늘었다. 전국 251개 시군구 중에서 인구가 늘어난 곳은 101개이고 인구가 줄어든 곳은 150개다. 인구 증가지역에서는 405만 명이 늘었고 감소 지역에서는 193만 명이 줄었다. 인구가 증가한 최상위 20개 지역에서만 241만 명이 늘었다. 이는 2000년 전국 인구 4613만 명에서 2010 4858만 명으로 244만 명이 늘어난 수치와 거의 유사한 규모다.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20개 지역은 어디인가? 경기도 14, 충남 2(천안·아산), 경남 1(김해), 대전 1(유성구), 광주 1(광산구), 충북 1(청주시 흥덕구)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14개 지역(화성, 용인(기흥·수지구), 남양주, 파주, 고양(일산 서구), 광주, 시흥, 오산, 안산(단원·상록구), 양주, 김포, 성남(분당구))에서만 173만 명의 인구가 증가했다.

 

 

 

 

서울시의 인구는 정부의 억제정책 아래에 있다. 서울로 향하는 진입 수요는 정부정책과 부동산 가격으로 1차 방어선에 걸린다. 2000년 서울시 인구는 968만 명이었고 2010년에는 951만 명이었다. 10년 사이 총인구의 변화는 소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424개 행정동 단위로 들어가면 변화의 진폭은 큰 격차를 보인다. <지도2>에서 인구증가는 진청색에서 최고, 청색에서 중간, 연청색에서 소폭 상승을 의미한다. 인구감소는 진회색에서 최고, 회색에서 중간, 연회색에서 소폭 하락을 나타낸다.

 

 

서울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최상위 10개 지역의 평균 인구증가율은 140%. 강동구 강일동은 2000 4930명에서 2010 2362명으로 무려 313%가 증가했다. 마포구 상암동(295%), 강북구 삼각산동(162%), 강서구 발산1(115%), 금천구 시흥2(106%), 송파구 장지동(82%)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최근까지 인구변동은 아파트가 이끌어 왔다. 서울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지역은 예외 없이 아파트가 성장을 주도했다. 인구증가 최상위 10개 행정동을 살펴보자. 평균 15000명이 늘었다. 주택 가구 수는 4270세대가 늘었는데 단독주택은 평균 2000세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 6400세대가 늘었다. 6400세대에 대한민국 평균 가구원 수인 2.5명을 곱하면 대략 늘어난 인구 수와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가까운 미래에도 아파트 공급이 인구이동을 주도할 것인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가 40대 중반에 도달해 더 큰집을 구입하려 할 때 부동산이 호황기를 맞았다. 베이비부머가 60세 전후인 은퇴연령에 도달하면서 자산시장은 새로운 반환점을 형성했다. 소득은 줄어들고 자녀들이 독립하면 관리비가 많이드는 큰집은 부담스럽다. 그럴 때 부동산 시장은 침체국면으로 진입했다. 향후 인구이동은 가구별 경제여건과 라이프스타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객중심의 상권분석

“매장 100개를 신규 출점할 대상지역을 제안해주세요.” 신임 CEO의 목표는 분명한 수치로 제시됐다. 경쟁 브랜드에 비해 열세지역의 매장 수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서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신규 지역을 찾기로 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데 경쟁사가 들어가지 않은 곳을 우선출점 대상지역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경쟁사가 이미 진입해 있으나 배후시장이 풍부한 곳은 2순위다.

 

 

다양한 출점전략을 고려하기 위한 첫 번째 출발은지피지기(知彼知己)’였다. 스스로 고객과 맺고 있는 매장의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진단함으로써직관의 오류를 줄이고자 했다. ‘직관은 현장에서 여전히 위력적이다. 그러나직관은 교육으로 전수하기 어렵고 조직역량으로 구축하기 힘들다. 데이터와 지표를 근간으로 출점 노하우를 향상시키고자 했다. 전체 고객의 주소 데이터를 매장별로 모두 GIS 지도에 입력(geo-coding)했다.

 

 

 

 

<지도3>은 매장별 고객분포가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4개 비교매장에는 각각 1.5∼4.5㎞까지 동심원이 그려져 있다. 매장을 중심으로 매출이 확보되는 권역이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를 분별하기 위해서다. 망원점은 1.5㎞ 반경 안에서 매출의 80%가 벌린다. 흔히동네상권이라고 부르는 특성이 확인된다. 그러나 동대문점은 1.5㎞ 안에서 확보되는 매출의 비중이 50% 수준이다.

 

 

<지도3>에서 파란색으로 표현된 지역은 동대문점의 고객들이 위치한 곳이다. 고객의 위치마다 구매액을 반영해서 매출의 밀집도를 연산했다. <지도3>에서 파란색 밀집도는 도봉구, 노원구, 강북구에서 확인됐고 서울 남부지역인 동작구와 관악구가 만나는 사당역 일대에 강하게 형성돼 있다. 모두 지하철 4호선이 연결되는 지역이다. 중랑구는 버스로 동대문과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이다. 동대문점의 고객 영향권은 서울의 남북을 비스듬히 사선으로 그으면 형성됐다.

 

 

<지도3> 오른쪽 하단에는 송파점이 위치해 있다. 갈색으로 표현된 송파점의 매출은 망원점과 비슷하게 1.5㎞ 반경 안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생긴다. 반면, 양재점은 반경 4.5㎞를 훌쩍 넘어 왼쪽으로는 관악구에서부터 오른쪽으로는 강동구까지 북쪽으로는 강남구 최상단부터 최하단까지 펼쳐져 있다. 동대문점과는 또 다른 분포다. 양재지역에 있는 백화점과 할인점은 관악, 서초, 강남, 송파, 과천, 안양 등 여러 지역에서 고객을 불러모은다. 양재점은 백화점과 할인점 길목에 위치해 있다. 주변 대형 유통점의 영향력과 더불어 매장의 상권이 형성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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